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범석의 라멘기행] 냄비우동 닮은 '나베야키 라멘'  

2018-11-05 15:07:33

- "라멘은 국민식, 라멘을 알면 일본이 보인다"

[프라임경제] 나베야키(鍋焼き) 라멘은 질그릇 뚝배기에 부글부글 끓는 상태로 나온다. 라멘은 1860년대 일본의 개항과 함께 요코하마 등 차이나타운에서 시작된 요리다. 면을 숙성하거나 스프를 내는 방식, 챠슈 만들기, 조리법 등 요리를 구성하는 요소 대부분이 중국 식문화의 영향을 받았다. 그러나 이 라멘은 그러한 공식을 따르지 않는다.

▲나베야키 라멘. ⓒ 스사키시

닭뼈 국물로 맛을 낸 쇼유 스프, 치쿠와·파·날계란 고명 등 외관이 나베야키(냄비)우동을 떠올리게 한다. 반찬으로 단무지가 나오는 것도 그렇다. 다만 면발이 우동과 달리 가늘고 쫄깃하다. 이 경우 나베야키는 스키야키처럼 냄비에 끓이는 요리를 의미한다. 치쿠와(竹輪)는 흰 생선살 반죽을 대나무에 말아 구운 어묵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죽봉'으로 통한다.

이 라멘은 코치현 스사키(須崎)시가 지역 명물로 육성하고 있는 향토라멘이다. 발상지는 타니구치(谷口)식당. 이곳에서 닭 스프 라멘이 개발된 것은 근처에 도계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무상으로 가져온 뼈로 다시를 내고, 고기를 챠슈로 올렸다. 음식그릇이 지금은 뚝배기지만, 처음에는 철제 냄비였다. 배달 음식의 보온을 위해 특화한 것이다.

1980년 후계자 없이 점주가 사망하자 점포는 문을 닫는다. 그러나 지역민들은 타니구치를 '환상의 맛을 제공하던 전설적 점포'로 기억한다. 나베야키 라멘의 매력은 스프에 있다. 2년 이상 경과한 산란계의 뼈로 삶아내는 다시는 진하고 구수하다. 한 번 먹으면 결코 잊을 수 없다는 것이 시 홍보 담당자의 자랑이다. 2013년에는 입점 문턱이 높기로 소문난 라멘 박물관에 3개월간 특별 진출해 마니아들의 호평을 받았다.

나베야키 라멘은 스사키 시내 40곳 가까운 외식점에서 팔고 있다. 라멘 전문점은 물론, 우동 집·야키니쿠 집·일반식당·이자카야 등에서도 만날 수 있다. 모두 타니구치 식당의 전통을 잇고 있다고 자부하는 곳들이다. 그 가운데 대표적 노포가 요코마치(横町)에 있는 하시모토(橋本)식당이다. 이 곳 메뉴는 나베야키 한 가지에 흰 밥이 전부다. 술도 맥주만 판다. 보통 라멘 집에서 사이드 메뉴로 나오기 마련인 볶음밥이나 군만두가 없다. 면을 먹고 난 후 남은 국물에 밥을 말아 마무리하는 것이 제격이기 때문이다.

하시모토의 라멘은 한 식품회사가 포장상품으로 개발해 국내와 해외에 통신판매도 한다. 인구 2만이 약간 넘는 소도시 스사키가 향토라멘을 알리려 관민합동으로 팔을 걷어붙인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 선두에 코치 고속도로의 연장 개통에 맞춰 2002년 상공회의소가 발족시킨 '프로젝트X'가 있다. 그들은 '거리에 활력, 주민에게 자부심'이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홍보에 힘을 쏟는다. 또한 지역 자산으로 남기기 위해 7가지 특성을 정해 놓았다. 내용 대부분은 라멘의 재료와 용기(容器)에 관한 것으로 이미 위에서 설명한 바대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무엇 하나 소홀함 없이 '대접하는 마음'을 담을 것'을 덧붙인다. 나베야키 라멘에 대한 지역민의 자부심과 애정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스사키시에서 나베야키 라멘을 파는 업소는 입구에 공통 캐릭터가 들어간 노보리(幟, 광고 막)를 세워 놓는다.

◆코치(高知)현

시코쿠 남쪽 태평양 연안을 길게 끼고 있는 코치현은 중세 토사(土佐)국으로 불리던 지역이다. 코치(高知)시 등 일부 도시권을 제외하면 대부분 경제활동에 장애가 되는 산악지형이다. 산지비율이 89%로 전국 평균치 54%를 크게 웃돈다. 지리 특성상 농업·수산업·축산·임업 등 1차 산업이 경제의 주축을 이룰 수밖에 없는 구조다.

온난하고 다습한 해양성 기후를 활용해 가지·사자고추·생강·유자·자몽 등 원예작물 생산량 전국 1위, 피망·부추·시소도 상위권이다. '원예왕국'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이유다. 특히 코치시 토쿠다니(徳谷)지구에서 생산되는 토마토는 맛이 달고 가격이 비싸기로 유명하다. 과일보다 당도가 높아 일명 '후르츠 토마토'로 불리며 토쿄 등 대도시의 고급 레스토랑에서 귀한 대접을 받는다. 반면 공업과 상업 분야는 인구 밀집도가 낮은 이유 등으로 존재감이 미미하다.

현 전체 인구는 70만8000명. 34만의 코치시를 제외하면 5만이 넘는 도시가 없는 것도 특징이다. 현 단위 생산액이 47개 지자체 중 46위에 머물고, 1인당 주민소득은 전국 최하위권이다.

이렇듯 왜소해 보이는 코치현이 사카모토·료마(坂本竜馬)라는 불세출의 영웅을 배출한다. 1836년 토사한(土佐藩, 현 코치시)의 하급무사로 태어나 그는 뛰어난 통찰력과 신용을 무기로 막부 권력을 천황에게 되돌린 타이세호칸(大政奉還)을 주도한다. 이때부터 메이지유신으로 통칭되는 일본의 근대화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유신(혁명)의 결과물을 보지 못한 채 32번째 생일 날 자객에 의해 살해된다.

료마의 불꽃같던 일생은 150년이 지난 지금까지 많은 소설·만화·영화·게임·연극·드라마의 소재가 되고 역사 교과서에도 실려 있다. 그는 각종 조사에서 일본인들이 존경하는 역사 인물 1위에 꼽힌다. 2003년 코치현은 코치공항의 별칭을 '코치료마공항'으로 결정했다.

현청이 있는 코치시는 현 면적 4.35%에 인구 48%가 집중된 일극도시로 시코구(四国) 섬 태평양 쪽 중심 역할을 한다. 전국적으로 에도시대부터 300년 이상 이어져 오고 있는 일요시장이 유명하다. 코치성 근처 오테스지(追手筋)에서 매주 펼쳐지는 이 시장에는 농산물·동물·완구·골통품 등 주변지역 특산물이 집결한다. 약 1㎞에 이르는 도로 양쪽으로 400여개 점포가 늘어서고, 하루 방문객이 1만5000명에 이르는 등 가로시장으로는 일본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토요일을 제외한 다른 날에도 가로시장이 열리는데 요일별 장소가 다르다.

나베야키 라멘의 고장 스사키(須崎)시는 현 중앙부에 바다를 끼고 있는 도시다. JR사국 도산(土讃)선이 태평양 쪽 출도착역 쿠보가와(窪川)에서 코치로 향하는 30㎞ 지점에 위치한다. 코치시와는 42㎞ 떨어졌고, 시 영역에 6개 JR역이 있다.

◆명소 소개

△코치(高知)성
코치평야 중심부 표교 44.4m 야산에 세워진 평산성으로 일명 타카죠(鷹城, 매성)로 불림. 쵸소가베(長宗我部)에 이어 토사한의 새 영주로 봉해진 야마우치(山内)가에 의해 1601~1611년 건축. 1871년 폐성 때까지 16대에 걸쳐 영주가 통치 거점으로 삼은 곳. 토사한은 에도말기 세력이 강성한 4대 한의 하나로 메이지유신 성공에 크게 기여. 4중 망루형의 6층 구조로 에도시대 천수각과 본전이 잘 보존되고 있는 유일한 성. 천수각을 비롯한 출입문과 창고 등 15점이 중요문화재로 지정. 천수각 입장료 ¥420. (교통편) JR고치역에서 버스 10분, 도보 25분.

△히로메(ひろめ)시장
1998년 코치 시내 오비야(帯屋)쵸에 60점포가 밀집한 포장마차 상가. 선어·정육·과일·주류·반찬 등 지역 특산품과 카츠오(가다랑어) 타타키가 유명. 2016년부터 여성고객을 위한 서양풍 '히로메·바(bar)' 존에 5점포 새로 입점. 역이나 공항의 관광안내소에서 발행하는 '료마·패스포트'를 제시하면 특전을 제공하는 점포가 있음. 시장 이름은 에도말기 토사한의 중신 히로메시게아키의 저택이 있던 곳에 세워진 데서 유래. 코치의 의식주·사람과 인정·예술과 문화를 '히로메(넓힘)'하자는 것이 시장의 콘셉트. (교통편) JR코치역에서 택시 5분 또는 노면전차 오하시도리(大橋通) 정류소 도보 2분.

△아시즈리(足摺)곶
현 서남부 끝 태평양에 돌출된 '아시즈리우와(足摺宇和) 바다국립공원'의 일부. 80m 단애 주변에 열대 식물이 밀생하고 카츠오 어장이 형성됨. 미슐랭 그린가이드 일본 편에서 '아시즈리 곶'과 '아시즈리 곶에서 바라보는 바다 풍경'을 합쳐 별 2개로 평가. 에도말기 포경선 어부로 미국과 일본에서 활동하고 미국과 조약에 공헌한 나카하마·만지로(일명 존 만지로)동상이 있음. 코치현을 대표하는 관광지로 지명을 JR사국이 특급열차 이름으로 채용. (교통편) 제3섹터철도 토사쿠로시오 철도 나카무라(中村)역에서 버스 1시간 45분(¥700+IC운¥100), 택시 54분(4인 합승 시 1인당 ¥3600 정도).

장범석 푸드 칼럼니스트
장범석 푸드 칼럼니스트 bsjang5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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