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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저트케이크처럼 달콤한 민·관협력 신화창출, 피오레

최상의 제품 집념과 수출 적합성 알아본 중진공 도움, '실적 쑥쑥 일자리 창출'

서경수·임혜현 기자 | sks@·tea@newsprime.co.kr | 2018.11.24 13:21:30

공장 입구로 들어갔다고 바로 케이크 제조 상황을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에어샤워를 마친 후 제조공정에 다가설 수 있다. ⓒ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에어샤워 후 문을 열고 제조공정 안에 들어서자 달콤한 크림 냄새가 느껴진다. 전라북도 부안. 넓은 지평선과 산자락, 아름다운 바다를 두루 갖춘 이곳이 바로 전국적인 히트작, 쇼콜라생크림케이크의 고향이다. 아름다운 곳이지만, 공업과는 큰 상관이 없을 것 같은 이곳에 한 중소기업이 와룡봉추처럼 숨어 '한국형 디저트케이크'의 새 역사를 썼다.

피오레는 쇼콜라생크림케이크로 유명세를 얻은 농업회사법인(유한회사)이다. 근래 우유생크림케이크를 신상품으로 추가작으로 내놓는 등 라인업 구축에 부지런하다는 점도 이 같은 유명세를 더한다.

쇼콜라생크림케이크는 전국 CU 편의점에 납품돼 단일 제품만으로 100억원 매출을 올렸다. CU 편의점 올해 최고의 상품이라고 하니 그 열기를 알 만하다. 로투스비스코프생크림케이크 역시 벨기에 유명 식품기업인 로투스사와 협력해 만들어 낸 제품으로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로투스비스코프생크림케이크를 보면 피오레의 탄생과 성장, 그리고 독창적 매력이 응축돼 있다. 냉장 유통되는 점이 신기하다. 까딱 잘못 관리하면 먹을 수 없게 될 아이템이지만 전국 각지의 사람들이 이 차가운 매력에 푹 빠졌다. 편의점이라는 소비문화공간이 전국에 실핏줄처럼 퍼져 있으니 가능한 새로운 시장, 즉 과거의 빵 시장과는 또다른 디저트케이크 시장을 대변하는 제품이다.

화룡점정으로 젊은 감각으로 패키지를 구성했다. 과감한 초성 사용이 청소년들의 인기를 얻었다. 말 그대로 "ㅇㄱㄹㅇ ㅂㅂㅂㄱ"('이게 레알, 반박불가': 이것은 진짜다-진짜 맛있다-, 반박불가라는 뜻으로 이해하면 된다)다. "ㅇㅈ? ㅇㅇㅈ"('인정하느냐? 응, 인정')할 수밖에 없다.

문요환 피오레 대표가 정통 유럽 디저트케이크를 구현한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외형도 젊은 감각을 받아들여 포장하는 공을 들였다. ⓒ 프라임경제

좋은 시설에서 좋은 제품 믿음, '과감한' 새 도전

2016년도에 설립된 피오레는 벤처기업으로 지정받았다. 작고 역사가 짧은 기업. 하지만 그 뒤에는 오래 빵을 만들어온 집념과 자부심, 그리고 과거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를 열어가려는 불면의 시간이 존재한다.

양산빵 개념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양산빵은 과거 수퍼마켓 등 판매 채널을 통해 대형 공장에서 대량 생산돼 온 빵제품을 말한다. 지금도 편의점이나 마트 등 매대를 일부 차지하고 있어 만나는 게 어렵지 않다. 피오레에게는 징코 등 양산빵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계열사 즉 형제기업들이 있다. 과거 유명했던 '코알라'의 판권도 갖고 있으니 뼈대있는 집안인 셈.

그런데 대보름빵 등 이런 양산빵은 주요 채널이던 소형 가게들이 대거 사라지고 무엇보다 다양한 고급 베이커리(제과점) 브랜드들이 곳곳에 포진하는 등 시장 환경이 크게 변하면서 벽에 부딪힌다. 소비자들의 입맛이 크게 달라지고 경영 환경이 달라지면서 세가 꺾이게 된 것. 

물론 지금도 '왕년의 인기제품군'이기 때문에 시장이 작아질지언정 사라지지는 않는다. "징코 매출만 해도 2015년도 80억원선이었다"는 설명처럼 축소 상황에서도 선전하고 나름대로 큰 매출을 올리고 있었다. 하지만 점차 시장은 줄어들고, 고급화가 '대세'라는 점에 문요환 피오레 대표는 방점을 찍었다. 문 대표는 '점차 달아오르는 냄비 속에서 안주하는 개구리'처럼 편하게 있기를 거부했다. 계속 축소되는 양산빵 대신 새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길을 찾은 것.

새로 회사를 설립하고 전혀 다른 유통채널에 올라타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다행히 그런 생각의 돌파구를 뚫는 게 어렵지만은 않았다. 문 대표는 유럽 등 각지에서 열리는 해외 식품박람회 등에 2년에 한번꼴로 꼭 시간을 내서 방문할 정도로 해외 트렌드에 관심이 많았다. 그런 행사 외에도 가까운 일본은 더 자주 방문하고, 새로운 것을 먹어보는 것을 유일한 낙으로 삼는다.

로투스비스코프케이크가 완성돼 마지막으로 금속이물질 검사대를 통과하는 모습. ⓒ 프라임경제

그런 그가 디저트케이크 시장에 관심을 가진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디저트케이크는 제과점에서만 사먹는 걸로 인식되어왔는데, '편의점용 디저트케이크를 개발하면 새 길이 있겠다'는 방향으로 생각이 미쳤다. 장비와 판로 구상 등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바닥부터 꼼꼼히 챙긴 뚝심, 중진공 마중물…'양산빵의 퀀텀점프'  

문 대표는 일본 마스타익 등 다양한 회사와 연계해 공장 구축과 개발 진행에 나섰다.

이전에 양산빵을 해본 경험이 있지만, 그 저력과 자존심은 가져오되 철저히 피오레는 디저트빵을 만드는 시설이라고 초점을 맞춰 설립에 박차를 가했다. 최상의 디저트케이크 개발을 위해 기기설비를 맞춘 것.

반죽기와 절단기, 터널오븐 등을 네덜란드 하스와 일본 마스닥 등에서 들여왔다. 바닥 역시 친환경 재질로 깔아야 한다는 생각에 해외 식품기자재박람회에서 입수한 정보를 통해 네덜란드 업체에 맡겼다. 네덜란드 본사 기술자들이 한국에 방문, 바닥 마감을 전적으로 진행해 주고 돌아갔다.

터널오븐 등 첨단선진기계로 제품을 제조한다. ⓒ 프라임경제

 

"최상의 시설에서 최고의 제품이 나온다"는 문 대표의 이런 철학 실험이 성공할 수 있었던 도움 요소 중 하나로 중소기업진흥공단 전북서부지부의 지원 감각이 있었다. 설립과 초기 투자와 방향 설정 등에서 조언을 얻고자 문 대표가 중진공에 문의하고 상담한 바가 주효했기 때문. 중진공에서는 시설자금과 수출사업화자금 등으로 총 24억원을 지원, 피오레가 조기에 자리를 잡을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공장 바닥조차 친환경 소재로 네덜란드 기술진의 도움을 받아 까는 세심함이 돋보인다. ⓒ 프라임경제

실제로 피오레의 방향 설정은 틀리지 않았다. 첫해 35억원을 기록한 매출은 2018년 한해 130억원이 예상되는 수준까지 급성장했다. 당연히 고용효과(일자리창출)도 남다르다. 15명으로 시작한 피오레 직원은 근래 35명선까지 늘었다. 그야말로 폭발적인 성장세다.

디저트케이크 시장에서 국내 개척 및 석권을 사실상 홀로 이뤄낸 저력은 해외에서도 통할 것으로 기대된다. 해외 수출 요건을 맞추기 위해 'ISO22000'을 추진해 곧 획득하게 되며, 미주 및 동남아 등 다양한 시장 개척을 타진하고 있다. 추위를 이기기 위해 열량이 높은 단맛의 디저트를 좋아하는 러시아에서는 수출 바이어가 먼저 피오레를 알고 찾아와 회사 관계자들을 감격시키기도 했다.

현장 정보 융합하니 신제품 무한정…4차산업시대 제조업+빅데이터 시사점?

이처럼 성장 이야기를 써내려가고 있는 피오레의 또다른 매력이 있다. 일각에서는 빅데이터 활용과 식품의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데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고 짚는다. 흔히 4차산업혁명은 클라우드 정보, 빅데이터의 활용 등 각도에서도 논의되지만 결국 기계를 통한 정보 처리에 주안점을 두고 논의된 게 사실이었다. 그런데 피오레는 현재 다양한 제품으로 히트를 기록해 왔고, 또 두달에 한 번은 새 제품을 추가로 내놓는 등 소비자의 마음읽기에 특출한 재능을 보이고 있다.

많은 정보를 다양하게 처리해 새 길을 찾았다는 점은 단순히 '사업가 개인의 직관과 감각'이라고 얘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보기에 따라서는 다양한 정보를 빠르게 융합해 활용, 새 정보(시장이 원하는 맛과 형태) 등을 그때그때 그려내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일종의 빅데이터 모델로 주목해 볼만하다는 얘기다.

매일 새벽 4시반 일어나 6시반이면 공장에 나온다는 문 대표지만, 그저 잠을 줄이고 몸을 혹사시키라는 게 그의 모토는 아니다. "단순히 부지런하게 움직이기 보다는 "트렌드를 읽고, 시장을 읽어라" "대단한 신제품은 연구실 구석에서 앉아서 만드는 게 아니라 영업 현장에서 나오더라"라고 그는 늘 강조한다. 또한 독자적인 래시피로 제조한 '징코피오레 전용밀가루'만을 사용해 경쟁우위를 선점했다.

가장 적당한 배합비율을 찾아내 생산한 피오레 전용 밀가루를 납품받아 사용한다. ⓒ 프라임경제

이런 마인드와 시장 정보의 종횡무진 연결 기법을 앞으로 만약 기계나 AI를 통한 개발과정과 연결시킬 수 있다면 그 추가 파급효과는 또 얼마나 될까? 전북 한켠에서 일어나고 있는 디저트케이크의 달콤한 신화가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파생해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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