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무철의 일본산책] 늘어나는 아들의 노부모 병수발

2018-12-11 14:52:15

[프라임경제] 일본에서 아들이 직접 노부모를 간병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사용하는 말 속에 뚜렷이 드러나는 남존여비 사상과 가부장의 센 입김이 이를 증명한다. 그런 나라에서 배우자나 딸, 며느리가 아닌 아들이 직접 노부모의 병수발을 한다니, 획기적인 변화라 아니 할 수 없다.

후생노동성(2017년 기준)에 의하면, 아들의 노부모 간병이 무려 17%에 달해 처음으로 며느리를 능가했다. 이러다 보니 간병 중에 일어나는 학대 사건도 배우자나 딸, 며느리에 비해 아들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조사 통계가 나왔다.

우리 한국 사회도 조만간 이런 이슈가 수면 위로 부상할 것 같은 으스스한 예감이 든다.

◆고령의 노부모 간병에서 오는 아들들의 고충

50대 프로그램 PD: "노모를 간병하다 나도 모르게 욱해서 당황한 적이 있다. 지금까진 내가 직접 현장을 취재해 정보를 제공해 왔는데, 정작 당사자가 되니 너무 쉽게 패닉 상태에 빠졌다. '경험하지 않고선 알 수 없는 게 세상사구나' 하고 반성했다. '아들 간병'과 관련한 프로나 정보교환 미디어가 있었으면 마음 든든할 것 같아 본 취재를 시작했다.

40대: "30대부터 노모를 간병해왔다. 치매 노모 간병은 정말 힘들었다. 할머니를 간병했던 외삼촌이, 간병은 좋은 일이니 부끄러워하지 말고 떳떳하게 하라고 자주 말했다. 조언하자면, 노부모 간병을 부끄러워하지 말라는 것이다. 멋진 일, 효도라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질 것이다. 동시에 간병을 하고 있는 자기 자신을 칭찬하는 일도 반드시 필요하다."

50대: 성(性)이 달라 뒷수발이 힘들다. 말이 아닌 눈짓으로 하는 수 밖에 없는데 정신이 돌아버릴 지경이다. 그런데도 노모는 감사하다는 말 한 마디를 안 하니 서운하다.

30대: 치매 노모를 간병할 때 가장 힘든 게 ‘어떻게 대할까’하는 문제다. 처음엔 엄마라 부르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마음의 갈등이 생겨났다. 당연히 엄마라 불러야 하지만 그렇게 부르고 싶지 않았다. 이웃집 사람이 “엄마가 아니라 타인이라고 생각하라”고 말해주었다. 처음엔 망설였지만, 이름을 부르기 시작하면서 정신적으로 상당히 편해졌다.

◆노부모의 노쇠 신호 '오랄 프레일'은 꼭 챙겨야

'오랄 프레일(Oral Frailty)'이란 치아, 혀, 목구멍 등 구강 기능의 약화를 의미한다. 음식물을 씹거나 삼킬 수 있는 정도에 따라 식재료나 조리법을 달리해야 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사항이다.

담당 PD: "난 노모의 오랄 프레일을 파악하지 못해 상태를 악화시켜 아직도 후회하고 있다. 모친은 삼킴 장애가 있어 음식이 기도로 잘못 들어가 기침을 자주 하곤 했다. 이렇게 되면 오연성폐렴이 될 우려가 있다. 지금은 의사의 권유로 '자택요양관리지도' 서비스를 받고 있다. 환자의 증상이나 저작연하(씹고 삼키는) 정도에 따라 적합한 식재료나 요리법을 알려주고 있어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환자의 식사는 의외로 까다롭다. 관리영양사는 많은 불안을 해소시켜준다. 간병하는 아들들이 쩔쩔매는 음식 준비에 대해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 주는 고마운 존재들이다."

◆담당 PD의 소감과 취재 중 나온 체험담과 의견들 

담당 PD: "본 프로를 통해 소중한 체험담을 많이 들을 수 있었다. 서구에선 이런 체험담을 '경험전문가(Expert with Experience)'로 평가해준다. 지금까지 나서서 말하길 꺼려왔던 아들들이 마음 편히 경험을 나눌 수 있게 되면 일본 사회도 크게 변할 것으로 본다. 아들만이 아닌 며느리, 딸, 배우자 등 모든 간병인들의 마음에도 와 닿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프로를 만들었다. 간병이든 육아든 생각대로 잘 안될 때 안절부절하며 왜 나만 이렇지? 하고 고민하기 시작하면 헤어나질 못하고 애를 먹게 된다. 고립, 자책을 떨쳐내려는 의식적인 노력을 하다 보면 익숙해져 갈 것이다." 

전문가: "돌봄은 공동작업이다. 돌봄이 필요한 사람과 돌보는 이가 어떻게 하면 기분 좋게 주고받을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본다면, 모든 간병인들의 관점이 전환(여성 전담 → 가족 전담) 돼야 할 필요가 있다. 간병을 안 하는 남자는 인간이라 할 수 없다. 아들 간병을 직시하는 게 그동안 외면해왔던 삶의 중요한 현실을 인식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아들 간병’이란 묘한 조어가 평범한 간병이란 말로 수렴될 것을 기대한다."

담당 PD: "TV 프로그램의 틀을 뛰어 넘은 SNS 시도가 간병을 고민하는 모든 이들이 '나만 고통 받는 게 아니구나' 하는 깨우침의 계기가 되어 마음이 편해지길 바란다."  


코칭칼럼니스트 / 코칭경영원 파트너코치 / (전) 포스코경영연구소 수석컨설턴트 / (전) 포스코인재개발원 팀장·교수 / 번역 <1년내 적자탈출. 일본의 교육양극화> / 공저 <그룹코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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