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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열전] 소금, 바람 그리고 시간이 빚어내는 최고의 '하몽'

 

송준우 칼럼니스트 | heyday716@hamail.net | 2018.12.07 16:56:55

[프라임경제] 하몽은 돼지에 따라 세라노와 이베리코로 나눈다. 일반 분홍빛 돼지로 만드는 세라노 하몽 그리고 이베리코는 털이 빳빳하고 발은 검은 이베리코(cerdo iberico) 돼지로 만든다.

서울 논현동에 있는 까리뇨는 스페인에서 공수한 이베리코 돼지로 만든 하몽을 맛볼 수 있다. ⓒ 까리뇨

베요타(belloota)는 스페인어로 도토리인데, 도축을 하기 전에 돼지들은 도토리와 풀만 먹으며 살을 찌워야한다. 이베리코는 노르스름한 흰색 마블링과 노린내가 없이 향미를 자랑한다. 이 돼지의 지방 50%는 단일 포화지방으로 이는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과 같은 지방으로 보통 돼지고기에 있는 동맥경화를 부르는 지방과 다르다.

훌륭한 하몽 이베리코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소금, 바람 그리고 적절한 시간이 알맞게 스며들어야 한다. 돼지 뒤 허벅다리에 소금으로 염장한 후 보통은 1년 정도를 숙성하지만, 고급 하몽은 14~28개월 정도 소요된다.

숙성기간이 길수록 돼지기름 향기가 독특해지고 고기 맛도 훨씬 깊어진다. 스페인에서는 성탄절이 되면 집집마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다리 하나씩을 들고 가족과 함께 즐긴다.

한때 유럽에서 마지막까지 이슬람 세력이 남아있었던 지역이 이베리아 반도, 스페인이다. 당시 기독교인들은 무슬림과 전쟁하는 도중 전투식량으로 잘 상하지 않고 소금이 있어 덥고 건조한 기후를 이기기 위한 식량으로 하몽을 가지고 다니며 싸웠다.

전쟁이 끝난 후 일부 무슬림들은 기독교로 개종 후 계속해서 스페인에서 살게 됐다. 스페인어로 작은 무어인을 뜻하는 모리스코(morisco)라 한다. 이 모리스코인들은 더 이상 이슬람을 믿지 않는 것을 증명해야했다.

종교상의 이유로 먹기 않았던 음식 돼지를 먹는 것을 보여줘야 했고 일부러 집 밖에서 돼지를 몰면서 요란하게 잡고 하몽을 만들어 먹었다. 지금도 스페인에서는 항상 돼지를 밖에서 잡는 전통이 남아 있다.

송준우 칼럼니스트 / 다음 라이프 칼럼 연재 / 저서 <오늘아, 백수를 부탁해> <착한가게 매거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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