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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의원 "현대중공업, 공정위 조사 대비 증거인멸 시도" 주장

현대중공업 "블랙매직은 기밀자료 삭제 용도로만 활용 중"

조규희 기자 | ckh@newsprime.co.kr | 2018.10.16 15:27:20
[프라임경제] 공정거래위원회가 현대중공업(대표 강환구)을 조사 중인 가운데 현대중공업이 조사에 앞서 파일 영구삭제 프로그램인 '블랙매직'을 사용해 증거인멸을 시도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장이 일고 있다.



김종훈 의원(울산 동구, 민중당)은 현대중공업 협력사 직원과 협력업체 관리자의 통화녹취를 공개하며, 이 같이 주장했다.

현대중공업은 김 의원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며, "협력사 관계자 간 대화가 증거인멸의 근거가 되기엔 빈약하다"는 입장을 취했다.

프라임경제에서 입수한 녹취록에는 두 명의 남자가 등장한다. 그 중 한 명은 청와대에 '현대중공업(주)의 "갑질횡포"를 멈춰주십시요'라는 청원을 올렸던 현대중공업 협력업체 대한기업 소속 직원 A씨며, 다른 한 명은 또 다른 협력업체 관리자 B씨다.

협력업체 관리자 B씨는 "직영에서 블랙매직 프로그램을 깔아주고…(현대중공업에서) 블랙매직 돌렸다는 건 아는데 뭘 삭제한지는 몰라"라며 블랙매직을 사용해 파일 중 일부를 삭제한 사실이 있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기밀파기 위한 자료 삭제일 뿐, 공정위 조사와 관계없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함정, 군함 등을 구축하는 특수선 사업본부는 군사기밀을 다루기 때문에 국방부 훈령에 따라 프로젝트 종료 후 기밀 자료를 삭제한다"라며 "이 같은 이유에서 블랙매직을 사용한 것을 두고 공정위 조사 때문에 삭제했다는 식으로 몰아가는 건 사실과 다르다"고 항변했다.

현대중공업의 설명처럼 통화에 등장하는 B씨는 특수선 업무를 담당하는 협력업체 소속으로 추측된다. 즉, 파일을 삭제한 사실만으로 증거인멸을 주장하기엔 다소 근거가 부족한 게 사실.

단, 통화내용 중 일부에서는 블랙매직 사용 의도가 '증거인멸'이라고 의심할 대목들이 등장하고 있다. 

"특수선은 까도 나올 게 없네"라는 A씨 질문에 B씨는 "기성에 대해 주고받고 한 내용은 싹 다 지웠다"며 "중공업 정보운영과에서 직영 PC에 완전 삭제되지 않은 내용 확인 후 모두 삭제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어서 "지금 턴다고 해도 (나올 게) 거의 없는 거지"라며 "블랙매직 돌리면 완전 삭제된다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작업 로그 통해 삭제 이유 추측할 수 있을 듯

본 사안의 핵심에는 블랙매직이 자리 잡고 있다. 

블랙매직은 에스엠에스(대표 서미숙)에서 개발한 데이터 영구삭제 솔루션이다. 공공기관의 기밀유출 방지를 목적으로 저장매체(하드, USB메모리 등) 내 데이터를 영구 삭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품. 

국가정보원이 2006년 시행한 '정보시스템 저장매체 불용처리지침'에 따라 공공기관에서 중요 자료 폐기 시 의무적 사용되는 솔루션 중 하나다.

서미숙 에스엠에스 대표는 "블랙매직은 자료의 외부 유출 방지를 위해 데이터를 영구 삭제하는 솔루션"이라며 "공공은 물론 일부 기업에서도 중요 자료의 외부 유출 방지를 위해 사용 중"이라고 솔루션의 용도에 대해 명확히 설명했다.

이어서 "원래 용도가 기밀유출 방지지만, 다른 이유로 데이터를 삭제할 경우 방지할 방법은 없다"면서 "단, 데이터를 영구 삭제해도 어떤 작업을 수행했는지 로그가 남아 이를 근거로 무슨 파일이 삭제됐는지 정도는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삭제된 파일 내에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는 확인이 어렵지만, 삭제일시, 파일명, 파일 종류 등 간단한 정보는 확인 가능하다는 것. 이를 통해 파일 삭제 이유를 유추할 수 있는 만큼 공정위 조사 과정에서 자료 파기 이유가 명확해 질 것으로 기대된다.

자료 파기 건과는 별개로 현대중공업이 블랙매직을 불법적으로 사용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패키지 SW의 경우 라이선스 계약 시 사용처가 제한된다. 예를 들어 현대중공업에 판매된 제품을 하청업체에서 사용될 경우 계약 위반이 성립된다.

서 대표는 "현대중공업은 연구자료 폐기 목적으로 블랙매직을 구매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정확한 계약 조건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만약 아무 계약 없이 하청업체에서 블랙매직을 사용했다면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에 문의한 결과 "기밀 영구 삭제 시 블랙매직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구체적으로 어디에서 사용되는지 확실히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김종훈 "공정위에 블랙매직 로그 파악 요청할 것"

김종훈 의원실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에서는 부정하고 있지만, 직영과 하청업체와 주고받은 메일과 파일을 삭제하는 데 현대중공업이 개입한 정황이 상당히 구체적으로 확인된다"면서 "본 건에 대한 공정위의 명확한 조사를 촉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공정위에 블랙매직 로그를 확인하도록 요청해 현대중공업이 자료를 파기한 이유를 명확히 할 것"이라며 "이번 사건이 공정하게 처리돼 '하청업체 단가 후려치기' 등 원하청 간 불법행위가 근절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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