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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매각 보류' 교보생명…이제 숨은 답은 '신종자본증권'

늦은 차익보전 혹은 빠른 제3자 매각 모두 자금 마련 대책 절실 배경

임혜현·하영인 기자 | tea@·hyi@newsprime.co.kr | 2019.03.13 08:08:56
[프라임경제] 최근 교보생명이 재무적 투자자(FI)들과 샅바싸움을 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이 쥐고 있는 지분을 어떻게 정리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창재 교보생명 대표는 임원들에게 업무에 충실해 줄 것을 당부하는 한편 풋옵션(특정 가격에 주식을 되파는 권리) 문제 등 현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전달했다.

사모펀드 어피니티를 포함한 FI들은 교보생명이 상장을 마냥 미뤄 지쳤다는 입장으로, 풋옵션을 행사하겠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바 있다. 풋옵션 행사가는 40만9000원이 될 것으로 전해졌다.

당연히 신 회장 측은 FI가 제시한 풋옵션 가격이 과도하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그저 액수의 높낮이만이 아니다. FI들이 지난 2012년 교보생명의 주식을 사들인 가격인 24만5000원에 그대로 처리하려 해도, 답이 마땅찮다는 소리가 여러 곳에서 나온다. 

기존 FI들이 지체된 기간의 손실분 만회치(간단히 말해 이자)를 모두 포기할지도 의문이지만, 이 가격을 최종안으로 잡으려면 물량을 받아줄 이들(매수자)이 나서야 한다.

그런데 근래 생명보험업계에 대한 매력도가 일정하게 높은지, 또는 과거 대비 높아지고 있는지를 보면 답은 회의적이다. 예를 들어, 유력 생명보험사인 삼성생명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6배로 과거 2017년의 0.8에 비교하면 매력이 오히려 떨어진 상황이라는 것. 

교보생명의 경우도 FI들은 한창 고가에 지분을 인수했다고 볼 수 있다는 해석이다. 덧붙이자면, 현재 기업공개(IPO)가 하반기에 성공적으로 진행되는 경우 주당 가격은 20만원 내외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돈다.

◆피하고 싶었던 IPO? 그래도 결국 답은…

어쨌든 FI와의 신뢰 회복이 선행돼야 IPO를 무사히 추진할 수 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과 교보생명 측이 근래 FI 문제 해법으로 모색하는 방안으로 금융지주사들과 접촉한 것으로 이달 초 알려지기도 했다. 신 회장 보유 지분 등과 한꺼번에 넘기겠다는 '큰 그림'이라고 할 수 있는데, 금융지주사들이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는 회의적 시각이 당초 따라붙었다.

12일경 금융계에서 나도는 바를 정리하자면 교보생명 측은 △자산담보부채권(ABS) 발행을 통한 유보화 △제3자 매각 △기업공개(IPO) 후 차익보전 등을 중점적으로 FI 측에 제시했다. 지분공동매각 카드는 결국 빠진 것으로 전해진다.

교보생명의 IPO 추진과 함께 FI들의 엑시트를 추진해 줄 자금 마련 방법 중 무엇이 좋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사진은 봄을 맞아 싯귀를 새긴 현수막이 내걸린 교보생명 건물. ⓒ 교보생명


과거 IPO는 언젠가 해야 할 일로 꼽혔지만, 한편으론 신 회장이 크게 달가워하지는 않을 안건으로 해석됐었다. 신 회장의 지분율이 크게 높지 않아서다. 물론 IPO를 단행함으로써 IFRS17 도입에 대비한 자본 확충은 충족할 수 있다. 

하지만 자본 확충을 위해서는 구주 매출만 진행할 수는 없다는 것. 이렇게 되면 가뜩이나 높지 않은 신 회장의 지분율이 추가로 하락할 위험이 있고, 경영권에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경우의 수로까지 이어진다는 얘기다.

하지만 결국 차일피일 미루던 IPO가 가장 좋은 방법이 되자, 일단 이를 할 것이라는 전제 하에 일을 풀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 자금 회수안 여러 가지 중에 어떤 것이 가장 좋을지 협조해 달라'고 일을 벌여야 하는 것.

교보생명은 2017년 연말, 크레디트스위스(CS)에 맡긴 컨설팅 결과를 받았는데, 이 당시에도 "다음해(즉 2018년) 연중에 IPO하는 방안이 최선"이라는 결과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FI들은 상장 전 교보생명과의 협상을 통해 한국을 탈출하는 것을 가장 바라지만, 현재로서는 그런 엑시트 협상이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근래 신 회장 측이 제시했다는 3가지 방안 중에 FI 보유 지분을 제3자에게 매각하는 안은 조금 어렵다는 점은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다.

남은 방법들은 IPO를 성공시키는 것을 FI들이 공감대로 받아들일 때 빛이 나는 안건들이다. 예를 들어, IPO를 잘 한 다음에 차익을 보전해 주겠다는 방법을 FI들이 받아들이면 그나마 주당 가액이 각종 상황 등을 반영, 오를 여지가 생긴다고 할 수 있다. FI들이 불필요하게 중재소송의 강력한 추진 등 외나무다리로 치닫지 않는다는 믿음이 시장에 생길 때 효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

이는 ABS 발행을 통한 유동화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이것 외에 다른 방편을 구사할 여지는 없는 것일까? 과거, 일각에서는 교보생명이 배당성향을 늘리고 신종자본증권을 확충하는 방식으로 자본 건전성을 확대할 수도 있다고 점쳤었다. 이 불씨는 과연 완전히 꺼진 것일까? 

IPO 안 할 수는 없다 공감대, 문제 풀 방편은 스텝 바이 스텝?

지난 1월 임준환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등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K-ICS 시행에 따라 보험사들의 자본관리에 선진화된 방식을 도입해야 하는 건 맞다.

임 선임연구위원은 "보험사들은 요구자본을 관리하기보다는 금리 변화에 대응한 채권 재분류, 후순위채권·신종자본증권 발행 등으로 가용자본을 확충하는 데 더 집중해 왔다"고 회고했다. 

신종자본증권은 주식과 채권의 특성을 동시에 지닌 하이브리드 증권으로, 일정 요건 아래 기본자본으로 인정된다. 교보생명은 과거 발행으로 잔액이 남아있고, 2018년에도 발행을 추진하다 보류한 바 있다.

채권 재분류와 장기국채 매입은 자산과 부채를 모두 시가로 평가하는 K-ICS 체제에서 효과가 제한적이다. 한편 여유자금이 충분치 못하면 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 발행 자체가 여의치 않을 수 있다.

일단 IPO를 완전히 방해하지 않겠다는 FI들의 신호가 시장에 전해진다면, 교보생명은 우선 ABS를 통해 유동화 조치를 할 수 있다. 그 다음, 일단 조금 사정이 나아진 것을 기회삼아 신종자본증권 건을 띄울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조심스럽지만 제기된다.

여기에는 신종자본증권의 부채 분류 가능성이 작용한다. 지난해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에서 제안한 부채와 자본 분류 원칙 하에서는 국내 기업들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이 자기자본이 아닌 부채로 분류될 여지가 큰 상황. 금융사들의 경우 회사마다 발행 사정이 다르지만 바젤III 적용으로 부채 분류 가능성이 일반 업종보다 더 높다는 것.

다만, 개별 사정에 따라 신종자본증권 문제가 IASB의 기준과 달리 한국회계기준원이 제안한 원칙에 따라 종전대로 자기자본으로 분류될 여지가 없는 것도 아니다. 교보생명의 경우도, 기존 발행의 신종자본증권 조건에 크게 걱정하지 않고 또 새로운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조건에 맞춰 추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그래서 남은 셈이다. 

실제 부채와 자본 분류 원칙이 확정돼 공표되기까지는 대략 3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 문제가 K-IFRS에 반영되는 시점도 그 이후가 될 것이므로, FI의 엑시트 문제를 위해 IPO에 앞서서, ASB와 맞물려 스텝 바이 스텝으로 사용할 시간은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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