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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칼럼] '양심적 병역거부', 양심과 핑계 사이

 

류명환 청년기자 | press@newsprime.co.kr | 2018.11.10 19:54:17

[프라임경제] 지난 1일 깜짝 놀랄만한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현역병 입영을 거부해 병역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대법관 9(무죄) 대 4(유죄)로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해 14년 만에 첫 무죄판결이 나온 것이다.

지금까지 양심적 병역거부는 병역법 88조 1항(병역의 기피)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대부분 1년6개월가량의 실형이 선고됐다는 점에서 대법원의 이번 결정은 매우 이례적이다.

대법원은 판결 이유로 "자유민주주의는 다수결의 원칙에 의해 운영되지만 소수자에 대한 관용과 포용을 인정해야만 그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며 "국민 다수의 동의를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존재를 국가가 언제까지나 외면하고 있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어떠한 제재라도 감수하고 병역의무 이행을 거부하고 있는 이들에게 형사 처벌을 통해 집총과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 이행을 강제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되거나 양심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에 대한 위협이 된다"고 판시했다.

그렇다면 '양심의 자유'란 무엇인가? 양심의 사전적 정의는 '사물의 가치를 변별하고 자기의 행위에 대하여 옳고 그름과 선과 악의 판단을 내리는 도덕적 의식'이다.

자신의 신념과 종교에 의해 군 복무를 하지 않는다고 판단을 내리는 것은 '양심'의 영역이 될 여지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판단에서 '자신의 신념과 종교에 의해'라는 근거의 진위를 명확하게 판단할 잣대가 있어야 한다. 단순히 병역 기피를 위해 종교를 핑계로 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병역의 의무는 입영 대상자에게 큰 부담이 된다. 복무 여건도 좋지 않고,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긴 시간 동안 포기해야 한다. 앞으로 상당수 입영대상자들이 합법적 병역 기피 수단으로 양심적 병역 거부를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도입 될 대체복무제의 방향성이 중요하다. 업무 강도나 복무 기간에 따라 고의적인 병역거부를 가려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반 군대에 비해 업무 강도가 명백히 높아야 하고, 복무 기간도 어느 정도 더 길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군사적 훈련이 비군사적 훈련에 비해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든 것을 고려하면, 복무 기간을 매우 길게 정해야 한다.

또한 군사적 훈련만큼이나 중대하고 국익에 도움이 되는 임무를 할당해야 한다. 그래야 이유 없는 병역 회피를, 군 인력의 급격한 감소로 인한 인력 부족에 의한 불이익을 막을 수 있다. 지뢰제거 작업자, 조리사, 의무 보조원, 요양 보호사 등이 언급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여론의 흐름도 이런 인식에서 크게 동떨어지지 않은 분위기다. 최근 국방부·법무부·병무청 합동 실무추진단은 병역거부자 대체복무제 도입방안 자료를 발표했지만 대중의 시선은 싸늘하다.

복무기간이 3년 이하로 예상보다 짧고, 업무 강도 역시 최대 교정 및 소방 정도로 군사 복무에 비해 비교적 수월한 편이다. 과연 이 정도의 안으로 고질적인 병역 회피를 막을 수 있을까?

헌법재판소는 오는 2019년 12월31일까지 양심적 병역 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 제도를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국회는 대체복무를 도입해야할 법적 의무가 생겼다. 군 인력 감소에 따른 군사력 약화 논란과 병역의무에 대한 형평성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부디 국회가 현명한 판단을 내리길 기대한다.

류명환 청년기자

*해당 칼럼은 사단법인 '청년과 미래' 활동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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