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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칼럼] '동덕여대 알몸남' 그 이후

 

이재원 청년기자 | jw5381@naver.com | 2018.11.03 21:17:37

[프라임경제] 이른 바 '동덕여대 알몸남' 사건의 범인 박모씨가 최근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지난 달 초 자격증 보수교육차 동덕여대를 찾았다가 대학원 건물과 화장실 등에서 벌거벗은 채 음란행위를 했고, 이 모습을 영상과 사진으로 찍어 자신의 SNS에 자랑하듯 올렸다가 덜미를 잡혔다.

경찰 진술에서 그는 "여대라는 특성 때문에 성적 욕구를 느꼈다"고 밝혔고, 다른 대학과 심지어 중·고등학교까지 침입해 노출사진을 촬영, 게재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기도 했다.

엽기적인 노출 행각을 벌인 범인에게 공분을 느낀 것은 물론이고, 그의 침입을 까마득히 몰랐던 학교 측의 부족한 안전관리와 늑장 대응 역시 도마에 오른 게 당연했다. 

당장 피해자나 다름 없는 동덕여대 학생들은 매일 학교에서 필리버스터와 촛불시위를 벌이고 있다.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해 총학생회가 나서 각 건물마다 카드리더기 배치와 외부인 출입관련 규정 신설, 불법촬영을 막기 위한 책·걸상 전량 교체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학생들 스스로 사건을 공론화하고 청원과 제보를 쏟아내는 동안 학교 측의 대응은 상식 이하였다. 학생들 요구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것은 물론, 약속한 공청회 일정까지 일방적으로 변경하는 등 책임 떠넘기기와 회피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최근에는 이런 학생들의 요구와 주장을 비난하는 혐오발언도 심심찮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물론 학교는 열린 공간으로 모두에게 공개돼야 하는 게 상식적이고, 누군가에게 잠재적인 위협인물로 낙인찍히길 바라는 사람은 없다.

다만 실제 일상적으로 공포와 위협을 느끼는 여성들은 '진정한 안전'을 담보받고 싶을 뿐이다. 누구도 이상을 위해 현실의 위협을 무시하라고 말할 자격은 없다.

한 재학생은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배움터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 화가 난다"고 말했다.

범인 박씨가 "성적 충동"을 운운한 여대, 여학교라는 공간은 여성을 향한 일부 남성들의 비뚤어진 인식을 여실히 드러냈다. 단지 여학교에 다닌다는 이유로 불특정 일부의 범죄자로부터 성적 대상화가 되고, 위협을 받는 현실을 눈감을 수는 없는 일이다.

박씨의 SNS 계정은 700명이 넘는 팔로워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적어도 그와 비슷한 인식을 가진 사람들이 그 수에 버금간다는 것이니, 제2, 제3의 알몸남 사건이 없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학생들의 외침은 간단하다. 그저 안전하게 학업을 마치고 사회에 합류하고 싶다는 것 뿐이다. 현실이 된 공포를 막연히 '과잉반응'으로 치부하며 맹목적으로 비난하는 것 자체가 누군가를 짓밟는 행위는 아닐까 자문해 볼 때다.

이재원 청년기자


*해당 칼럼은 사단법인 '청년과미래'의 활동으로 작성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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