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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부산항①] 후천적 노력이 8할, 항만 경쟁력 퀀텀점프

신항과 북항 역할 분담 통한 발전 방안 모색 입체적 추진

서경수·임혜현 기자 | sks@·tea@newsprime.co.kr | 2019.02.07 17:49:37
[프라임경제] "2012년도에 부산항 컨테이너 처리실적은 1700만TEU를 돌파해 세계 5위 컨테이너항만을 유지하였지만 2014년 초에는 중국의 닝보-저우산항만과 칭다오항만에 추월당했다…(중략)…부산항 컨테이너터미널 운영사들이 실행력이 높은 전략적 의사결정을 하지 않으면 현재의 부산항의 위상을 유지하는 것은 힘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한국항만경제학회지' 제29권 4호, 176쪽)." 2013년 한 논문의 이런 구절은 부산항의 높은 위상을 묘사하면서도 불안한 앞날을 잘 짚은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우려를 극복하고 지금도 부산은 한국 경제의 견인차이자, 세계 물류의 중심 키워드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 저력과 미래를 살펴본다.

북중국 항만의 대규모 개발과 국내 중소형 항만의 물량 잠식으로 인해 부산항 물량 증가율은 감소 추세를 걸었으며 중국 항만 개발도 무시 못할 요인이라는 지적이 늘 뒤따랐었다. 그럼에도 부산항의 미래를 낙관하는 기류가 있다. 배경은 무엇일까?

부산 신항 항공사진. ⓒ 부산항만공사


우선 북극항로의 중요성 부각 등 여건 변화가 가져다주는 행운이다. 지정학적 위치상 보는 이득인 셈이다. 무르만스크와 베링해를 연결하는 북극항로는 종전에 부산항에서 수에즈항로를 경유, 로테르담까지 갈 때 걸리는 시간(24일)을 열흘 가까이(14일) 단축할 수 있어 부산항이 가진 환적항으로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는 평가다. 환적은 다른 항구를 최종 목적지삼아 거쳐 가는 물건이다. 즉 짐을 잠시 내리는 중간기착의 물건 혹은 그 처리과정을 말한다. 이를 항공에 비유하면 장거리 승객들이 중간 기착지에서 비행기를 갈아타는 경유공항에 대비하면 이해가 빠르다.

하지만 그 이외의 부산항 경쟁력 제고는 오롯이 꾸준한 노력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마케팅 강화로 목표 대비 8%를 초과 달성(2167만TEU)한 부산항은 크루즈 시설 개선과 시장 다변화 등 새로운 먹거리 개척에도 박차를 가한 바 있다. 북항재개발사업 및 기반시설공사 적기 시행 및 사업계획 변경 추진 등 대내외 환경변화에 부응하려는 노력도 이어졌다. 그 결과 전체 컨테이너처리량은 증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부산항 처리 물량을 살펴보면, 해외 경쟁 대상들의 견제와 추격에도 불구하고 수출입과 환적이 모두 꾸준히 상승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프라임경제


◆2017년 세계 6번째 '메가포트', 끊임없는 백조의 물갈퀴질

부산의 북항과 신항 등에 종사하는 인력과 간접 물류 관련 인구, 거기에 그 가족 등을 모두 합치면 부산항 경제효과로 살아가는 인구는 1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본다. 부산 전체 인구가 340만명대임을 고려하면 부산을 좌우한다고 볼 수 있으며 우리 경제의 관문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부산항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부산항은 연간 처리량 2000만TEU를 기준으로 꼽는 메가포트 기록을 이미 2017년 세계 6번째로 돌파한 바 있다.

부산항은 자체 처리 물동량과 환적이 균형을 이루고 있으며, 환적 중요성과 속성을 잘 간파해 그 경쟁력을 개발, 유지하는 사례로 꼽힌다. 1994년 일본 한신대지진으로 고베항의 환적항 매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부산항은 새 환적 중심지 중 하나로 떠올랐으며 이후에도 한 번 잡은 메리트를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 중이다. 중국 각지의 항만 확충과 영향권 확대 상황에서도 부산항이 계속 위치를 점해온 이유다.

항만 경쟁력은 지리적 요소 외에도 경제적·사회적·환경적 지속성 등 다양한 노력으로 결정되는데, 부산항은 이를 모두 충족하기 위해 노력하는 케이스로 볼 수 있다. 사진은 한 논문이 분석한 항만 경쟁력 요소표. ⓒ 한국항만경제학회지

2019년에 수출입 물량은 글로벌 경제 성장세 둔화와 함께 전년 대비 동일한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환적의 경우 부산항 개장 이후 최초 환적 1200만TEU 초과달성이라는 도전적 목표를 세우고 있다.
 
2015년 발표된 '국제항만 운영에서 지속가능한 항만경쟁력 확보방안' 논문('한국항만경제학회지' 제31권 3호)은 하나의 항만이 갖는 경쟁력과 지속 가능성은 단순히 지리적 우수성으로만 결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시설과 규모, 운송비용과 배후부지 개발부터, 녹색 환경 아이템과 인적 자원 개발과 배려 등 다양한 이슈가 모두 어우러져야 가능한 종합 예술이라는 것이다.

이 논문이 지적한 항만 경쟁력 강화에 부산항이 지금 펼치는 노력들이 들어맞는 구석들이 많다. 특히 미래 지향적 요소를 선제적으로 공략한다는 측면에서 사뭇 눈길을 끄는 대목들이 적지 않다. 

앞서도 언급했듯 메가포트의 위업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별로 없다. 상하이와 싱가포르·선전·닝보-저우산·홍콩 등 우리나라보다 앞서 메가포트를 기록한 곳들을 보면 거대한 자국 물동량만으로도 먹고 살만한 중국의 항구라든지, 싱가포르와 홍콩처럼 역사와 전통 내지는 전략적 요충성을 자랑하는 곳이다. 우리나라의 부산항처럼 소규모 개방경제 국가에서 수출입과 환적을 아우르며 스스로 떠오른 세계적 허브 항만의 예는 드물다.    

종합 경쟁력 책임질 북항·신항 듀얼 모드 '세계적 허브 항만'

쉼없이 화물이 선적 및 하역되는 부산항의 모습. 이 중 상당 부분은 환적을 위한 것으로 글로벌 허브 항만으로서의 부산항 위상을 반영한다. ⓒ 부산항만공사


기존 환적 물량 유지를 위한 마케팅 강화는 물론 베트남이나 태국·인도네시아 등 신남방 지역 투자 확대 역시 모색 중에 있다. 신흥국가에서 지역 항만 및 배후부지를 개척하는 사업에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 리스크를 분담해 주는 한편 부산항 연계 물동량을 적극 창출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북한과 러시아 등 신북방 지역 시장 개척은 한반도 평화 기류가 아니더라도 글로벌 물류 환경 변화(일명 북극항로)로 각광받는 이슈다. 이를 적극 활용하기 위해 네덜란드(로테르담)에 물류센터를 임대, 2021년부터 2070년까지 운영한다는 복안이다.

역할 분담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고효율 항만 구현 역시 부산항의 경쟁력 강화에 한몫을 거들게 된다. 북항은 운영사 추가 통합으로 경쟁력 회복과 IA 선사 거점항 마련을 도모한다. 신항은 고효율 항만 구현을 통한 글로벌 환적 경쟁력 강화가 목표다.

금년 상반기, 운영사 추가 통합을 완료하면 하역료 안정화와 정시성 확보, 고용 안정 유지 등 다양한 이점이 북항에 생긴다. 북항 재개발 사업으로 인해 31조원을 넘는 경제적 파급효과와 약 12만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생기는 점도 큰 관심을 모은다.

대규모 선석 운영은 환적항으로서의 신항 매력을 높일 비장의 무기다. 중국 항만이 안개나 태풍 등 기상 악화에 직면할 경우라도 선석이 커지면 부산항 체선(교통정체) 문제가 원천적으로 예방되기 때문에 선사들의 체감 서비스가 크게 높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남기찬 부산항만공사 사장은 안전과 사회적가치 실현을 강조하고 있다. ⓒ 부산항만공사

모든 터미널 사이에 '내부게이트'를 만들어 단일 체계로 운영하는 일명 ITT 시스템 구축에도 박차를 가한다. ITT는 운송거리 단축 및 운송 효율성을 향상시키며 공동배차 시스템을 갖추게 되면 경제성까지도 높일 수 있다. 

'사람 중심, 안전 중심'이라는 인간적 경영과 사회적 가치가 항만 운영에 중요 철학으로 대두된 점도 근래 두드러진 요소다. 남기찬 부산항만공사 사장이 2018년 8월 취임하면서 사람과 현장·안전·일자리를 공략 포인트로 부각하고 나섰으며 부산항 경영의 최고 가치를 사회적가치 실현이라고 천명한 바 있다.

이런 기조를 반영해 사회적가치혁신실이 신설되고 안전문제를 총괄할 재난안전부도 구축됐다.

항만대기오염을 감소시키기 위해 일단 항구에 들어온 선박에는 육상에서 전원을 공급하는 AMP 설비를 설치하는 작업도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AMP를 가동하게 되면 항구 내에서 선박 내 각종 에너지 사용을 위해 불필요하게 엔진을 가동, 매연을 발생시키지 않아도 된다.

미세먼지 실시간 측정 등 여타 환경 이슈들에도 적극 부응하고, 한국가스공사와의 협업으로 LNG 벙커링 체계 구축으로 경제적인 벙커링 인프라 도입을 모색하는 등 부산항만공사 혼자의 힘으로 할 수 없는 다양한 일들도 여러 방법으로 실현할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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