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물'보다 더러운 40만t 폐수 낳는 아파트 지역난방

2018-10-26 15:38:37

- 열판 세척 과정 나오는 폐수, 일반하수도 '무임승차' 사례 많아

[프라임경제] 아파트 지역난방이 유독성 물질을 일반 하수도로 내다버리는 '숨은 폐수 원흉'이 되고 있다.

지역난방은 열병합발전소나 쓰레기소각장 등 열생산시설에서 만든 열을 난방과 급탕에 사용하는 시스템이다. 이때 공급 편의와 효율상 높은 압력으로 뜨거운 물을 파이프로 각 지역난방을 받는 사용자(아파트단지 등)쪽으로 제공한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우리가 아는 '끓는점 이상'으로 올라간 물이 공급되는 것. 이 100℃ 이상을 기록하는 뜨거운 물을 '중온수'라 하며, 이를 아파트단지 기계실에서 공급받아 활용한다.

즉 아파트 단지까지 공급하는 것이 지역난방기업(지역난방공사 및 각 민영기업)의 책임이고, 이후 중온수의 힘을 사용, 급탕과 온수를 적절히 만들어 세대별로 공급하는 게 아파트단지의 책임으로 나뉜다. 이때 중온수를 식혀(상수도 물을 타서) 직접 쓰는 것이 아니라, 이를 활용해 데운 물을 쓰는 구조다. 

기계실에 설치된 '판형 열교환기'를 통해 중온수는 파이프를 타고 복잡한 흐름을 진행하게 된다. 그 동안, 상수도로 공급된 물이 다른 파이프를 통해 공급되면서 양쪽이 넓은 면적을 두고 서로 접촉한다. 이 구조로 온도를 올리고 중온수는 다시 빠져 나가는 시스템이다.

따라서, 통상 열판이라고도 부르는 판형 열교환기는 지역난방의 핵심 설비라고 할 수 있다. 열심히 중온수를 접촉하는 첨병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일정 기간이 지나면 열판은 오염을 피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열전도율 등 효율이 떨어진다. 이 때문에 아파트마다 1년에 1~2회 정도 전문업체를 통해 세척작업을 진행한다.

▲열판이 여러 장 겹쳐져 있는 열교환기의 모습. 이를 거치는 방식으로 중온수의 열이 각 세대용 급탕수 등을 데운다. ⓒ 제보자 제공 사진

'설거지' 하듯 씻는 물리적 청소법, 남은 물 하수도로 '쓰윽'

진행 방식으로는 우선 일반 세대에 온수 공급을 중단한 상태에서, 열판에 세관제를 흘려보내 이물질을 제거하고 다시 세정해 관 내부를 완전히 씻는 방식으로 매듭짓는 화학적 방법(교환기를 분해하지 않는 방식)이 있다. 또 공급 중단 후 교환기를 열어 열판을 떼어내 이를 약품에 헹군 뒤 다시 다량·고압의 물로 오염물을 씻어내고 조립을 해 기계 재가동을 하는 물리적 청소 방법(교환기를 분해해 진행하는 방식)이 있다.

화학약품은 독성이 강해 열판 세척(세관) 작업을 발주하는 아파트단지들은 이를 회수하는 것까지 계약 내용에 명시하는 예가 일반적이다.

그런데 문제는 물리적 세척을 택하는 경우 부득이 하게 발생하는 다량의 하수(폐수)다. 실무 편의상 일반 상수도로 공급되는 물을 분사해 열판을 씻어내는 상황에 다량의 하수가 발생하나, 이는 다시 기계실 내 배수로를 이용해 일반 하수도로 내보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는 분리된 열판을 회수해 업체에 이동시켜 처리하지 않는 관행에 뿌리박고 있다. 약품과 물리적 세척 중에 나온 모든 폐수(하수)를 자체적으로 처리해야 옳지만, 실제로는 편의상 바로 현장에서 적당한 방법으로 작업이 일사천리 진행되는 것.

일반적으로 하수도법에서 다루는 하수 자체가 더러운 물이므로, 이런 물이 왜 일반 하수도로 배출되는가를 따지는 것은 불합리해 보일 수도 있다. 하수도법상 하수 규정은 생활 및 경제활동으로 생긴 오염수를 모두 아우르는 것으로 시작한다. 조금 더 더럽고 조금 덜 더러운 게 과연 필요한 일일까?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양 문제부터 보자. 매번 청소 1회에 배출되는 하수를 따로 모아서 정화처리하도록 강제하는 게 번거롭지 않은가, 실무상 불가능하고 업계를 괴롭힐 뿐이라는 지적이 있을 수 있는 것.

고압세척시 사용되는 폐수량은 다음과 같이 추산할 수 있다. 세척기 노즐 중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상품 스펙으로 놓고 계산해 보면 되는데, 물의 사용 압력을 10 혹은 20kg/㎠으로 설정, 오리피스 직경 1.27mm로 뿜으면 분사유량(lpm)은 11.2 혹은 12.1이 된다.

열판을 사용한 중온수 처리 기법을 사용할 것으로 생각되는 전국 지역난방 아파트 세대수는 201만4290가구에 달한다. 100% 단언할 수는 없지만, 세관 작업(열판 세척)의 발주 상황을 보면 단지의 세대수와 열판 갯수는 거의 1:1이다(실제 세관 작업 입찰공고들을 살펴보면, 이보다 적은 경우도 상당수 발견되고, 고급 주상복합아파트의 경우 열판 수가 세대수 대비 오히려 높은 경우가 있는 등 구조 등에 약간 좌우되는 것으로 보이나 대체로 세대수와 열판수가 유사).

앞서 언급한 압력으로(11.2lpm/12.1ipm) 장당 1분의 시간을 들여, 이들 세대수로 추정된 열판을 씻는다고 하면  연간 각 40만6000t, 43만8700t상당의 폐수가 생기고 실무상 혹은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상당수가 무단방류 중이라는 것.

▲열판을 물로 씻는 장면. 물 한 번에 색이 달라질 정도로 오염물이 심각하게 부착된 상태임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 제보자 제공 사진

이 양은 문제가 없을까? 실제로 '각 지역의 아파트에서 산발적, 일시적으로 이뤄지는 청소로 생기는 하수이고 전체 하수액에 비하면 미미하지 않겠느냐, 희석 효과를 생각해 보면 문제가 크지 않다'는 취지로 답변한 공무원도 있었다. 하수란 매번 개별적인 것이고, 전체적으로 희석되며 또 누군가는 일반 하수요금을 물었고(여기서는 아파트단지 주민들이 공공소모분으로 1/n을 했을 것) 그 정도면 족하다, 결국 하수처리장에서 어차피 처리가 되지 않느냐는 얘기다.

COD 등 기준 보면 심각…똥물보다 더럽고 양도 엄청나

금년 5월 당국이 종합해 내놓은 '2016년 하수도 통계' 자료를 보면, 2년 전 서울 하수처리용량은 4개 하수처리장을 합쳐, 1일 498만㎥(통상 1㎥를 1t으로 볼 수 있다)이었다. 전국에서 1년간 나오는 문제 폐수가 서울의 일반 하수 1일 처리 옹량 중 1/10에 그친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하수 '질'을 보면 이런 양적 이해가 가진 맹점이 드러난다.

실제로 한 관계기업을 통해, 한 수도권 아파트 지역난방설비 세척작업 당시 기계실 배수로에서 방류한 폐수를 채취한 자료를 얻을 수 있었다. 이 시료를 전문기관에 수질분석 의뢰한 결과가 대단히 흥미롭다.

수질분석 결과 케이스를 보면, 하천이나 산업폐수 오염도를 측정하는 화학적 산소요구량(COD)이 특히 높았다. 하수도법 외에도 수질관리의 기준법으로 물환경보전법이 있다. 물환경보전법은 공장 등에서 발생한 폐수를 자연상태의 하천 혹은 바다 등에 내버리는 경우의 기준점을 제시한다. 자체 정화 후 '방류수'로 내보내도록 최소한의 기준을 잡고 각종 폐수 처리를 요구하는 것.

이 샘플을 보면 '120ppm 이하' 기준점을 236배나 초과한 2만8413ppm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류수 배출 허용치 세부안은 각 정화구역 등급에 따라 다르다. 청정지역과 특례지역, 가지역 혹은 나지역 등에 따라 기준이 상대적으로 너그럽기도 하고 엄격하기도 하다. 여기서는 일반 대도시 상황을 반영, 배출자에게 유리한 나지역 기준을 적용한다. 이 샘플의 COD 지수는 기준인 '130ppm 이하' 기준점을 218배나 초과한 2만8413ppm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염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수중 포함 총질소 성분, 즉 총질소(T-N)는 3411ppm으로 배출 기준치(60)의 56배가 넘었고, 축산폐수나 농업폐수에 높은 농도로 포함되어 있는 총인(T-P)도 4만2196ppm이 검출돼 허용치 8ppm 기준 5000배 이상이었다.

어느 정도의 오염도인지 가늠하기 힘들 수 있으므로 참고자료로 폐수 중 통상 따로 수거처리되는 분뇨의 각종 지수와 일반 하수의 값을 몇개의 사례로 제시한다. 2018년 5월 발표된 '2016년 하수도 통계'를 보면 전국 각지에서 하수처리장으로 유입되는 하수 원수와 처리 이후 최종방류수 상태, 분뇨의 유입 당시 오염값 등을 자세히 볼 수 있다.

2년 전 서울 성동구의 중랑물재생센터에서 이뤄진 수질시험 결과는 COD 80.7ppm, 총질소 39.71pp, 총인 3.77ppm이었고 최종방류수는 이 지수들을 각각 7.7, 14.38, 0.27까지 낮춘 것으로 집계됐다. 부산 범방오수처리장의 유입 하수 원수 상태는 133.0, 40.0, 5.60이고 이를 정수해 최종방류수 기준 19.2, 12.56, 1.44로 정화했다.

한편 분뇨 상태를 보면, 대구 달서천위생처리장의 분뇨 원유입액 COD는 4294, 총질소는 459.6이었으며 총인은 61로 나타났다. 인값 등이 다른 분뇨 수거 상황을 하나 더 보자면 인천 강화처리장에서 원액 COD는 3163, 총질소가 565.7이고 총인 100.5로 집계됐다. 이런 인분과 소변 등 혼합액을 정화해 COD 21.8에 총질소 25.3, 총인 0.1까지 낮추는 게 당국의 업무다.

COD나 각종 성분 등을 봐서는 이 세척 작업에서 나온 물은 일반 하수에는 결코 가져다 댈 수준이 아니다. 대장균이 없고 냄새만 다르다 뿐이지 오염도는 똥물 이상이라고 표현 못할 바가 아니다.

▲인분보다 더 오염도가 심각한 열판 세척 하수가 일반 하수도로 유입돼 논란이 일고 있다. ⓒ 프라임경제

다른 공무원의 이야기가 더 신빙성 있게 다가오는 이유다. '하수의 질에 따라 요금을 차등부과할 필요가 없지 않다. 일정 수준을 넘는 극심한 수준의 하수가 유입되는 것은 결국 처리장에 과부하를 가져올 뿐더러 남은 찌꺼기(오니)도 많이 발생하게 되는 등 다양한 부담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비용처리라는 공평의 관점은 물론 환경오염 방지 측면에서도 아파트 열판 청소 하수를 엄격히 접근하는 게 무의미하지 않다는 업계 관계자의 지적은 그래서 유효해 보인다.




서경수·임혜현 기자 sks@·tea@newspr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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