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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신한은행, '최저가 낙찰제' 콜센터 업체선정 '갑질' 논란

기술평가 뒷전, 상생·근로조건 거리 먼 '하도급업체·상담사' 울상

김다빈 기자 | kdb@newsprime.co.kr | 2018.11.08 14:58:54
[프라임경제] 올해 콜센터 직원에 대한 갑질 논란으로 물의를 빚었던 신한카드에 이어 신한금융그룹 주축인 신한은행(사용업체)이 콜센터 업무에 대한 하도급업체(공급업체) 선발 과정에 기술점수를 도외시한 '최저가 낙찰제'를 도입해, '갑질 사문화'라는 꼬리표를 떼어내기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올해 11월1일부터 8일까지 진행되는 '신한은행 고객상담센터 상답업무 위탁 건(입찰부문 인바운드1, 인바운드2, 아웃바운드)'은 콜센터 상담업무를 하도급업체에 위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신한은행은 콜센터 업무와 관련 △인바운드1 △인바운드2 △아웃바운드 3가지 부문에서 3년간 공급업체들의 상담업무 위탁제안을 받았다. 예산 총액은 1090억원에 해당된다.

인바운드1 입찰부문(4개사)의 경우 △은행상품 상담 및 종합상담 수행 △인바운드 고객 대상 비대면 은행거래 안내 △근무시간은 영업일 09시부터 18시까지다. 운영규모는 650명, 3년 예산 총액은 827억원이다. 두 번째 인바운드2(2개사)는 △사고신고 등 단순상담, 무인점포 대응 △영업일 포함 심야·야간, 주말·휴일상담을 맡고 있으며 135명 규모에 채용 3년으로 예산금액은 161억원이다. 

마지막으로 아웃바운드 부문(1개사)의 업무내용은 △대고객 아웃바운드 안내부문으로 규모 85명, 102억원 예산이 책정됐다.  

◆1순위 최저가 맞춰 '낙찰가' 책정 '울며 겨자먹기'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부분은 신한은행이 규정한 '최저가 낙찰제'와 1차 기술점수평가, 2차 가격경쟁 입찰이다. 신한은행 상담업무 위탁 건에서 신한은행이 정한 하도급업체 낙찰 단계는 2단계로 구성된다. 

첫 단계는 기술평가부분이다. 신한은행 입찰 공고에 따르면 "제안서 및 제안설명회 평가를 통해 당행이 정한 평가기준에 따라 기술평가를 실시하고, 기술입찰 결과 배점한도 85% 이상인 경우 적격자로 선정되며 적격자만 가격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로 1단계 기술입찰을 정의했다.

기술입찰 이후 2단계 입찰방식은 제한적 '최저가격 낙찰제', 이른 바 '최저가 낙찰제'다. 신한은행은 "당행이 정한 예정가격인 85% 이상 금액 중 최저가격으로 입찰한 업체를 1위 낙찰자로 결정한다"며 '제한적 최저가격'을 명시했다.

즉, 85% 기술입찰 과정을 통과한 하도급업체들은 최종적으로 신한은행이 정한 낙찰하한 가격인 85% 이상에서 최저가격을 써내야 입찰에 성공할 수 있다. 
 

콜센터 위탁업체 선발 과정에서 최저가 낙찰제를 명시한 신한은행 ⓒ 신한은행


또한 신한은행이 제시한 공고에 따르면 하도급업체들은 입찰금액이 예정가격을 초과하거나 예정가격의 85% 미만으로 입찰한 회사는 우선 협상에서 제외되며, 가격입찰 2위 이하 업체는 1위 업체와 동일한 단가와 제안조건으로 계약해야 한다고 명시해 1위에서 4위가 가격이 다르게 입찰에 성공하더라도 1위 최저가격을 맞추지 못하면 계약이 불가하다고 조건을 내걸었다.  

하도급업체들은 2위 업체로 입찰이 성공하더라도 울며 겨자먹기로 1순위 최저가격에 맞춰 계약을 진행할 수 밖에 없다. '차순위자와 순차적으로 우선협상한다'고 명시한 부분은 가장 낮은 금액으로 선별된 업체 기준에 다른 협력사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업무를 위탁하지 않겠다는 무언의 압박으로 풀이될 수 있다.

신한은행은 인바운드 1부문에서는 4개사와 계약을 하며 인바운드2는 2개사, 아웃바운드는 1개사로 총 7개사와 계약을 맺는다. 이 모두가 신한은행이 정한 '최저가'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입찰을 준비하고 있는 한 공급업체 관계자는 "시대를 역행하는 방식"이라며 "'최저가 낙찰제'는 주로 공사 등 공공기관에서 주로 이용하고 있지만, 기술 영역과 같은 특수한 기술을 가지고 있는 업체 선정에서 기술점수 몇 %, 가격점수 몇 %로 합산하는 방식을 쓰지만 이번 공고는 가격만을 중시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상생이 중시되는 요즘 최저가 낙찰제는 하도급 업체 간 갑의 횡포에 휘말릴 위험이 높아 사기업들은 지양하는 분위기다. 

◆콜센터 직원 갑질 이후, 또 광풍 맞은 '신한금융그룹'

신한은행 관계자는 "최저가 낙찰제로 콜센터 위탁업체에 관한 그런 우려들은 공감하고 있지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사측은 최저가 낙찰제를 시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공정경쟁을 유도한다는 측면에서 최저가 낙찰제는 매우 긍정적일 수 있다. 하지만 주(主)가 최저가 낙찰제가 될 경우 경쟁 가격만 중시돼 상담 품질, 고객서비스는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가장 이상적인 입찰 방식은 기술점수가 가격점수보다 우위에 있는 경우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업계 한 전문가는 "최저가 가격경쟁 입찰 방식은 공급업체 입장에서 적자를 기록하더라도 신한은행이라는 대기업 커리어를 쌓기 위해 입찰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일반적인 입찰에서 과거 몇 석 이상 경험 등을 입찰 조건으로 제시하기 때문에 을의 입장인 공급업체에선 이를 알면서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한'이라는 이름이 '갑질'이라는 구설수에 오르내린 것은 비단 이번만이 아니다. 신한금융그룹 신한카드 또한 지난 7월 '콜센터 갑질 논란'으로 홍역을 치룬 바 있다. 

업계 1위라는 화려한 금자탑 뒤에 콜센터 직원들과 아웃소싱 회사들을 향한 갑의 횡포는 업계 감정노동자들의 무덤으로 회자될 정도에 이르렀다.   

신한은행과 마찬가지로 신한카드 역시 콜센터 상담 업무를 하도급업체를 통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당시 신한카드 상담사들에 대한 갑의 횡포는 큰 논란을 일으키며 여론의 뭇매를 고스란히 맞았다. 내용인 즉 협력사 상담사들이 휴가까지 반납하며 근무에 매진했지만, 돌아온 대가는 살인적인 초과 근로와 언어폭력이었다는 것이 핵심이다. 

당시 신한카드 콜센터 상담사들은 잠시 자리를 비우더라도 관리자에게 '화장실을 다녀오겠다', '물을 떠오겠다' 등의 보고를 필수적으로 해야했으며, 신한카드 관리자들은 상담사들에게 "왜 자주 화장실을 가냐, 그만 좀 가라", "너무 왔다갔다 한다" 등 기본적인 인권마저 무시하는 처사를 보였다. 나아가 상담 실적에 따라 상담사의 휴가를 제한하기도 해 갑질 논란에 부채질을 하기도 했다. 

당시 신한카드 관리자는 콜센터 상담사에게 "오늘 목표가 200개 아니냐, 200개를 달성못했다. 연차를 못쓰게 해도 법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 돈으로 주지 않느냐"라며 폭언을 일삼기도 했다. 

KBS가 보도한 신한카드의 콜센터 위탁업체 갑질 횡포 ⓒKBS


당시 신한카드 관계자는 "상담사가 자리에 없으면 다른 상담사들의 콜수가 많아져 상호 존중 차원에서 자리를 비울 경우, 상황을 서로 공유할 수 밖에 없다"며 "업계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며 방송에서 과장된 부분도 있다"고 말해 갑질이 아닌 '업계 특성'이라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상생을 외치고 있는 현실에서 공급기업들의 최저 예산가격도 파악되지 않고 진행된 제한적 최저가격 입찰은 전문직으로 인식되고 있는 상담사들의 능력과 노하우 등을 도외시한 구시대적인 선정기준의 갑질이라 평가되는 이유다.

또한 감정노동자, 콜센터 직원과 관련해 한바탕 홍역을 치른지 얼마되지 않은 신한금융그룹은 사용기업과 공급기업, 그리고 감정노동자에 대한 고질적인 갑질기업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한편, 신한은행은 오는 15~16일, 콜센터 위탁업체들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낙찰 평가를 시작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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