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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KT, 아현국사 화재에 대한 석연찮은 해명

 

임재덕 기자 | ljd@newsprime.co.kr | 2018.11.27 18:19:36

[프라임경제] 지난 11월24일, 서울 중심가의 지하통신구 통신관로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세계 최고 5G 기술력을 자랑하던 IT 강국 대한민국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KT(030200) 통신망이 망가지면서 모바일과 유선 인터넷, IPTV 등을 쓰는 21만여 가구의 통신망 접속이 끊겼고, 화재 현장 인근 경찰서의 112 통신 시스템과 병원 전산망, 무인경비 시스템도 한때 마비됐다. 심지어 통신망 장애로 제때 119 신고를 하지 못해 70대 여성이 사망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이 모든 것이 화재 발생후 이틀 동안 발생한 일이라면 믿겠는가? IT 강국을 자처하는 대한민국에서 말이다.

사흘이 지난 27일 오전 11시 기준으로 KT는 무선 96%, 인터넷·IPTV 99%, 유선전화 92%를 복구했지만, 정확한 화재 원인은 미궁에 빠진 상태다.

현재까지 알려진 것은 △지하 1층 통신구 150m 가운데 79m가량이 화재로 소실됐다는 점 △보안이 철저해 방화 가능성은 적다는 정도다. 즉, 사람의 개입 없이 원인 모를 이유로 지하 1층에서 불길이 시작됐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이를 토대로 본지는 26일 이번 화재가 지하 1층에 장착된 '특고압 설비'인 무정전전원장치(UPS) 전원배전반의 노후화로 인해 합선이 일어났고, 이 때문에 불이 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보도 근거로는 KT커머스가 화재 전날인 23일 홈페이지에 등록한 '아현국사 내 전원시설용 무정전전원장치(UPS) 전원배전반' 구매 입찰 공고문과 그에 따른 시방서(사양서)를 제시했다.

의혹은 이렇다. 화재가 발생할 무렵, KT측은 지하 1층에 배치된 UPS 전원배전반이 노후화된 것을 인지했다. 이를 교체하기 위해 구매 입찰을 진행하던 중 먼저 화재가 발생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다.

이 같은 의심은 구매 입찰 시방서에 적시된 내용만 보면 문제 될 게 없다. 노후장비 교체용을 뜻하는 '대개체'라는 말과 '지하에 배치하기 위한 조건'이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KT는 사실과 다르다고 답했다.

우선 "노후장비 교체용이 아닌 신규 배치를 위한 용도"라고 반박했다. 이에 본지는 공고문에 첨부된 시방서(견적서)를 근거로 "노후장비 교체용이 맞다"고 주장했고, 이내 "시방서 내용이 맞을 것이다. 다만, 이는 불이 난 지하 1층이 아닌 지상에 배치될 장비"라고 말을 바꿨다.

그러나, 이마저도 석연찮은 부분이 있다. 시방서에 "지하층 수배전반 내(변압기반 제외) 습기를 줄이기 위해 반마다 온도조절장치(Thermostat)를 부착한 AC 1∅220V 150W 히터(알미늄 몰딩타입)를 설치하라"는 조건이 기재돼 있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모든 의혹의 근거가 되는 시방서가 첨부된 공고문이 홈페이지에서 모습을 감췄다 다시 나타나는 일도 발생했다. 이에 대해 KT측은 "마침 보도가 나간 날 홈페이지 리뉴얼 테스트를 진행했고, 그 과정에서 '그 공지를 포함한' 일부 글이 사라졌다 다시 노출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KT의 이 같은 석연찮은 해명이 노후화된 장비의 관리부실 책임을 벗기 위한 거짓말에서 비롯된 것인지, 시방서 내용이 잘못 기재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한 가지는 명확하다. 수백만명의 대한민국 국민들, 또는 KT의 소중한 고객들이 이번 사태로 직간접적인 피해를 당했다.

KT가 제2의 아현국사 화재 사태를 막고자 하는 경각심이 있다면 이 같은 의혹에 동조는 못하더라도, 빠른 원인규명을 위해 명확하고 진실한 답변을 내놓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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