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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스토리㉗] 오색 빛깔 가을의 쉼표 '마음이 가는 곳'

 

나광운 기자 | nku@newsprime.co.kr | 2018.11.05 14:00:22

은행잎을 밟으며 올 주인을 기다리는 자전거. = 나광운 기자

[프라임경제] 자연이 주는 가을의 선물은 우수와 사색 그리고 그리움이 있지만 무엇보다도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는 추억의 그리움, 그것을 꺼내게 하는 붉은 단풍이 아닐까 싶다.

그 아름다움과 그리움에 취해 만추를 즐기며 가을의 빛을 찾아 들녘을 뒤지고 그 포근함에 들어가 보는 가을 여행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새벽 물안개에 비치는 가을 색을 렌즈에 담아볼 급한 마음에 새벽에 나서는 등짝에는 무거운 장비가 주는 힘겨움과 오늘 만나게 될 늦가을의 기대감이 새벽 고속도로를 달리는 승용차의 속도를 높이게 하는 스릴을 주었다.

첫 코스는 몇 해를 벼르고 벼르던 세량지의 새벽 물안개에 비추는 가을 색을 담기 위해 화순으로 달렸다. 가을 단풍이 들면 꼭 찾아보고 싶었던 화순 세량지의 가을은 가을 새벽의 물안개를 담기 위해 달려온 사람들로 인간의 단풍이 들어 있었다.

가을의 노랗고 붉은색으로 휘감아 도는 산기슭의 작은 저수지에 피어오르는 물안개에 복사되듯 물든 가을의 색깔을 렌즈에 담는 순간 수년의 소원을 성취하는 뿌듯함에 장비를 챙기고 가을 새벽 기온에 시린 손을 녹이는 커피 한잔으로 몸을 녹이고 떠오르는 아침햇살과 함께 나주 은행나무 길로 달린다.

남평 은행나무 길의 앙상한 가로수. = 나광운 기자

나주시 남평역 부근에 있는 은행나무 길은 개인이 운영하는 농장으로 해마다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을 위해 농장주가 무료로 개방하는 곳이다.

역시 나지막한 산기슭에 넓게 자리 잡은 이곳을 들어가는 입구의 은행나무 가로수는 떨어진 은행잎이 차량으로 밟고 지나가기 민망할 정도로 수북이 쌓여 도보로 들러보기로 하고 은행 열매의 특유한 냄새를 참으며 한참을 걸었다.

사각사각 낙엽 밟는 소리에 정신을 잃고 걸어 들어온 농장은 노란색으로 물감 칠을 해놓은 듯 황홀감을 주고 이곳저곳에서 사진 속에 추억을 담는 연인과 가족들이 홀로 가을을 찾은 필자에게 가을의 그리움을 또 선물했다.

나주시에서 30년 전통을 자랑하는 곰탕 한 그릇으로 아침과 점심을 대신하면서 서울에서 단풍구경을 온 무리 속에서 지인을 만나 곰탕을 무료로 얻어먹는 횡제를 하고 그분들의 다음 목적지인 고창 선운산으로 함께 달린다.

선운산 도솔천 터널 단풍. = 나광운 기자

선운산은 필자가 해년마다 다녀온 곳으로 큰 기대보다는 그곳을 찾을 때마다 만나는 길거리 통기타 가수의 음악에 늘 설렌 곳이다.

오늘 역시 그 자리에는 통기타로 가을 음악을 부르는 그 여인이 작년 그 자리에서 붉은 단풍나무 밑에 노란 은행잎을 밟고서 '가을사랑'이라는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붉은색과 노란색 그리고 아직 물들지 않은 녹색으로 물든 도솔천을 따라 사진을 찍는 작가분과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새도 없이 인산인해를 이룬 선운사 앞을 흐르는 도솔천은 물색이 검어서 단풍색이 더 밝아 보이며 특히 이곳 단풍은 벚꽃처럼 터널을 이루고 있어서 더욱 아름답게 느껴진다.

가을을 보면서 달리는 도로옆 가로수. = 나광운 기자

일년을 돌이켜 보는 가을, 자연이 주는 선물은 신기하게도 우리 인간의 삶과 같이 흐르는 것 같다.

한장 남은 달력과 같이 마지막 남은 가을 단풍을 볼 수 있는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올 가을 마지막 잎새에 물든 단풍을 꼭 구경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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