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단독] 정일우 사장 거짓말 의혹? '필립모리스 말 바꾸기'

기기반납 월 정액부담 없다더니…돌연 '기기 반납도 받고 월 납입금도 상존'

강경식 기자 | kks@newsprime.co.kr | 2018.11.05 14:42:26
[프라임경제] 신형 아이코스 기기를 출시하며 관리, 유지 보수 및 교환까지 한꺼번에 묶어 12개월짜리 약정상품 출시를 선언했던 한국필립모리스가 23일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정일우 사장의 발언을 논리적으로 설명하지 못한채 출시를 강행한다. 말 바꾸기 논란이 예상된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정 사장은 12개월 약정 상품이 지속적인 흡연을 조장하는 성격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아이코스는 흡연자를 위한 대체제품이지 금연자나 비흡연자 대상이 아니다"라며 "담배를 더 이상 피우지 않는 분들이 우리의 영업대상이 될 수 없다. 당연히 기기반납 시점부터는 월 정액부담은 없다"고 단언했다.

행사 당일 이어진 추가 질의에서도 정 사장은 "우려하시는 부분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고 있다"며 "비즈니스 타깃이 흡연자라는 사실은 변함없는 필립모리스의 원칙"이라고 재차 못 박았다. 

경영진과의 반복된 질의에서도 답변의 요지는 명확했다. 정 사장과 김병철 한국필립모리스 전무는 '약정 상품 가입시 기기의 소유권은 회사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한국필립모리스가 출시를 앞두고 이같은 정 사장의 발언을 번복하기로 결정했다. 한국 필립모리스 관계자들은 정 사장의 발언이 불러온 모순에 대한 답변대신 중도 해지자의 월정액 부담이 발생한다는 사실만 반복해서 확인했고 출시를 강행한다는 입장에도 물러섬이 없었다. 

기실 Q&A에 앞서 공개됐던(중도 해지와 관한 내용이 설명돼지 않았던) '아이코스 월정액 서비스'는 금연과 거리가 멀었다. 

당시만 해도 궁극적으로 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 캐치프레이즈인 '담배연기 없는 미래'는 '아이코스로 대체된 미래'로 해석됐다. 흡연자에게 담배를 대체하는 가열담배에 대한 이미지가 그대로 투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Q&A 이후의 월정액 서비스는 아이코스를 사실상 '금연보조제'로 해석하게 만들었다. 정 사장의 발언에 따라 금연을 위해 아이코스를 월정액으로 사용하던 소비자가 금연에 성공하고 기기만 반납하면 추가 요금은 발생하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수익을 염두에 두지 않고 금연운동을 위해 아이코스를 보급하겠다는 설명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글로벌 필립모리스의 한국 지사 대표인 정 사장의 입장에서 월정액 상품이 흡연을 유지하고 조장한다는 예측가능한 논란에 대해 가장 설득력있는 답변을 한 셈. 

반면 이 답변으로 정 사장은 흡연자만 비즈니스 타겟에 포함시킨다는 필립모리스의 기조를 전달하는데는 성공했지만 월정액 상품 도입의 사업성은 난망해졌다.

우선 정 사장은 당시 비즈니스 타겟으로 흡연자와 금연자를 나눴다. 이어 '중도 금연자'는 금연 시점부터 회사의 사업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남은 약정기간 동안 월 납입 부담을 없엔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이어 정 사장은 중도금연자의 월부담 면책을 위해 '기기반납'을 조건으로 달았다. 일반적으로 반납 상황은 임대차계약에 포함된다. 따라서 기기의 소유권이 회사에 있다는 주장이 반복된 것과 같다.

또 공개됐던 월정액 요금표에서는 보증금과 별도 상품가입금을 소비자에게 청구하지 않았다. 한국필립모리스 관계자 설명에 따르면 해당 부분은 월 납입금에 인입됐다. 

결국 손실을 보지 않기 위해서는 12개월 약정 비용의 중단 손실을 중고기기로 대체해야 한다. 하지만 중고제품과 남은 약정비용의 등가교환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한국필립모리스측도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한국필립모리스 관계자는 "아이코스는 중고로 유통는데 어려움이 있어서 사실 계약 중단은 손실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정 사장의 한 마디 발언이 사실상 아이코스 월정액 사업의 사업성을 포기한다는 확언으로 이해되기 시작했다. 

짚어야 할 요소는 더 숨겨져 있다. 한국필립모리스 관계자에 따르면 "아이코스3의 사용기간은 기존 제품 대비 두배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기존 아이코스의 사용기간은 12개월로, 보증기간과 같은 기간이다. 

따라서 월정액 상품은 무상 보증기간과 중복되는 부분이 발생한다. 아이코스3의 무상보증은 12개월이다. 

월정액 예외 소비자에게 기존 무상보증(기간내 홀더 1회 무상교환) 수준이 제공될지조차 의문스럽다. 신규 유료 사업 모델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기존 보증 프로그램의 유명무실화의 가능성도 점쳐진다. 

의문들을 나열하면 월정액 사업 강행이 3천억원을 들여 국내 생산을 시작한 히츠의 내수 소비를 늘리기 위해 아이코스3의 접근 문턱을 낮췄다는 지적으로 이어진다. 

상품에 따라 1명의 고객에게 아이코스3과 아이코스3멀티 등 기기2종을 한번에 제공하는 상품도 포함돼 있기 때문에 무분별한 확산에만 집중했다는 비판에 힘이 실린다.

나아가 기존 제품에서 사용자를 특정하고 흡연환경을 관리할 수 있었던 블루투스기능이 아이코스3과 아이코스멀티에서 제거됨에 따라 의혹으로 번진다. 

오히려 1명의 소비자에게 2개의 기기를 제공하는 월정액상품 적용 모델인 아이코스3에서 블루투스 기능은 사라졌기 때문이다. 사용자가 누구든간에 아이코스3의 확산에만 집중한다는 방침으로 읽힌다.

한편 이같은 논란에도 한국필립모리스는 월정액 상품 출시를 강행할 전망이다. 

기자간담회 직후의 추가 취재 과정에서 한국필립모리스의 실무부서는 정 사장 발언의 내용을 다방면으로 해석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필립모리스 마케팅 관계자는 "사실 준비가 덜 됐던 것은 사실"이라며 "전반적인 재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관계자는 "발언 당시 질의의 취지에 대해 사측의 입장을 반영하다 보니 과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며 정 사장의 발언에 대해 해명했다. 

그러나 1일 한국필립모리스 관계자는 "본사 법무와 상의 결과 문제될 것이 없다고 판단했다"며 최종 입장을 밝혔다. 

또한 지난달 24일 곽정우 필립모리스 마케팅 본부장은 "해당 상품은 렌탈이 아닌 약정 프로그램"이라며 "중간에 해지를 원할 경우 납입한 월 이용료를 제외하고 나머지 기기 납입금을 부담하도록 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같은 입장도 현재까지 변함 없는 것으로 재차 확인됐다.

따라서 구매와 동시에 기기의 소유권은 소비자에게 넘어가게 됐다. 그럼에도 한국필립모리스는 중도금연자에게 월납입 부담을 부과시킬 예정이다. 

결국 기기 소유권에 대한 명확한 명시와 반납 조건이 월정액 계약서와 약관에 포함돼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뒤집힌 정 사장의 발언에 대해서도 추가입장을 내놓을지도 관심이 집중된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