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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위기의 1세대 화장품 로드숍" 사드 여파·출혈경쟁 원인

스킨푸드 기업회생 절차 신청…이니스프리·더페이스샵도 '흔들'

추민선 기자 | cms@newsprime.co.kr | 2018.11.07 18:38:18
[프라임경제]  2000년대 합리적인 가격을 내세우며 주요 상권 곳곳에 들어섰던 1세대 화장품 로드숍들이 위기를 맞고 있다.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와 중국 사드 영향, H&B 스토어의 지속적인 성장세가 로드숍들의 정체기를 불러왔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8일 '1세대 화장품 로드숍' 스킨푸드가 법원에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과도한 채무로 유동성 확보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스킨푸드의 위기는 내수침체와 브랜드 간 경쟁심화, 무리한 해외 영업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스킨푸드는 지난 2013녀 1746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영업이익은 31억 가량으로 안정적인 경영을 이어왔다. 하지만 지난 2016년 사드 영향으로 매출 감소를 겪었다.

또한 중국인 매출이 늘면서 공격적으로 해외 영업을 강화했지만 이로 인해 매년 100여억원에 가까운 적자가 이어지면서 기업 회생절차까지 신청했다.

LG생활건강(051900)의 더페이스샵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더페이스샙 가맹점주 40여명은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와 국회의사당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경영난이 악화하자 본사에 대책을 요구하는 자리였다. 

로드숍 화장품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아모레퍼시픽그룹의(002790) '이니스프리' 가맹점주들 역시 본사에 온라인 판매 정책 변경을 요청하기도 했다. 본사가 온라인 쇼핑몰에서 화장품을 상시 할인 판매하면서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소비자 발길이 끊겼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가맹점주들은 인건비와 임대료는 계속 오르는데 장사는 잘 안된다며 본사 차원의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성장하는 'H&B스토어'…로드숍에는 '위기' 

온라인 쇼핑몰 외에도 다양한 제품을 테스트해보고 구입할 수 있는 'H&B스토어'의 성장도 로드숍들의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 대부분의 로드숍이 자사 브랜드 제품만을 판매하지만 H&B스토어에는 명품 브랜드를 비롯해 SNS에서 입소문을 탄 제품까지 한자리에서 구입할 수 있다. 

명동 CJ올리브영 매장을 찾은 한 고객은 "로드숍의 경우 제품을 살 때까지 직원이 붙어 부담스럽고 불편한데, 여기서는 자유롭게 테스트해보고 다양한 제품을 비교해 구입할 수 있어 편하다"고 말했다. 

이어 "로드숍의 경우 할인행사가 많지만 일년 내내 할인행사를 하는 점이 오히려 신뢰를 떨어트리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제품이 잘 팔리지 않자, 재고를 처리하기 위해 할인 행사와 이벤트를 지속적으로 진행하는 것 아니냐는 의미다.  

1세대 화장품 로드숍들이 사드여파와 업체 간 출혈경쟁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 프라임경제


이날 역시 명동 모든 로드숍들이 30~50% 할인행사 홍보를 하고 있었다. 로드숍 마다 할인행사, 1+1, 사은품 증정 이벤트 피켓을 든 직원들이 고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무리한 할인 이벤트 등 업체 간 출혈 경쟁이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고 지적한다. 이벤트가 지속적으로 진행되다보니 할인행사를 하지 않을 때에는 매출이 발생하기 힘든 구조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A로드숍을 운영하는 가맹점주는 "고객을 모으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할인행사를 지속해야 한다. 매출이 줄어드는게 보이지만, 다른 가맹점 역시 할인행사를 지속하는데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높은 중국 의존도 지적에도 "별다른 대응 방안 없어" 

할인행사에도 불구, 한산했던 A로드숍을 나와 또 다른 할인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B로드숍을 찾았다. 중국인, 일본인, 중동 관광객 등 제법 많은 고객들이 매장을 채우고 있었다. 

이 중 로드숍을 찾은 김지은(27세)씨에게 구매 의사에 대해 질문했다. 그러자 김씨는 "할인행사를 진행한다고 해서 들어왔는데, 일부 제품에 한정돼 있어 원하는 제품에 대한 할인은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할인이 되지 않아도 제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사려고 했는데 한국인을 응대하는 직원은 없는 것 같다. 고객의 입장에서 속은 기분이 들고 기분도 좋지 않다"고 얼굴을 찌푸렸다. 

이에 로드숍 직원에게 외국인관광객 중심의 홍보에 대해 물었다. 직원은 "들어오는 고객도 중국, 일본인 관광객이 60%를 차지한다. 홍보 중심이 내국인에서 외국인 중심으로 변한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내국인의 경우 테스트만 해보고 구입은 온라인몰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매장에서 온라인몰 사이트를 보며 같은 제품의 가격을 비교하는 고객도 있다.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서 외국인관광객에게 더 집중하게 되는 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이처럼 로드숍들은 내국인보다 직접 구매로 이어지는 외국인관광객 중심으로 홍보활동을 진행하고 있지만, 이들 역시 예전만큼 한국을 찾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싹쓸이 구매'로 통했던 중국단체관광객이 사드 여파로 급감하면서 로드숍들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단체관광객들이 K뷰티에 열광하면서 로드숍마다 대량 구매가 이어졌다. 중국 고객 비중이 크다보니 이들을 유치하는 것 외엔 별다른 전략이 없었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상태에서 사드 영향을 받았고, 이를 해결할 해법을 찾지 못한 것이 지금의 어려움을 만든 것"이라고 짚었다. 

한편, 로드숍들은 매년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그룹 이니스프리의 상반기 매출은 전년대비 8.4% 감소한 3223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598억원으로 12.8% 감소했다. 에뛰드는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 75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에이블씨엔씨(078520) 또한 같은 기간 매출액이 14.3% 줄었으며, 영업이익은 64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LG생활건강이 운영하는 더페이스샵도 상황은 같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2527억원으로 전년 대비 13%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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