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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창조 프로젝트' 바로잡기, 최무덕 부산지하철노조 위원장

[인터뷰] 민주노조 25년 명맥+'시민의 안전방패' 자부심…부당한 운영논리에 도전

서경수·임혜현 기자 | sks@·tea@newsprime.co.kr | 2018.11.24 09:11:46

[프라임경제] 부산광역시는 이번 6월 지방선거에서 푸른 물결(더불어민주당)의 약진이 가장 두드러졌던 도시다. 지방자치제 시행 이래 굳건했던 특정 정당의 독점 아성을 시민들 스스로 처음 무너뜨리는 이변이 펼쳐졌다. 이는 부산의 정치부터 지역경제, 문화와 사회 각 영역에 대한 변혁 요청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렇게 등장한 오거돈 부산시장 체제에 대해 과감히 'No'를 외치는 이가 있다.

산하 공기업에서 이런 목소리를 내고 있으니 고액연봉자들의 적폐 행각이 아니냐는 의문부터 우선 제기된다. 하지만 시민 안전 등 전체적인 측면에서 볼 때 과연 어떤 게 진짜 적폐이고 정말로 집중할 영역인지 차분히 이야기해야 한다고 믿고,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이야기를 꾸준히 거는 이가 있다. 최무덕 부산교통공사(부산지하철)노조 위원장은 강경 일변도의 투쟁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다. 목소리를 높이는 대신 실질적 수치와 자료, 그리고 안전에 대한 열정으로 무장하고 긴 호흡의 설득과 호소로 임한다. 부산시와 공사의 임단협 '가이드라인 논란'과 압박식 협상 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그의 목소리가 단호함 대신 단정함으로 읽히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왜 공정함을 강조하는 현 정부 기조와 달리 공사가 역방향으로 가냐는 본질적 물음이었다. 그는 공사의 임단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노사간 자율성'이라고 믿는다.

최 위원장은 "노사 교섭을 과거 자율로 해왔다. 그런데 요 몇 차례 언론 보도 끝에 (사측이) 프레임에 매몰됐다. '재정문제' 해소를 위해서라는 명분에서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가이드라인을 주면서 조건을 선행 처리하자는 식으로 협상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런 사측의 태도는 잘못된 것"이라고 전제한다. 특히 그는 이것이 일회성 문제가 아닐 가능성에 대해 우려한다. 지금의 협상 공회전 상황은 '당연한 걸 받아들이라'는 압박에만 치중하고 있고, 앞으로 이런 비정상적 협상이 관행화되지 않을까 짚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는 "내년 교섭에도 이런 조건을 다는 방식으로 계속 들어올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공사가 어떤 때는 시를 이용하기도 하고(시에서 압력을 준다며 핑계를 대며 공사 측이 바라는 바를 관철하기도 하고), 시와 공사가 서로 짬짜미하기도 하는 것 아닌가 의혹이 없지 않다"고 의문을 제기한다.

현재 시와 공사, 지하철노조가 함께 직면하고 있는 부산지하철의 운영 문제점을 보면 그런 그의 해석과 의혹이 수긍되는 지점이 적지 않다.

◆Km당 근무 인력 등 열악, 그런데 사람을 줄이자고?

우선 근로 여건이 타시도 지하철 대비 너무 좋지 않다. Km당 인력을 산출해 보는 식으로, 각 지하철 관련 지역공사들의 인력의 여유 있고 없음이 객관적으로 비교될 수 있다. 열차주행거리 1000Km당 인력에서 부산은 0.28,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는 각 0.43과 0.33이었다. 같은 자료에서 대구는 0.40, 인천은 0.47으로 나왔다.  간단히 말해 같은 일 대비 인력을 타시도 대비 대단히 적게 쓰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최무덕 부산지하철노조 위원장. ⓒ 프라임경제

임금이 많다는 외부 프레임도 그야말로 계산 왜곡과 이미지 덧칠이라는 논란이 있다. 퇴직금 누진제를 2013년경까지 시행해 온 서울의 지하철 사례와 달리, 부산은 퇴직금 누진제를 2001년부터 일찍이 포기하고 대신 그 손실예상 중 일부를 임금에 반영받았다. 따라서 퇴직수당관련 누적이 10년가량 벌어진 기대이익 문제를 고려해야 온당한 비교 그림이 가능하다. 단순히 연봉 표면액이 크다는 잣대는 현상 왜곡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런 점에서 최 위원장은 더 이상의 양보 특히 불합리하고 명분이 없는 여론에 떠밀린 양보는 결국 일명 '재창조 프로젝트'의 부당한 프레임을 계속 수용하는 것밖에 안 된다고 생각한다. 시민의 안전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문제를 풀어가는 것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그가 조목조목 짚는 현재까지의 인력 관련 압박과 긴축 논리, 그로 인한 임금 관련 압력은 다음과 같다.

앞서 설명한 인력 규모와 업무상 부담 구조에서, 부산은 계속 지하철 노선들을 늘리는 쪽으로 진행 가닥을 잡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 규모를 그대로 두거나 혹은 경영의 효율 명목으로 장차 그 규모를 줄이는 시도를 한다면 운행의 질과 안전 저하는 불가피하다.

최 위원장은 "(새 노선인) 다대선(을 새로) 만들면서 신규 인원 4명만 뽑은 적이 있다. 대단히 우려스럽다. 비정규 프로젝트의 경우 앞으로 1000명을 줄여야 한다는 논리다. (현재 노동계가 전체적으로 휘말려 있는) 통상임금 (논란 정리와 그 쌓인 액수를 어떻게 재분배할지) 소송도 있고 그 결과 이를 재원삼아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는 이야기가 옳다. 그런데 이런 논의는 사측이 외면한다"고 비판했다. 또 "전임 사장 시절을 생각해 보면 재정적자가 너무 심하니 긴축재정해야 한다고만 했다. 성과급 문제까지 압박이 (사방에서) 날아왔을 테니 어떻게 보면 그 정도도 대단히 버텼던 것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결국 관료 출신의 한계가 아니었나 한다"고 회상했다.

재창조 프로젝트는 2017년 연초 등장했다.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는 이에 대해 "재창조 프로젝트는 나쁜 일자리를 창조하고 지하철을 안전 사각지대로 만드는 부실철 프로젝트"라고 날선 평가를 한 바 있기도 하다.

현재 부산교통공사는 전임 사장이 물러나고, 새 사장 후보자가 중간에 자진 사퇴한 터라, 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인터뷰에 배석했던 한 노조 관계자는 "시가 공사 노무 담당자에게 통상임금 해소 등 임금체계 개편이 이뤄지지 않을 시 임금동결을 지시해 교섭이 난관에 봉착한 것이 아닌가 우려한다"고 현상황을 간단히 요약하고 "공사 경영진은 노조에 시 지시사항 이행만 강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길게 부산지하철을 둘러싼 공사와 노조간 대립각이 오래 지속되는 상황. 주변에서는 노사간에 서로 관계를 일부 개선할 필요성을 주문하기도 한다. 최 위원장도 그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점을 느끼고는 있다.

다만 여러 난제와 부당한 각도에서의 밀어붙이기가 시도되는 상황에서 단순히 대화를 위한 대화에 집착하지 않는 게 오히려 정당하다는 것일 따름이다. 이는 민주적 노조라는 자부심에 뿌리박고 있다.

그는 "(부산지하철노조 지난날을 돌이켜 보면) 모두 30년의 역사다. 1,2,3대 때 말고 1994년 출범한 4대 노조 그리고 그 이후를 '민주노조'라고 본다면 그 중 25년의 역사인데, 그렇게(대화 그 자체에 지나치게 집착)해온 적이 전무하다"면서 다만 앞으로 특정한 계기가 있을 때 대화와 이해를 넓히는 작업에 나설 수는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노조의 존재 의의가 원래는 개별적 기업 근무자들의 이익을 관철하자는 것 즉 '이익집단의 논리'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최 위원장은 공공적 측면에서의 소임과 공기업 노조의 특별함에 늘 한층 더 마음의 무게추를 올려놓고 있다. 노사가 함께 담보하고 추구해야 할 교통이용자(시민)의 안전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한다. "우리의 사명이 공공성 지향이므로 하면 저희로서는 사측과 대화 그리고 관계 개선을 안 할 수는 없겠지만, 서로 적당히 견제하는 것을 포기할 수 없다"고 불가근 불가원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불편해도 '사장 임명 검증구멍'에 할 말 하겠다

각종 여론의 몰이해와 오해, 질타에도 뚝심있게 온당한 문제제기를 하겠다고 나서는 뱃심은 이런 스스로 옳은 길을 가고 있고, 앞으로도 옳게 가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자기각성'을 바탕으로 한다.

그런 만큼 그는 사장 선출 구조의 '구조적 한계'를 개혁하는 것을 향후 과제로 삼겠다는, 다소 쉽지 않은 이슈에도 매달릴 태세다. 단순히 임금을 더 올려받느냐 마느냐 근무 여건을 개선하는가 마느냐의 논리가 아닌 건강한 감시자이자 공익에 기여하는 공공노조 구성원들의 의의를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아울러 '버스 정책' 등 지하철을 넘어선 부산 교통의 구조적 개혁에도 힘을 다양하게 보탤 것임도 시사했다.

최 위원장은 현재의 공사 사장 선출 틀이 불공정하고, 시민사회 참여와 견제를 목말라하는 근래의 시대적 요청과 거리가 멀다고 짚는다. "공사 내에 사장 선임과 관련, 심사기구가 있다. 임원추천위원회다. 그런데 이 구성원을 시의회에서 3명, 공사 이사회에서 2명 그리고 나머지 2명은 시장이 임명한다. 그러니 사실은 4명이 시장 몫인 셈"라고 말하고 "앞으로 임추위에 시민단체에서 추천하는 자를 넣어야 한다고 본다. 노조에서 추천한 인원도 향후 포함하면 더 좋다. 그것이 최소한 민주주의적인 절차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는 "근래 시의회에서 고심 끝에 배려차원에서 시민단체 측 인사를 1명 넣은 것으로 안다"고 전제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향후 개선방향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것은 이번 연도의 사장 재공모 문제 이후에도 계속 제도 수술 필요성으로 강조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근래 공사는 대행 체제를 걷고 있다. 정경진 전 부시장이 사장 후보로 떠올랐으나 중간에 사퇴하고 재공모 절차를 밟고 있다.

아울러 최 위원장은 "(더욱이) 사장 공모에서 면접은 생략할 수 있다고 공고가 나가는 것으로 안다. 면접은 최소한의 검증 절차 아니겠나? 이런 점들을 고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라고 짚었다.

아울러 버스와 지하철 간 교통 조화 문제에 대해서도 "서병수 전 시장 시절에는 '버스 중심' 정책이었다. 이번에 오거돈 시장은 지하철 중심을 공언하기는 했다. 하지만 실제로 일을 잘 할 것 같지 않다는 걱정이 든다"고 쓴소리를 했다. 다각화되고 종합적 측면에서 교통과 안전운행의 정책 고민을 해야 하고, 그런 점에서는 적극적으로 힘을 보태고 대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칼날 위에 선 부드러운 역설남, 앞날에 눈길

최 위원장은 "부산지하철이 매표업무도 빨리 없어졌고, 부산이 (차량 운행시 앞뒤로 1인씩 타는 2인승무 대신) 1인승무 도입에 앞장서는 등 사실상 안 좋은 제도들은 처음 들어왔다"면서 "전동차 손질이 경정비와 중정비가 나뉘는데 중정비에 대한 용역 도입 등 사람을 덜 쓰는 문제에 대한 여러 도입들만 너무 빨랐다"고 회상했다.

"잘못된 정책을 가져오면서 (그 급부로) 임금을 조금 더 보전하는 데 그친 것"이라고 과거부터의 흐름을 회한과 함께 돌아본 그는 이제부터라도 시민들의 안전과 정당한 근로환경 조건 평가가 조화를 이루는 시대를 열 필요가 높다고 말했다.

내달 5일 총파업  추진이라는 비상 카드를 꺼내든 점은 물론 최 위원장과 부산지하철노조의 매력을 일부 반감시키는 비상정국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 와중에서도 끝장 대결 같은 결기어린 태도가 아닌, '미래를 볼 때' 그리고 '앞을 생각할 때'라는 희망을 계속 노래하는 모습, 재창조 프로젝트 같은 큰 물결에 맞서는 강한 노조를 꿈꾸면서도 총력 투쟁 대신 '이것이 맞지 않느냐' '이래서는 안 되지 않느냐'고 대화의 끈을 이어가려는 최 위원장의 태도는 분명 그 자체만으로도 인상적이다. 그의 열린 태도가 과연 갈등 파국 직전에 드라마틱한 협상 타결과 새 대화 기조 마련을 빚어낼까? 공기업 노사 협상의 새 전기가 열릴 가능성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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