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무철의 일본산책] 일본의 뇌관, 40언저리가 무너지고 있다 ②

2018-12-07 17:55:39

[프라임경제] 일본은 지금 아라포(around forty, 35~44세), 즉 40언저리 세대가 경제적 빈곤 때문에 무너져 가고 있다. 취업빙하기를 헤쳐 나오면서 겪게 된 꼬리 긴 악영향 탓에, 호황기인 지금도 결혼과 출산, 양육을 포기하고 살아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70대 부모의 간병과 경제력 없는 형제의 부양 책임까지 떠맡아야 하는 심각한 지경에 처해 있다. 

◆40언저리 세대, 미혼자가 급증하고 있다

일본은 전 연령층이 높은 미혼율을 기록 중이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40언저리 세대의 미혼율이 두드러진다. 이유는 돈이다. 40언저리 남녀 모두 비정규직이 많고 수입이 적다. 결혼 비율을 보면 정규직은 70% 이상인데 비정규직은 30%에 머물고 있다. 그래서 40언저리는 맞선 때 결혼 상대의 경제력을 요구하는 경향이 짙다. 그러다 보니 결혼 상대를 만나기 힘들어지고 미혼율이 높아졌다. 결혼할 여성에게 경제력을 요구한다는 의식 조사에서 1992년 26%였던 것이 2015년에는 40%를 넘었다.

결혼하는 인구가 줄면 자연히 출산율도 저하된다. 부모세대와 자녀세대에 비해 40언저리의 출산율은 현저히 낮다. 이건 연금, 의료, 간병의 사회보장체계 자체를 뒤흔드는 심각한 사태라 아니할 수 없다. 태어나는 아이들이 장래 연금을 지불하고, 세금을 내게 되니까. 고령자를 부양할 비용 부담자가 감소한다는 것은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43세 여성] "3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결혼 준비 중이다. 나는 연하이면서 연봉 6000만원 정도의 정규직을 원한다. 그러나 상대는 30대를 원한다. 나는 40이 넘도록 결혼은 꿈도 꾸지 못했다. 단기대를 졸업하고 취업빙하기에 170만원을 받는 비정규직이었다. 1년 후 정규직이 되어, 자격증 취득에 돈과 시간을 투자하고 잔업도 마다 않고 일에 몰두했다. 그런데 37세 때 나이 들면 난자의 노화로 아이를 낳기 힘들다는 충격적인 뉴스를 접했다. 지금까지 결혼하려고 500만원 이상을 투자했지만 아직 파트너를 만나지 못했다." 

[39세 남성] 취업빙하기에 비정규직을 전전했다. 지금은 고향에서 70대 노모와 함께 살며 음식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3년 동안 결혼하려고 노력했지만 아직 상대를 찾지 못했다. 결혼 조건은 연봉 5000만원 이상, 전문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을 원한다. 불리한 조건의 여성과는 사귀고 싶지 않다." 

◆40언저리 세대, 형제 부양 책임으로 함께 무너져 갈 위기 

부모와 동거중인 자식이 최근 10년 사이 40%나 증가해 대략 300만 명에 달한다. 70대 부모와 40대 자녀가 함께 살게 되면서 7040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7040문제란, 생계 능력이 없는 40대 자녀가 70대 부모의 연금에 기대 살거나, 부모의 간병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게 됨으로써 발생하는 빈곤 문제다. 그런데 더 심각한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 40언저리 세대가 형제의 부양까지 떠맡게 되면서 함께 무너지게 생겼다는 것이다.

[45세 남성] "취업빙하기에 취업했지만 회사가 도산해 비정규직을 전전하고 있다. 노모와 형을 부양하려고 아르바이트를 4개나 하고 있다. 고향엔 50이 넘은 형이 있다. 2년 전 70 노모가 치매에 걸려 형이 사직하고 간병 중이다. 현재 형은 노모의 연금에 기대 생활하고 있다. 간병이 끝나도 무직인 형을 내가 돌봐야 한다는 것에 부담을 느낀다." 

[43세 남성] "30대 후반 동생이 비정규직을 전전하고 있다. 지금은 엄마에게 기대고 있지만, 엄마가 죽고 나면 나한테 올 것 같아 걱정이다. 형제가 아니면 바로 끊어 버릴 건데." 

◆불우한 40언저리에게 어떤 지원이…

40언저리를 위해 국가와 지자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고용 개선을 위한 기금 신설, 커리어 카운셀러 배치, 특화된 취업지원 프로그램 신설, 비정규직 독신 여성을 위한 강좌도 시작했다. 이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기업에겐 최대 60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한편 AI 빅데이터에 근거한 맞선을 제공하는 결혼상담소도 등장했다. 최근 6년간 40언저리 세대 269명의 결혼을 성사시켰다는 희망적인 소식도 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결 같이 말하고 있다. 이들이 빈곤의 구렁텅이에 빠지기 전에 국가가 적극적인 지원 정책을 펴서 사회의 일원으로 당당히 한몫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코칭칼럼니스트 / 코칭경영원 파트너코치 / (전) 포스코경영연구소 수석컨설턴트 / (전) 포스코인재개발원 팀장·교수 / 번역 <1년내 적자탈출. 일본의 교육양극화> / 공저 <그룹코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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