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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국의 기관투자자 Part.3: 코스닥 벤처 펀드: 그들만의 코스닥

 

[프라임경제] 정부가 중소기업 육성과 창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2018년 출범시킨, 코스닥 벤처 펀드의 수익률이 '재앙'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이 펀드는 설정액의 50% 이상을 벤처기업이나 벤처기업에서 해체된 뒤 7년 이내의 코스닥 상장 중소·중견 기업이 발행한 주식 등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정부는 펀드의 흥행을 위해 공모물량의 30%을 우선 배정하는 특혜를 주면서 코스닥 벤처 펀드는 출시 약 100일 만에 3조원의 자금을 끌어 모으며 흥행하게 되고, 이는 고스란히 코스닥의 유동성 공급으로 이어진다.

여기서 잠시 코스닥 벤처 펀드 개념과 특징을 살펴보자면, 

△조세특례제한법상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투자금액의 10%를 소득공제 받을 수 있고, 증권 인수업무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코스닥 공모주 물량의 30%를 우선 배정받을 수 있는 펀드(투자한도는 제한이 없으나, 소득공제는 1인당 300만원까지 가능)  
△펀드 조성 후 준수기간 이내로 펀드 자산의 15% 이상은 벤처기업 신주, 펀드 자산의 35% 이상은 벤처기업·벤처기업 해제 후 7년 이내 코스닥 중소·중견기업 투자 필요 등이 있다.

이는 코스닥 중소기업, 특히 바이오 기업의 과도한 전환사채(CB) 및 종류주식(RCPS, CPS 등) 발행과 많은 기업들의 기업공개(IPO)로 연결되며 코스닥 bubble의 촉매 역할을 하게 됐다.

자산운용사 자체적으로 과도한 CB투자를 억제하자는 자성대회 같은 웃지 못 할 상황도 벌어지기 시작했다. 개인과 기관의 돈 3조를 끌어 모아서 모험자본을 만들겠다는 명분이었지만, 실제 수익률도 모험을 하는 것을 원하는 투자자는 없었을 것이다.

10월26일을 기준으로 15개 코스닥 벤처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약 –14.7%, 올해 코스닥의 고점 대비 하락율과 유사한 수준이다.

ⓒ 블랙버드 파트너스

대부분의 펀드들이 손실을 기록하고 있고, 2018년 기준으로 3~4% 정도의 수익률을 기록한 것이 현재 상위권 수익률을 기록한 곳이다. 사실상 은행의 정기적금이나 예금보다 못한 수익률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수익률 자체도 문제지만, 더욱 끔찍한 것은 추가 하락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무려 3년을 가지고 있어야 정부가 약속한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중소기업 육성 및 코스닥 시장 활성화라는 명목으로 시작한, 코스닥 벤처 펀드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일까? 개인 투자자들의 피 같은 돈을 대형주, 우량주와 같은 기업의 주식 투자를 유도해 안정적인 자산 관리 권장이 아닌, 왜 그들의 돈으로 리스크가 높은 모험 투자를 유도하는 것일까?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시간이다.

김주한 한양대학교 연구원·인터넷카페 블랙버드 파트너스 공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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