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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무철의 일본산책] 일본 40언저리 세대가 무너지고 있다 ①

 

오무철 칼럼니스트 | om5172444@gmail.com | 2018.12.03 08:54:49

[프라임경제] 일본은 지금 유례없는 구인난에 허덕이고 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경제적 장기불황으로 잃어버린 20년(1991~2011년)을 겪고 있었다. 이 시기를 살아온 세대를 아라포(around forty, 35~44세)라 부른다.

혹심한 취업빙하기에 이직과 전직을 거듭하며 시대의 희생양이 된 그들이 현재 40언저리에 접어들며 큰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현재를 살아가는 한국의 젊은이들도 취업빙하기의 터널을 통과 중이다. 극심한 취업난, 불안정한 일자리, 치솟는 집값과 물가 상승에 따른 생활비용 지출로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한 채 기죽어 살아가고 있는 삼포세대가 바로 그들이다.
 
◆40언저리 세대를 엄습하는 위기, 저임금

같은 정규직인데도 버블시기에 취업한 앞 세대와 호경기에 취업한 뒤 세대는 모두 급여가 올랐는데, 유독 40언저리만 줄어들었다. 앞 세대보다 무려 23만원이나 적다. 이들은 취업빙하기(1990년~2000년대 중반)에 취업률 50%의 경쟁에 시달리며 악전고투한 세대다.

취업 시기 때문에 임금과 승진에서 격차가 생겨버렸다. 공채에 한번 실패하면 회복이 어려웠고, 정규직 입사라 해도 원하던 곳이 아니면 이직과 전직을 반복했다. 그 결과 임금 저하가 초래되었다. 버블세대가 위를 막고 있어 승진도 늦다. 때를 잘못 만난 악영향이 꼬리를 길게 드리우고 있는 것이다.

이들 중에서도 더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 비정규직들이다. 일본의 세대별 노동인구 통계에 의하면 40언저리 세대가 약 1500만 명이다. 그 중 383만 명이 비정규직. 가와사키시에 사는 스즈키씨(45)도 그 중 한 사람이다. 

"유명 사립대 이공학부를 졸업했지만, 정규직이 못되고 파견회사에 등록했다. IT 관련 7개사를 전전하다 지금은 시에서 임시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실수령 150만원의 월급은 20대 때와 큰 차이가 없다. 전직 사이트에도 등록해 보았지만 40대가 되니 매니저 경험자만 요구한다. 앞이 막막하다." 

이런 고민은 스즈키씨만이 아니다. 최근 10년 사이에 40언저리 비정규직 독신 여성은 16만명에서 52만명으로 급증했다. 그 이유는 여성 사무직 정규 채용이 격감하고 파견으로 대체되었기 때문이다.

◆40언저리 세대를 엄습하는 위기, 미혼자 급증 

2015년 통계에 의하면, 30대 후반의 나이로 미혼인 남성은 35%, 여성은 24%에 달한다. 이들 세대는 20대엔 안정된 일자리를 얻지 못해 워킹푸어를 겪었고, 30대 들어서서는 리먼쇼크로 일자리를 잃고 여기저기를 전전했다. 40언저리엔 생계를 의지해 온 부모의 고령화로 간병까지 떠맡아야 할 위기에 몰려 있다.

이들은 수입이 적어 결혼도 하지 못할 처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본 남성에겐 '종신고용', 즉 회사에 취직하면 그 곳에서 경력을 쌓고 결혼, 출산, 자기 집을 마련한다는 사회적 모델이 존재했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지금의 40언저리에게는 이것이 깡그리 무너져 버린 것이다. 

◆40언저리 세대의 새로운 위기 '7040 문제'

최근 조사에 의하면 부모에게 얹혀사는 40~50대 미혼 여성이 70%에 이른다. 독립하지 못한 40대 자녀가 70대 부모의 연금에 기대거나 간병에 쫓겨 함께 생활하게 되며 발생하는 문제가 7040문제다. 비정규직 40언저리 세대들은 숙명적으로 평생 빈곤을 피할 수 없다.

예를 들면, 현재 부모에게 의지해 살기 때문에 부모의 간병이나 의료가 필요할 때 회사를 그만두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저임금에 허덕이는데 사직하게 되면 받게 될 연금도 줄어들게 된다. 고령빈곤이 현실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는 삼포세대가 10년 후에 이런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까 싶어 심히 마음이 무거워져 온다.

코칭칼럼니스트 / 코칭경영원 파트너코치 / (전) 포스코경영연구소 수석컨설턴트 / (전) 포스코인재개발원 팀장·교수 / 번역 <1년내 적자탈출. 일본의 교육양극화> / 공저 <그룹코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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