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칼럼] 안방 뺏긴 롤드컵 '한국 e스포츠의 추락'

2018-11-08 11:20:43

[프라임경제] '주인 없는 안방 잔치'로 아쉬움이 컸던 2018 LOL월드챔피언십(롤드컵)이 지난 3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날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치러진 결승전은 중국의 IG(인빅터스 게이밍)와 유럽의 프나틱이 맞붙어 2만6000여석 규모의 관중석을 흥분으로 물들였다. 매진기록을 세운 이날의 열기는 하루 전 맞붙은 야구장에서 펼쳐진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경기를 능가할 정도였다.

무엇보다 전통의 최강자였던 대한민국 팀이 모두 탈락하고 중국과 유럽이 왕좌를 다투는 이변이 벌어졌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했다. 2013년 이후 단 한 번도 결승무대에 못 오른 적이 없는 우리나라로서는 충격적인 결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관중들은 개의치 않고 결승전 무대에 주목했다. 유럽 프리미어 리그나 월드컵 경기를 관람하듯이 E스포츠 열기가 국내에서 얼마나 뜨거운지를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순간이었다.

그럼에도 아쉬움이 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심지어 비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튿날인 4일 블리자드의 게임전시회이자 e스포츠 경기 행사인 블리즈컨에서 한 번도 우승을 놓치지 않았던 스타크래프트 종목에서 대한민국 팀은 준우승에 그쳤다.

사방에서 한국 e스포츠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e스포츠 종주국'으로 통하며 관련된 각종 세계무대에서 우승을 차지하던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이 올해 완전히 추락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추락에는 충분한 전조가 있었다. 라이벌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투자와 e스포츠를 단순한 게임으로 평가 절하하는 부정적인 인식 탓이다.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꼽히는 중국만 봐도 우리나라와 차이가 확연하다.

지난달 29일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서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중국은 3~4년 전부터 국가적으로 e스포츠 사업을 지원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협회 회장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뛰어난 인재풀을 갖추고도 시장을 고사시킬 만큼 정부의 인식이 안일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투자가 전무하다시피 하니 e스포츠 산업에 투자했던 대기업들도 하나 둘 투자를 철회하고 있다.

2000년대 스타크레프트 프로게임팀부터 투자를 해왔던 삼성이나 CJ는 2017년을 끝으로 프로게임팀에 대한 투자를 중단했다.

중국은 이와 정반대다. 특히 '자본의 힘'을 제대로 과시하며 중국 최대 게임회사인 텐센트를 주축으로 '리그오브레전드(LOL)'를 개발한 게임회사 라이엇게임즈의 지분을 전량 인수하고 해외의 우수한 선수, 코치진을 고액 연봉을 아낌없이 투자해 싹쓸이하듯 스카우트했다.

이런 자본력을 바탕으로 시장 파이를 급격하게 키우면서 올해 아시안게임에서는 아예 e스포츠가 시범종목으로 채택되기까지 했다.

비단 중국뿐만이 아니다. 미국만 해도 e스포츠를 기존 스포츠와 동급으로 대우하고 이를 산업화하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프로 농구팀이나 야구팀에 투자하는 구단주들이 e스포츠팀 육성에 투자하고 있으며, 주요 경기 시청자는 미국 프로야구 월드시리즈에 비견될 만큼의 시청자수를 확보한 바 있다.

하지만 종주국을 자처해온 우리나라의 상황은 참담하다. 지난달 23일 국감 증인으로 나선 이기홍 대한체육회 회장은 'e스포츠가 게임인가, 아니면 스포츠인가'를 묻는 질문에 "스포츠가 아닌 게임"이라고 답했다.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체육인들의 인식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셈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7 e스포츠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국내 e스포츠 산업규모는 830억원에 달한다. 전문가들의 말을 빌리자면 시장규모를 세계로 확장하면 2020년에는 1조2000억원 수준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e스포츠의 엄청난 성장 가능성과 시장성을 주목하지 않고 단순히 '게임'이라는 보수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기에 사실상 이러한 결과가 달성 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이러한 성장 가능성을 바탕으로 국내 e스포츠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정부 관계자들은 대다수가 미온적인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e스포츠는 이미 젊은 청년층 사이에서는 야구나, 축구와 같은 정통 스포츠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야구경기를 관람하러 종합운동장을 찾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e스포츠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티켓을 예매하고 찾는 관객들의 수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 

그 실례로 LOL 프로게임팀의 SK 텔레콤 T1 의 경기는 2018년 정규 시즌 매 경기 마다 표가 조기 매진될 정도로 엄청난 팬덤을 보유하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한국이 e스포츠 종주국이라고 말할 수 없다. 사실상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고 봐야한다. 그동안 공식적인 투자 없이 '맨파워'로 이뤄낸 성과가 결국 경쟁국의 조직적인 인재육성과 자본의 힘에 의해 무너지고 있는 것이 현재이다.

게임이라는 보수적인 태도를 접어두고 트렌드를 따라가려는 열린 마음으로 인재들을 육성하고 자본을 투자하여 e스포츠라는 문화 강국의 지위를 다시 찾으려는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따오는 성과물만 국위선양이 아니다. e스포츠에서도 그동안 한국의 위상을 드높혀온 관계자들도 다 국위선양을 한 사람들이다.

공식적으로 문화로 인정하고 이에 대한 투자를 하여 문화산업의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또 하나의 국위선양을 위한 주춧돌이라고 생각한다.

김태우 청년기자

*해당 칼럼은 사단법인 '청년과 미래' 활동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김태우 청년기자 press@newspr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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