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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문가여도 안 부끄러워? 코레일 탈선 부른 '슈퍼 낙하산' 논리

장관과 청와대는 진화 기류지만…안전은 뒷전 '통일+철도'만 집중? 제2 논란 우려까지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8.12.10 17:23:08

[프라임경제] 8일 발생한 강릉선 KTX 탈선이 화제다. 복구는 됐지만, 사고의 원인과 책임 문제가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것.

특히 이번 사안을 놓고 비전문가 낙하산 사장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물론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은 오래 낙하산 문제에 시달려 왔다. 하지만 이번 사안을 보면 많은 비전문가 중 하나의 문제로 치부하기 어려운 특이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하 40도 버틸 수 있는데 '대범하고도 비전문적 답변', 왜?

오영식 사장은 이번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코레일에 자리잡은 386정치인 출신이나 철도에는 전문성이 없다.

물론 현직 오 사장만 낙하산 문제를 빚은 것은 아니다. 철도청이 2005년 공사화된 후, 사장직은 줄곧 외부 차지(정치인 몫)가 됐다는 비판이 있었다. 따지고 보면, 민영화 이후 역대 코레일 사장들은 신광순 초대 사장과 최연혜 6대 사장을 빼고는 모두 철도와 무관했다. 최 전 사장의 경우도 정치권 관련 경력과 공고 과정에서의 심사 잡음이 있어 순수 내부인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실 사장이 거의 대부분 매번 대선 결과 등 정치적 상황에 따라 '정권의 전리품'처럼 부임하고 떠나는 상황에서 오 사장만 비전문가 지적을 받는 게 타당하냐는 지적은 일견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조용히 자리를 지키는 비전문가와 비전문성에도 폭주하며 좌충우돌하는 것은 다르다는 또다른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달만 해도 일주일 새 6건의 열차 사고가 발생했다. 서울역으로 진입하던 KTX가 굴착기와 충돌해 작업자 3명이 다쳤고, 오송역 KTX 단전 사고로 열차 129대가 운행에 차질을 빚는 등 심각하다는 여론이 비등했다.

그 전에는 오영식표 코레일과 고속철도가 평온했지만 근래 갑자기 피로현상이 일어난 것도 아니다. 시곗바늘을 앞으로 조금만 돌려봐도 그가 등장한 이후 일어난 KTX 등 관련 대형 잡음을 금세 찾을 수 있다.

7월29일 밤~30일 새벽 KTX 20여대 등 고속열차가 대거 연쇄 지연 운행돼 충격을 던져준 것. 단순히 신호기 고장으로 인한 불가항력으로 보기에는 드러난 문제점이 많다는 본지의 언론의 비판이 있었으나, 코레일 측에서는 파장을 덮는 데에만 급급했다.

이런 문제를 정부도 모르지 않는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5일 직접 코레일을 찾아 "종합 개선책을 준비하라"고 했다. 하지만, 불과 사흘 만에 강릉에서 더 큰 이번 사건이 터진 것이다.

이런 터에 비전문성을 스스로 드러내는 경솔한 발언까지 문제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오 사장은 8일 사고 현장에서 기자들에게 "이번 사고는 기온 급강하에 따라 선로에 문제가 생겼을 수 있지 않을까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한파가 선로에 영향을 줄 수는 있다. 하지만 사고 당일 추위 정도로 사고가 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사고 원인으로 지목됐던 선로 전환기도 최소 영하 40도에서도 견딜 수 있다).

오 시장 논리대로라면 시베리아에서는 매번 기차가 탈선하는 게 맞다는 논리라며 여론이 당장 비등했다. 급기야 오 시장은 다음 날인 9일 사고 현장을 방문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에게는 "자체 조사 결과 선로 전환기 회선 연결이 잘못돼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고했다. 자신의 '기온 급강하 사고설'을 하루 만에 철회한 셈.

통일철도 밀어붙일 힘 있는 인물, 연이은 사고와 질책도 모르쇠

오 사장 자신이 최근 3주간 11건의 KTX 등을 포함한 열차 사고가 발생하면서 연거푸 사과를 하는 수모를 직접 겪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용감한 발언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오영식 코레일 사장. ⓒ 뉴스1

11월22일 국회 국토위에 출석해 "민께 큰 불편과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고, 이후 23일 코레일 서울 사옥에서, 28일 국회에 출석해 다시 사과한 오 사장은 왜 비전문성이 금방 탄로날 해명성 발언을 언론에 내놓는 행보를 왜 택한 것일까? 코레일에 해가 되는 행동을 수장이 고의로 저지른다기 보다는 내부 및 외부의 견제나 질타가 크게 무섭지 않아서가 아닐까 풀이하는 시각이 대두된다.

통일 준비와 관련, 기차 연결(시베리아철도 등과의 연결)이 중요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힘이 있는 인물인 오 사장이 자리에 있는 상황이 오히려 외부 질책에 대한 피드백과 경각심을 약화시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다른 쪽이 더 다급하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9일 오전 KTX 탈선 사고 현장을 찾은 가운데 이 총리의 질책 기조를 재확인하고 책임 추궁을 강력히 할 뜻을 나타냈다.

그는 "총리께서 3일 전 코레일 본사까지 내려가서 강력하게 질책하고 사고 재발방지를 강력하게 지시했음에도 이런 사고가 다시 발생한 데 대해서는 더 이상 좌시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9일 말했다.

김 장관은 결과에 응분의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는 점도 덧붙였다. 그는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에서 근본적인 진단을 내려주시기 바라고 결과에 따른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현미 장관과 청와대 등도 고개 숙였지만…마음은 콩밭에?

청와대도 걱정스러운 기류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강릉 KTX 사고와 관련, "안전권을 국민의 새로운 기본권으로 천명하고 있는 정부로서 참으로 국민께 송구하고 부끄러운 사고"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세월호 참사와 그 처리 과정에서 지난 정권이 급격히 신망을 잃고 퇴장한 뒤 들어선 점을 상기해 볼 때 대단히 의미심장하다.'문재인 정부도 안전 불감증에서는 오십보 백보'라는 류의 비판에 대단히 민감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김 장관도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남의 일처럼 이야기했다는 일부 언론의 지적이 나오고 있고, 문 대통령의 태도 역시 정작 마음은 따로 콩밭에 가 있다는 비판을 낳는다.

문 대통령은 "우리의 교통 인프라가 해외로 진출하고 있고, 더욱 활발한 진출이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마당에 민망한 일"이라며 "국토부는 이번 사고 뿐만 아니라 최근 크고 작은 철도 사고가 잇딴 사실을 중시해 철저한 사고 원인 규명과 함께 재발 방지를 위한 분명한 쇄신 대책을 마련해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지나친 행간 풀이일 수 있겠으나, 막상 통일 등 대외적 진출에 국내 사고가 걸림돌이 되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속내가 아니냐는 지적에서 청와대 역시 자유롭지 못한 것.

안전을 가장 중요한 기본 전제로 보고 그에 맞는 조직 운영을 할 인사를 택해야 한다는 요청에 이번 정부 역시 관심이 없을 뿐더러, 오히려 통일과 대북 제재 완화 등 더 큰 그림에만 매몰돼 철도와 철도 안전을 도구로만 보고 있다면 이는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단순히 논공행상으로 와서 조용히 있다 가는 낙하산이 아니라, 모종의 중요한 일을 뒷받침할 '슈퍼 낙하산'이기에 계속 안전 불감증 행보를 할 수 있고, 그게 이번 일 같은 폭주 결과물로 이어지지 않을지 우려를 낳는다.

매번 논란을 빚어온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을 경질하지 않는 등 '지금 밀리면 안 된다'는 문재인 정부의 인재 활용 논리를 살펴 보면 그런 우려에도 일리가 있다. '김현미+오영식 동반 경질 필요성' 등 비판이 이번 일로 일고 있으나, 막상 그 실현 가능성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견해 또한 적지 않은 것이다. 안전 불감증 면죄부가 오영식 코레일호에 주어진다면? 그런 잘못된 신호를 코레일과 우리 사회가 받을 때 그 여파는 어떻게 나타날까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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