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범석의 라멘기행] 이바라키현의 '스태미나 라멘'

2018-10-30 16:18:38

- "라멘은 국민식, 라멘을 알면 일본이 보인다"

[프라임경제] 스태미나 라멘의 기본 스프는 어패류 다시를 활용한 쇼유 계열이다. 여기에 매콤하고 달콤한 고명이 얹히며 걸쭉하게 변한다. 고명을 조리할 때 전분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고명은 소의 간(肝)을 비롯해 양배추·인삼·호박·당근 등 스태미나 증진에 도움이 되는 것들로 조합된다. 비위가 약하면 간을 빼고 그만큼 다른 재료로 대체할 수 있다.

▲왼쪽부터 홋토(Hot), 히야시 스타일. ⓒ 이바라키현 홈페이지

이 라멘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것이 면에 고명을 얹은 '히야시(冷やし)'다. 굵고 되직한 고명이 지금은 거의 자취를 감춘 우리나라 울면을 떠올리게 한다. 히야시는 면을 찬(冷)물로 헹구는 데서 붙여진 이름인데, 고명 맛을 직선적으로 즐기는 마니아층이 즐겨 찾는다. 보통 라멘처럼 국물에 면이 잠기는 스타일은 '홋토(Hot)'라 부른다.

면이 부족하면 0.5인분 단위로 추가할 수 있다. 스태미나 라멘집 중에는 양이 큰 고객을 위해 챌린지(Challenge) 메뉴를 걸어 놓고 고객의 도전을 기다리는 곳이 많다. 면 4인분을 남김없이 다 비우면 점포 게시판에 이름이 올라간다.

스태미나 라멘은 1970년경 히타치나카시의 카츠다(勝田)역 앞 다이신(大進)이라는 라멘 집에서 탄생했다. 학생들에게 싸고 영양가 높은 음식을 먹이고 싶다는 오너의 의견에 따라 나가이(長井)라는 점장이 개발했다고 전해진다.

진한 안카케(餡掛け) 스프도 오너의 아이디어였다. 그 당시 폐기처분 대상이었던 간을 식재료로 쓴다는 것은 획기적 발상이었다. 그 후 나가이는 오너의 후계자 자격으로 1997년 미토(水戸)시에 '스태미나라멘 마츠고로(松五郎)'를 오픈한다. 이 점포가 현재 이바라키(茨城)현 스태미나 라멘의 상징이자 총본산이다.

마츠고로는 개점 희망자에게 이바라키현을 벗어나지 않는 조건으로 노렌와케 점포를 내주고 있다. 2대 점장 이케다(池田)는 이바라키현 홍보팀과 인터뷰에서 "라멘을 조리할 때 향토애를 원점에 두고 생각하는 자세가 최우선이다. 이를 위해 전통을 이어갈 이타적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필수"라며 자신의 영업철학을 분명히 밝힌다.

이 라멘의 개발 점포인 다이신은 '야키니쿠(불고기) 히야시'라는 또 다른 명품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2016년에는 히타치나카시 상공회의소가 카레를 조합한 버전을 내놓고 제2의 향토라멘으로 키워 나가고 있다.

스태미나 라멘은 일본 내 여러 지역에 존재한다. 대표적인 것이 사이타마(埼玉)현 스타일이다. 1970년대 중반, 지금은 사라진 오미야(大宮)역 앞 만만테(漫々亭)가 발상지. 

이곳도 다이신처럼 소유 스프에 끈끈한 고명을 섞는다. 하지만 맛과 외관이 다르다. 고명으로 잘게 썬 돼지고기·부추·양파·마늘·생강을 사용하고, 두반장(중국식 고추장)으로 맛을 낸다. 외관도 마파두부를 닮았다.

나라(奈良)현의 종교도시 텐리(天理)에도 스태미나 라멘이 있다. 이곳은 닭 뼈 베이스의 쇼유 맛 스프에 볶은 배추·부추·마늘·돼지고기를 올린다. 2000년 지역의 한 기업이 '텐리스태미나 라멘'과 '텐스타'를 상표등록하고, 토쿄와 해외에도 진출해 있다.

이밖에 토쿄도 타마(多摩)시 카라키다(唐木田)역 부근, 오사카부 사카이(堺)시의 나카모즈(中百舌鳥)역·니가타(新潟)시 니츠(新津)역·치바(千葉)현 마츠도(松戸)시 아키야마(秋山)역 인근에도 같은 이름의 라멘이 있다.

◆이바라키현

칸토(関東)지방 북동부에 위치한 이바라키현은 전국 47개 토도후켄 중 인구 290만으로 11위, 면적 24위에 해당하는 광역단체다. 이 정도 규모의 현에 인구 30만이 넘는 도시가 없다는 것이 이상하다. 그 이유는 지역 대부분이 농촌이어서 평야나 마을 단위로 거주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농업에 천혜의 조건을 갖춘 이바라키현은 농산물 생산액이 홋카이도에 이어 전국 2위를 기록한다.

멜론이 전국에서 가장 많이 수확되고, 메이지 때부터 생산된 '미토 낫토(納豆)'는 국내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26만9000명이 거주하는 미토(水戸)시에 현청소재지를 두고 있다.

이바라키현은 1609년 에도막부를 세운 토쿠가와의 11남 요리후사(頼房)가 미토한(水戸藩)의 다이묘(大名, 영주)에 봉해지며 토쿠가와 가문의 영지가 된다. 그 후 새로운 현(県) 제도가 도입되는 1871년까지 '고산케(御三家, 장군가 핵심 3가문)'의 하나로 전국에 위세를 떨친다. 다이묘가 거주하던 미토시는 현재 이바라키현을 대표하는 상업과 서비스의 도시로 자리매김했다. 

산업인구의 약 60%가 3차 산업에 종사하고 있고, 인근 5개시 등 67만 미토 도시권의 중심이다. 미토라는 지명은 도심을 흐르는 나카(那珂)강 물길(水運)의 출입구(戸口)라는 의미다.

이바라키현에서 가장 지명도 높은 도시는 어쩌면 츠쿠바(つくば)시일지 모른다. 일본 최대의 학술연구도시로 연중 매스컴에 오르내리기 때문이다. 도시 곳곳에 국제회의장·국토지리원·측량과학관·미술관·엑스포 센터 등 학술이나 연구 관련시설이 즐비하고 항상 방문객으로 붐빈다. 

행정법상 시 전역이 업무핵도시 및 국제회의관광도시로 지정돼 있다. 2005년에는 토쿄 아키하바라(秋葉原)~츠쿠바 58.3㎞ 구간에 고속전철 츠쿠바익스프레스가 개통되어 45분이면 상대지역에 도착할 수 있다. 인구는 23만5000명으로 미토시에 이어 현 내 2위.

스태미나 라멘의 발상지 히타치나카시는 1994년 카츠다시와 나카미나토(那珂湊)시가 합병해 탄생했다. 인구는 15만5000명으로 현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다. 경계를 마주하고 있는 미토시의 베드타운이자 인접한 히타치(日立)시의 영향으로 공업부문이 발전했다. 또한 해변을 끼고 곳곳에 들어선 해수욕장이 유명하고, 국영 히타치 카이힌(海浜)공원도 이 도시에 있다. 

2000년부터 매년 8월초 카이힌 공원에서 개최되는 '일본 록 페스티발(ROCK IN JAPAN FESTIVAL)'은 일본에서 활동하는 록·팝·힙합·J-POP 가수 등 200여팀이 참가하는 일본 최대의 야외 라이브 음악행사다.

◆명소 소개

△아쿠아월드 오아라이
태평양에 면한 1만9800㎡(6000평) 규모 대형 수족관으로 '이바라키의 바다와 자연, 세계의 바다와 지구환경'이 테마. 7층 구조 건물을 9개의 존으로 구분, 총 65개 수조에 580종 6만8000점의 생물전시. 기존 오아라이(大洗) 수족관을 리뉴얼해 2002년 개관. 박물관과 과학관의 전시 기법을 채용한 신개념 시설. 박물관 존에는 세계 최대급 개복치와 상어의 박제가 있고, 어린이가 즐길 수 있는 존이 별도로 조성됨. 입장료 ¥1850. (교통편) JR 카츠다역→히타치나카 카이힌(海浜)철도 나카미나토(那珂湊)역 15분→버스로 아쿠아월드 7분.

△히타치 카이힌(海浜)공원(Hitachi Seaside Park)
아쿠아월드와 인접한 히타치나카시에 위치한 국영공원. 과거 일본군 비행장과 미군 사격장으로 사용되던 곳을 개발해 1991년 1차 개원, 그 후 수차례 확장을 거쳐 총면적 350ha 중 약 200ha(약 60만5000평) 개방 중. 공원 내부는 전망·수림·초원·백사장·서쪽·남쪽·프레이저(즐거움) 가든 등 7개 구역으로 나뉘고, 100m 관람차·수선화와 튤립 정원·바비큐시설·민가·바위정원·도예와 유리공방·사이클 센터·역사갤러리 등 볼거리, 즐길 거리, 먹거리가 차고 넘침. 입장료 ¥410. (교통편) JR카츠다(勝田)역 동쪽출구→버스로 케이힌공원 서쪽 출구 앞 15분.

△카이라쿠엔(偕楽園)
미토(水戸)시에 있는 일본 3대 명원의 하나로 국가 사적 및 명승으로 지정, 일명 토키와(常磐)공원. 11만478㎡의 카이라쿠엔과 벚꽃 밭 등을 합친 13만8493㎡(약 4만3000평)는 도시공원으로서는 미국 센트럴파크에 이어 세계 2위 넓이. 미토한(水戸藩)9대 영주가 민과 더불어(偕) 즐기는(樂)공원으로 1842년 완성, 메이지 유신 후 1873년 일반에 개방. 영주의 자리가 있던 3층 정자 코분테(好文亭)는 1945년 전쟁으로 소실된 것을 1957년 복원. 2월 매화·4월 벚꽃·5월진달래·9월 싸리나무 축제가 유명. 코분테 입장료 ¥200. (교통편) JR미토역 북쪽 출구에서 버스로 약 20분.

장범석 푸드 칼럼니스트 






장범석 푸드 칼럼니스트 bsjang56@hanmail.net

<저작권자 프라임경제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Copyright ⓒ 프라임경제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