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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던스 무리수에 안일한 면죄부, 특검 와도 일사부재리?

[엘시티2019②] 은행 대출 결정시 HUG 보증관련 영향 점검할 때 고려…판례상 검토 여지

서경수·임혜현 기자 | sks@·tea@newsprime.co.kr | 2019.01.24 00:02:25
[프라임경제] 부산광역시의회의 '시민중심 도시개발 행정사무조사특별위원회' 구성이 새삼 눈길을 끌고 있다. 특위는 부산 대표 개발사업들을 다루게 되고, 활동 시한은 올해 10월까지다. 행정조사가 얼만큼 '깨알같이' 진행되느냐에 따라 지금은 사장돼 버린 '특검 도입' 이슈를 부활시킬 촉매가 될 수 있다는 기대까지도 걸어보는 이들도 없지 않다. 왜 그럴까, 그리고 그 파장은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지금까지 제기된 시나리오와 의혹들의 역조립 가능성을 짚어본다.

세간에서는 표면적으로 드러난 이장호·성세환 두 전직 BNK부산금융 회장의 무리수만을 보기 쉽다(이장호 전 회장이 엘시티와의 채널 몸통이고, 성세환 전 회장은 이 전 회장 때문에 연결돼 골프 등 여러 혜택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그리고 실제로 이 전 회장은 엘시티 청탁 문제와 관련, 2심에서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다.

하지만 250만원 상당의 상품권, 1200만원 상당의 중국 서예 작품을 받았다는 판결 인정 사실관계까지 맞추어 놓고 보면 이 거대한 그림을 난데 없이 부산은행 독단으로, 온갖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처리했다고 보기는 모호한 구석이 있다. 참고로, 부정하게 진행된 다른 말로 무리한 대출 알선의 대가는 대단히 크다. 2012년 울산지검에서 포착한 이상득 당시 의원(MB의 형) 보좌진의 대출 부정과 커미션 수수 예를 보면, 대출 조건이 안 되는 300억짜리 대출을 주선해 준 대가로 보좌관이 얻은 돈은 3억에 달했다.

함승희 전 검사의 회고에서도 동화은행장 비자금이 단순 대출 커미션 등으로 보기엔 석연찮은 규모라 정권 실세 비자금으로 추리해 밝혀냈다는 내용이 있다. 즉 대출을 힘을 써서 해 주고 은행장 등이 받을 커미션의 정가는 오래 전부터 대충 있었는데 지금 이게 맞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3000억원을 상회하는 대출, 그것도 회사 돈줄이 말라 어렵던 때의 가치를 매길 수 없다 하는 게 오히려 더 정확할 법한 거액의 대출에 그림 하나+250만원 상품권(총계 2000만원대) 등이라는 구성은 전체 얼개에서 부산은행이 갖는 비중이 의외로 작을 수 있다는 문제를 낳는다. 즉, 세간의 엘시티 이해에서 부산은행이 갖는 몫이 과대평가된 게 아니냐는 풀이를 낳는 것.

단순한 추론들만이 아니라, 청와대나 사정기관 사정에 밝은 근무 경험자들은 "투자이민제 등과 같이 보라. 더 큰 배경이 있는 것이지 결코 일개 은행이 커미션이나 특정 인간 관계 덕에 도박을 건 게 아니다. 그리고 도박처럼 보이지만 결코 위험하지 않을 일에 끌려들어간 것일 것"이라고 짚고 있다.

◆'위험한 결단 아니라는 신호=HUG' 활용?

엘시티 현장. ⓒ 프라임경제

2015년과 2016년에 이뤄진 각종 숨가쁜 대출과 보증 등에 앞서, 2013년 너무도 이례적으로 그리고 의외로 쉽게 엘시티를 대상으로 투자이민제 허용 선언이 나왔다는 점도 같이 겹쳐보자. 모 전 법무부장관은 "특혜 같은 생각이 들어서 지정을 안 해 줬는데 내가 그만 둔 후에 처리됐다"고 개탄하기도 했었다.

2013년 중앙정치권(당시 여권 및 집권층)에서 투자이민제 유치 길을 터주는 식으로 지대한 관심을 우회적으로 표명하면서 뻗어나가기 시작한 엘시티의 위세. 이 위력은 한때 금융권의 손사레와 시행사 문제로 주춤하지만, 곧 복구되기 시작한다. 부산은행이 2015년 1월 이례적인 대출을 마구 내준 것.

하지만 이 무리한 대출이 정작 분양이 문제없이 될 수 있다는, 예를 들어 HUG관련 건을 보듯이, 보증을 해줄 수밖에 없는 건이니 걱정말고 가 보자는 생각을 했다면? 저런 근거를 보면서 단행된 일이라면 혹은 강요받은 일이라면 이 무리수는 오히려 해볼 만한 도박일 뿐인 것으로, '성격'이 바뀐다. 부산은행은 일종의 피해자 내지 춤추는 곰이 되지, 결코 위험한 단독 드리블의 주인공이 아니다.

실제로 포스코건설의 2015년 4월 책임준공제 개입으로 엘시티의 기사회생은 기정사실이 된다. 당시 대단히 좋은 물건이라 안정성 문제없이 완공만 된다면 사업성이 높을 것이라는 분석이 있었는데, 이런 부동산 시장 분석이 여러 도움에 의거해 점차 실현 가능한 그림이 되어 가고 있었던 것.

그리고 정말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예상 가능한대로 보증도 잘 됐고' 그 영향과 무관치 않게 분양권 거래가 2015년 10월경부터 잘 이뤄지며 지역 부동산업계의 황금주로 엘시티가 부각된 것이다. 구조가 이렇다면 적어도 엘시티 관련 보증 무리수에 대해 이재광 주택도시보증공사 사장이 "엘시티 이전 레지던스 분양보증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이유로 엘시티만 보증이 나갔는지는 나조차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 내부감사를 시작할 것"이라고 했던 통렬한 문제 의식만이라도 유지됐어야 한다. 하지만 HUG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은행 측 판단에 작용한 HUG 보증들의 의미, 일사부재리 외의 요소

2014년의 가처분에 따른 다른 사업장에 대한 보증, 그리고 2015년 단행된 엘시티 일반 주택분에 대한 보증이 엘시티 전체에서 갖는 퍼즐 완성 중요도가 상당한 것으로 이야기를 재구성할 수 있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더라도, HUG는 그저 스토리텔링의 '거리(소재)'로 이용됐을 따름 즉 부산은행에 어떤 영감만 주는 도구에 지나지 않았을 뿐이라고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끝내 한 번은 걸러볼 수 있었던 2016년 레지던스에 대한 보증으로 쐐기를 박은 점은 도저히 이해가 어려운 부분이자, 그야말로 엘시티에 대한 해바라기 행보라고 할 수 있고 문제적이고 주체적인 부역이었다.

그러나 레지던스 보증에 대해 HUG 측에서 돌아온 답은 의례적이었다. 한 HUG 임원급 관계자는 본지의 질문들에 "보증은 적법하다는 게 감사 결과다. (다른 데와 연루돼 거론되는) 비자금 유용 등(억측과)은 HUG와 하나도 관계없다. 특검이라도 하든지 공수처 만들고 해야지"라며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였다.
 
아마도 이 관계자는 특검이 도입될 리도 난망하며 막상 특검이 임명되어도 기존에 처리된 부산은행 고위층 대출 문제를 새삼 파헤치기 어렵지 않겠냐는 점 등을 모두 고려한 것으로 추측된다. 

하지만, 일사부재리(같은 사안으로 재차 재판하지 않음) 문제에서도 이번 도시개발 특위나 특검 등이 발목을 잡힐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와 힘이 더 실리고 있다.

대법원에서는 '범죄사실'의 내용이나 행위가 별개이고, '행위태양'이나 피해법익도 다르고, '죄질'에도 현저한 차이가 있다면 동일 사건으로 보지 않는다. 이처럼 동일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라면 재차 수사, 재판에 회부해 처벌하도록 해도 이른바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그러므로 현재 엘시티 건으로 공무원이나 기타 외부 관계사 임직원 등이 가벼운 처벌을 받은 경우 혹은 무죄 판결을 받은 경우라 해도, 범죄사실의 전체 그림이 다르다고 상식상 판단될 정도로 전체적인 죄의 내용이 달라지거나 죄질 차이가 생기거나, 행위의 형태(모양)이 다른 것으로 새롭게 규명된다면 다른 죄를 묻는 등으로 처벌에 새로 나설 수 있는 것이다.

부산은행의 내부 판단이 과연 정말로 독자적인 모험심에 넘치는 일이었는지, 다양한 주변 정황에 기초한 어떤 실세와의 교류(압박)에 의한 것이었는지 혹은 그 과정에서 제시된 회유와 보장의 내용이 무엇이었는지를 규명하면 전체적인 공소사실의 동일성은 이미 대단히 달라져, 재논의 대상이 된다. 부산시를 잘 파헤치면 특검 가능성이 부각되고, 그 이후에는 일사부재리 논리로 부산은행의 행보 중 억울한 부분이 있다면 이를 가려낼 여지가 열리며 그 여파를 HUG가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나비효과'는 과연 HUG 측에 무조건 억울하기만 한 것일까? 자체 감사로 결코 이 미심쩍은 문제점을 밝힐 의지가 HUG 측엔 없어 뵈기에, 그야말로 특검 등 별개의 노력을 들여 밝혀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을 생각하면 그리고 앞의 논리들을 모두 고려하면 허무맹랑하지만은 않은 것 같다. 부산시의회는 이 큰 그림에서 첫 단추를 꿰는 일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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