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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무철의 일본산책] 고독사에 떨고 있는 일본 40~50대

 

오무철 칼럼니스트 | om5172444@gmail.com | 2018.11.23 10:23:33

[프라임경제] 한국 사회도 독거노인들의 처참한 주검이 뒤늦게 발견되면서 더 이상 고독사(孤獨死)가 다른 나라의 이야기가 아님을 실감케 해주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일본인들의 의식과 대응은 우리에게 흥미로운 주제가 될 것이다.

일본은 1970년대에 고독사란 단어가 등장했고 하니 꽤 오랜 역사를 가진 사회적 이슈로 보인다. 사망 원인과는 관계없이,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에 지켜보는 이 없이 외롭게 홀로 죽어 가는 방치된 죽음이 고독사다.

이미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일본은 국가 차원에서 고독사 예방에 힘쓰고 있다. 매년 늘어나는 추세의 고독사는 2017년엔 2만7000여명이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59세 이하의 고독사가 전체의 40%를 차지한다는 조사 결과로 볼 때, 현재 홀로 사는 일본의 40~50대들이 어떤 심정으로 이를 받아들이고 불안해하는지 어느 정도 짐작이 가는 바이다. 

◆40~50대 현역들의 고독사 불안과 취재 현장

최근(2018년 11월) 실시된 앙케트에서, 일본의 40~50대가 안고 있는 고독사 불안은 가족이 있든(57%) 없든(63%) 큰 차이가 없었다. 남녀별로는 여성(68%)이 남성(47%) 보다 훨씬 높았으며, 죽음 준비 또한 여성(43%)이 남성(25%)보다 더 많았다. 그 이유는 '남편이 연상이니까' '이혼할지도 모르니까' 등.

취재한 고독사 현장은, 파리가 어지럽게 날아다니고, 괴상한 냄새가 나며 물건이 난잡하게 흩어져 있어 처참하다. 특수청소업자는 "이런 장면을 대할 때마다 '이런 처참한 최후는 맞이하지 말아야지'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고독사한 50대 어느 남성의 집

특수청소원: "머리는 여기, 몸은 여기, 다리는 꺾여 있었습니다. 사인은 암. 사망 1개월이 넘어서야 발견되었는데, 자녀도 있고, 이혼하고 혼자되었다고 합니다. '몸은 쇠약해져 가는데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하고 결국 이런 모습으로 죽었구나'하는 생각에 더 할 말이 없어지더군요." 

◆40~50대들의 새로운 죽음 준비 움직임, 고독사 서바이벌

일본의 40~50대들이 '뒤처리 신세를 지고 싶지 않다' '쓸쓸한 죽음이 싫다'면서 죽음 준비를 하고 있다. 죽음 준비 세미나에 참가하거나, 가족과는 별도의 친밀한 관계를 만들어 놓고 서로의 안부를 확인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죽음 준비 사례 ○○○씨(여성, 52세) "3년 전 병으로 쓰러진 친구를 보고 내 죽음을 생각하게 되었다. 남편이 연상이니 나중에 혼자 남게 될 것인데, 보증인 없는 독거노인은 시설에서 받아주질 않는다. 그래서 건강할 때 의료?간병 체제를 갖춰 놓아야 한다. 3년 전부터 쉐어하우스를 시작했다. 목표는 간병?의료 전문가와 연계해 유사 시 도움을 받는 것이다. 스스로를 돌볼 수 없을 때, 지역사회의 힘을 빌리려면 지금부터 이런 시설에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죽음 준비 사례 ○○○씨(여성, 53세, 신문기자) "마을 전체가 내 집이다. 아예 집에서 생활하지 않고 밖으로 나돌아 다니며 사람과의 연계를 만든다. 예를 들면, 가스를 끊고 대중목욕탕에 가거나, 책을 사지 않고 북카페에 가거나 해서 연결 기회를 만드는 것이다." 

죽음 대비에 정통한 전문가는 "신원보증인이나 돌봄 회사 또는 NPO와 계약해서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스스로 의사표현을 못하게 되었을 때, 희망하는 의료나 간병에 연결하기 위해 메신저가 되어 줄 사람을 만들어 두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죽음을 직시하고 삶의 방식을 새롭게 하라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아직 시간이 남아 있는 현역일 때, 자신의 죽음과 앞으로의 삶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죽음 준비 노트를 작성하는 것이나 가족관계의 굴레를 벗어나 새로운 인간관계를 구축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혼자라는 생각에 불안할 수도 있겠지만, 좀 더 스스로를 사랑하며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남에게 신세지기 싫다는 기분(일본인들은 남에게 신세지는 일을 죽기보다 싫어함)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그때 왜 내게 말하지 않았어"하며 서운해 할 친구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친구와 만나 속내를 터놓는 세계를 만든다면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죽음을 직시하고 삶을 새롭게 바라본다. 그리고 지금을 살아간다.' 이것이 그들(일본인들)이 주고받은 결론이었다.

코칭칼럼니스트 / 코칭경영원 파트너코치 / (전) 포스코경영연구소 수석컨설턴트 / (전) 포스코인재개발원 팀장·교수 / 번역 <1년내 적자탈출. 일본의 교육양극화> / 공저 <그룹코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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