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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건강검진] '정보는 꿰어야 보배' 韓 개편은 성공할까?

<한국①> 국가건강검진 관리 최강…DB 관리와 민간연구 연계 제고가 관건

임혜현·추민선 기자 | tea@·cms@newsprime.co.kr | 2018.12.04 01:05:32

[프라임경제] 건강‧의료보장을 위한 커뮤니티케어 밑그림이 제시되는 등 한국은 문재인 케어 실험에 돌입했다. 일본은 2060년 국민 4명 중 1명이 75세 이상이 되는 후기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 중국 역시 과거 산아제한의 여파로 유례없이 빠른 고령화를 경험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북아 3국이 '건강한 사회' 관리에 집중하고 있는 것. 특히 최근에는 국민건강이 의료보장지출과도 연결된다는 점에서 또다른 경제 현안처럼 중시된다. 의료보장 부담을 줄이기 위해 아프기 전에 미리 잡아내는 '검진'의 위상도 높아지는 상황, 지금 동북아 3국의 검진이 모색하는 바를 살펴본다.

건강검진이란 건강상태 확인과 질병의 예방 및 조기 발견을 목적으로 하는 진찰 및 상담, 이학적 검사를 비롯해 진단검사, 병리검사 등을 시행하는 것을 말한다. 건강검진기관을 통해 진행하고 무증상인 환자를 조기 발견하거나 중증질환 발생을 미연에 예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당연히 치료 효과가 극대화되고, 질병부담이 감소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런 건강검진 발달 상황 속에 우리나라의 위상은 어디쯤일까? 우리나라는 국가건강검진망을 가장 잘 마련한 편에 속하는 것으로 꼽혀왔다. 

청년&노년 사각지대 없애기, 국가검진은 '공사 중'

1980년 공무원과 사립학교 교직원을 대상으로 의료보험 건강진단을 시행한 것을 우리나라 국가건강검진 시초로 보는 게 정설이다. 주지하다시피, 공무원 및 사립학교 교직원만 대상으로 했던 의료보험이 점차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완전의료보험으로 발전됐고 그 과정에서 건강검진 역시 국가건강검진의 폭을 넓고 촘촘히 확대해 왔다.

1995년 직장검진 및 지역가입자에게 건강검진이 확대실시된 것으로 사실상 전국민 건강검진 시대가 개막됐고, 2000년에는 암검진, 2007년에는 생애전환기 건강검진과 영유아 건강검진 등으로 발전했다.

이 중 핵심으로 크게 중요하게 다뤄진 것은 심혈관질환을 비롯해 일반 질환의 관리를 목적으로 하는 '일반건강검진'과 만 40세와 66세의 '생애전환기건강진단'.

학계에서는 미국과 영국, 호주 등과 비교했을 때 가장 다양한 검사항목과 횟수를 보이고 있다는 점, 골다공증이나 신체기능, 인지기능 등에 대한 검사까지 망라하고 있다는 점 등을 특히 강점으로 꼽는다(2017년 김영식 교수 등 울산대 의대 연구진이 작성한 '일반건강검진과 생애전환기 건강진단 제공 의료인의 인식 및 태도 조사' 논문). 유사 사례가 없는 광범위한 국가검진사업을 통해 사전 예방적 건강관리로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는 것.

한국은 검진 제도가 잘 마련된 국가 중 하나로 꼽힌다. 사진은 검사를 위한 채혈 모습. ⓒ 뉴스1

제도는 좋으나 현실에서는 완전히 이행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전체적으로 볼 때 검진 후 사후관리가 이뤄지는 비율도 20%선이라는 지적도 있다.

김광수 민주평화당 의원이 금년 10월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영유아 건강검진 미수검률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07년 11월 영유아 건강검진이 도입된 후 11년이 지난 올 8월까지 영유아 건강검진 미수검 영유아는 11만7782명에 달했다. 

6세 미만(생후 4~71개월)의 건강검진 대상자 가운데 5.1%에 해당하는 영유아가 총 10차례의 건강검진(일반검진 7, 구강검진 3회) 중 단 한 차례의 건강검진도 받지 않고 피해갔다는 뜻. 김명연 자유한국당 의원이 내놓은 2017년 국가 암검진 대상자 자료도 검진에 대한 일반의 무관심을 반영한다.

이런 가운데 올해부터는 국가건강검진 주기와 대상 등에 변화 시도가 있어 주목된다.

우선 만 40세와 66세(이하 모두 만 나이 기준)에 제공하던 생애전환기 건강진단은 일반건강검진에 통합되고 일부 검진주기가 조정됐다. 아울러 노인에게 필요한 검진항목은 확대했다.

중년 이후 유병률이 높은 우울증과 골다공증의 경우 검진 기회가 확대됐다(△골다공증은 66세→54·66세로, △우울증은 40·66세→40·50·60·70세 검사로 변경). 노인신체기능 점검은 66세에서 66·70·80세로, 생활습관평가는 생애전환기 1차검진 수검자에서 40·50·60·70세로 손질됐다.

한편 이상지질혈증은 2년마다 돌아오던 검진주기를 4년으로 조정했다. 인지기능장애검사는 66세 이후 2년마다 실시해 치매조기진단 가능성을 넓혔다. 치매국가관리 정책에 힘을 보태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건강검진 결과, 고혈압이나 당뇨병 유소견자는 검진기관 뿐만 아니라 일반 병·의원에서도 본인부담금 없이 확진검사를 받고 바로 처방받을 수 있도록 해 국민들의 편의성을 증대하고 신속한 치료를 제공하도록 제도가 개선됐다.
 
또한, 그간 검진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었다는 평을 듣던 20~30대 청년도 오는 2019년부터 국가건강검진 대상으로 포함된다. 현재 '40세 이상 지역가입자 및 40세 이상 피부양자'로 돼 있던 국민건강보험법상 규정이 '20세 이상 지역가입자 및 피부양자'로 변경되기 때문.

취업을 한 청년층에서는 직장가입자라는 명목으로 검진을 받을 수 있었으나, 취업을 하지 않은 경우 이쪽에도 저쪽에도 속하지 않았던 문제가 있었다. 이 점을 고쳐 범위를 넓힌 것이다.

연이은 제도 개편으로, 20~30대 청년세대의 국가건강검진 사각지대가 해소되는 것은 물론 노년기 건강 관리에도 한층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무엇보다 영유아기부터 노년기까지 생애주기별 평생건강관리체계의 기반을 마련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 주목할 만하다.

◆'지속적 의료' 당부 경청해야…1차 의료기관 등 역량 강화 주문도

이런 제도 개편 와중에 전문가들은 생애전환기 진단이 일반건강검진으로 들어오는 등 변화 방향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김정하 중앙대병원 건강증진센터장은 "생애전환기 진단은 없어졌지만 40·50·60·70세 생활습관 평가가 추가돼 대상자 범위가 오히려 넓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풀이했다. 아울러 그는 생활습관 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현대인의 만성질환은 생활습관과 관계돼 제대로 된 사후관리를 위해서는 같은 의사에게 지속적으로 상담·교육·추적관찰되어야 제대로 관리될 수 있으며 합병증  발생을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건강검진 후 사후관리에 대한 강화 필요성과 관심 제고에 대한 요청 목소리도 높다. 사후관리율에 대한 본지의 질문에, 최승호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헬스케어연구소장은 "검진 후 결과지에 문제 소견이 나온 경우 2차 검사를 추가로 해야 하는데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 해결책으로 검사에서 문제가 나타난 사람들에 대한 관리 능력 강화를 짚었다. 그는 "데이터베이스 등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국가건강검진 대상을 넓히고 관리 방안을 더 촘촘히 하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다만 DB 관리와 지속적 의료 등 내실 관리 알맹이를 더 주목해야 한다는 당부도 뒤따른다. ⓒ 뉴스1

한편, 현재 1차의료기관들이 많이 국가검진기관으로 참여하는 변화 양상에 대해서는 지속적 의료로의 연계 필요성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관심을 모은다.

2009년 국가건강검진을 실시하는 기관이 많이 늘어나는 길이 열렸다. 임상병리실과 X선(뢴트겐선)실이 없어도 수탁검사 방식으로 국가건강검진을 시행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인데, 이에 따라 많은 의원급 병원이 검진기관으로 편입됐다. 2014년 연말 기준 일반검진기관 5288개, 영유아검진기관 3823개, 암검진기관 5872개 등 많은 기관 수가 이런 제도 개편의 결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가까운 병원에서 검진을 받을 수 있게 돼 편의가 증진됐다는 호평이 일단 높다. 내과 전문의인 신성태 위앤장신성내과 원장은 2015년 발표한 논문에서 1차의료기관 중심의 검진을 역설했다.

최재경 건국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의 경우도 "검진은 '지속적 의료'를 통해 조기 진단이라는 목적이 달성될 수 있다. 사후관리는 지속적 의료가 가능한 검진이 시행돼야 달성될 수 있다"고 전제하고 "1차의료의 역할이 가능한 의료기관에서 지속적 의료를 통해 검진이 이뤄질 때 사후관리도 잘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다만 의원급 병원이라고 모두 지속적 의료가 가능한 것은 아니니 일정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그는 부연했다.   

한편 현재까지의 제도와 앞으로의 변화 양상에서 금상첨화로 고려할 과제는 무엇이 있을까? 여러 논의와 당부 중에서도 최승호 교수의 의견이 민간검진과의 컬래버레이션과 성장 시너지를 지적한 것이라 시선을 끈다. 그는 "민간검진결과와 연구결과를 국가검진에 반영할 수 있는 구조가 되면 국가검진의 시스템이 (더) 강화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제언했다. 제도가 잘 마련돼 있고 정보가 쌓여있어도 이를 체계적으로 꿰어 관리해야 국민건강 증진이라는 보배를 노릴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건강증진 시스템 개편의 몸부림이 실효성을 얻을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이 기사는 「국민건강 증진 공공캠페인」(한국인터넷신문협회-한국의학연구소 주최)에 선정된 기획보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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