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칼럼] 'IT 강국'에서 천대받는 IT 노동자들

2018-11-06 14:39:07

- 네이버 노사교섭 수차례 결렬···과로 강요 고용갑질 사라지길

[프라임경제] 무노조 체제로 급성장을 거듭한 국내 IT 업계에서 '노사갈등'이 화두에 오르기 시작했다. 국내 대표 IT 기업인 카카오에 지난 10월24일 처음으로 노조가 설립되면서 네이버와 넥슨·스마일게이트 등에 이어 네 번째 민주노총 노조가 만들어졌다.

앞서 네이버는 지난 달 18일까지 진행된 열 한 차례에 걸친 노사 단체교섭이 모두 결렬된 바 있다. '노조에서 회사가 수용하기 어려운 복지 제도, 경영 참여 조건을 내밀어 협상이 진전되지 못했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일각에서는 네이버나 카카오를 빼면 회사마다 분기별 매출이 1조원이 채 안 되는데, 노조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글로벌 경쟁에서 버틸 체력 관리에 소홀해 질 수 있다는 노파심도 있는 게 사실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 나가겠다는 IT업계에서 경영의 효율성을 앞세워 노사 관계 조정을 뒷전에 두겠다는 게 경영자의 입장이라면 참으로 역시대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애초에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은 채 인력을 사용해 왔다면 그 경영 시스템은 마땅히 개선돼야 한다.

올해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IT 노조가 노동자 5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4명 가운데 1명은 한 주당 평균 초과 노동시간이 12시간이 넘었다. 오후 10시 이후 야간수당 등 가산 수당지급을 받았다는 답은 10.4%, 10명 중 1명꼴에 그쳤다.

이는 대부분의 IT 기업들이 포괄임금제를 적용해 왔기 때문이다. 포괄임금제는 시간 외 근로에 대한 수당을 급여에 포함시켜 일괄 지급하는 제도다. 절대적인 근무시간에 맞춰 보상하는 것이 아니라 업무량과 작품 달성에 맞춰 보상하는 식이다.

게임 등 신작 출시를 앞두고는 3개월 이상의 고강도 노동이 일상화되는 게 보통이다. 특정 시기에 일이 몰리거나 개별 프로젝트가 끝나면 일자리도 없어지는 불안정함도 임금 수령에 대한 노동자들의 불안감을 키운다. 주 52시간 근무제 등 임금제 개선이 사회 주요 이슈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IT·게임업계 노동자들도 목소리를 내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능력과 기여도에 따라 임금을 산정할 수밖에 없는 경영자의 '업무 특수성' 입장도 납득은 되지만, 임금 산정의 명시적 기준이 없다는 점을 악용한 과중노동은 그저 '갑질'일 뿐이다.

지난 2016년 한 게임업체에서 직원 여럿이 돌연 목숨을 잃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들은 주당 노동시간이 90시간을 넘었고, 주말특근도 수시로 했다. 이들 가운데 한명은 '과로'를 인정받아 산재 처리를 받은 경우도 있었다. 

이처럼 IT산업의 노조 체결이 경영에 미칠 영향은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의 문제이다. 임금제 개선과 산업 발전은 선후를 따질 관계가 아니라 대등한 순위에 놓고 추진해야 하는 관계라는 뜻이다

IT산업을 이끄는 선진국이 되기를 바라면서 종사자들의 권리는 70년대 노동집약적 경제체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순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길 바란다.

김상희 청년기자

*해당 칼럼은 사단법인 '청년과 미래'의 활동으로 작성됐습니다.



김상희 청년기자 press@newspr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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