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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범 부산 남구청장 "지역용도조건 억울, 건교부에 해제 건의" 강한 목소리

[당선 반년, 공약은 안녕하십니까?②] 공무원들에겐 교복 자율화 빗대어 창의성과 감각 북돋아

서경수 기자 | sks@newsprime.co.kr | 2018.12.11 17:08:54

[프라임경제] 6.13 지방선거 이후 전국의 지방자치의회와 자치단체장이 대거 바뀌었다. 특히 부산은 지방자치제도 도입 이후 가장 큰 폭의 대변혁을 맞이했다. 새 임기가 개시된지도 150일선을 넘겨 반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야심차게 내걸었던 공약 사항들과 업무 목표가 실무 과정에서 검증과 시험을 충분히 거치면서 새롭게 자리를 잡은 내역을 검증했다. 아울러 작지만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부산 각 지자체와 의회 지도자들이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육성을 들어본다.

부산 남구는 이번 지방선거를 계기로 새로운 피를 수혈받았다. 구의원을 역임한 박재범 신임 구청장이 민주당 출신 첫 남구청장이라는 지역 역사의 새 페이지를 쓴 것. 이미 구 살림과 현안을 잘 파악한 만큼 의욕적으로 일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다. 그런 한편, 기존 문화에 취한 공직 사회에 채찍을 들 것이라는 긴장감 역시 감돌았다. 

취임 첫 해를 거의 다 보낸 지금, 박 구청장을 바라보는 혹은 평가하는 시각은 어떨까? 신선하고 강단있다는 평이 일단 우세하다. 그에 더해 열심히 현안을 챙기는 한편, 적절한 현실감각을 겸비해 좋다는 금상첨화의 시각이 뒤따른다.

견제하는 구의회에서 실제 일을 집행하는 기초지방자치단체의 수장으로 옮겨온 소감과 공약 사업들에 대한 재정비 상황을 질문했다. 그는 "5개월여 일했을 뿐이고, 앞으로 포지션을 어떻게 잡아야할지 고민도 된다"면서 "마치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공무원들의 의견을 들어서 토론을 통해 해결하겠다고 협력을 요청한 것은 그런 그의 겸양 때문이다. 공무원은 무조건 복지부동하는 존재라는 인식 대신 일을 잘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책임은 구청장이 지겠다고 선언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모든 행정 방향에까지 (구청장인 제가) 다 이야기(간섭)하진 않는다. 대신 공무원들의 이야기를 들어서, 치열하게 토론한 끝에 나온 답은 어떤 방향이든 수용하고, 책임은 내가 지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구민들에게 가서 설명하는 것도 내 일이다"라는 것.

취임 첫해지만 박재범 부산 남구청장은 다양한 이슈를 아우르면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 프라임경제

구 범위 넘어선 큰 그림 모색, 때론 중앙부처에도 단호

특정 정당이 지방자치제도 이래 줄곧 독주해 오던 상황이 이렇게 한 순간에 민주당 출신 새 구청장에 의해 뒤집히자 공직 사회는 당연히 술렁였다. 박 구청장은 "교복 자율화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입고 싶은 것을 입듯, 소신과 창의성으로 알아서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가자는 것"이라고 주문했다.

그는 다양한 공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교통수단인 트램이 국토교통부 설득의 벽에 부딪혔으나, 군용철도 우암선을 공동활용하는 등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아울러 우암부두와 배후 ODCY를 연계한 우암 및 감만지역 발전 극대화도 밀어붙이고 있다. 우암 해양산업클러스터가 친환경 주선해양산업 메카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우암동 동항성당에서 바라본 부산항대교의 야경. 부산을 통틀어서도 남구는 손꼽히는 경치를 자랑한다. 우암 해양산업클러스터가 경제와 환경의 새 중심축이 될 것으로도 기대를 모은다. ⓒ 부산 남구

매사 일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다른 대안을 찾고 더 큰 이슈와 융합하는 식으로도 유연성이 더해진 셈이다. 내가 내건 공약은 무조건 지켜야 한다는 고집 대신, 실제로 어떻게 해야 구민들에게 좋은 방향으로 갈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는 쪽으로 바뀌었다고 그는 자평했다.

박 구청장은 "삶에 도움이 되는, 작은 변화나마 생기는 것을 추구하고 싶다. 내 공약보다 구민들에게 실제로 필요한게 무엇일까, 마음을 비우고 큰 틀은 갖고 가되 유연하게 수정하고 더 좋은 것을 끊임없이 찾겠다"고 강조했다.

동천 프로젝트 살리기를 위해 동구와 남구, 부산진구 3개 구청장이 연대 및 협력을 모색하는 물꼬를 튼 것도 그런 박 구청장의 변화가 다른 지역과의 협력으로 이어진 모범 케이스다. 박 구청장은 "서로에게 뜨거운 감자다. 사실 누가 먼저 나서긴 힘든 것"이라고 말했다. "다들 당선되고 앞가림하기 바빠서 어떤 (멋진) 해결안을 당장 챙기기도 힘들다"는 너스레도 덧붙였다.

하지만 동천은 단순히 오폐수를 막는 것도 좋지만 정책적으로 길게 봐야한다는 점에서 일단 의견을 모으는데 성공했다. 오래 전 일이지만 박 구청장은 "수정산터널과 백양터널을 뚫을 때 낙동강 물을 동천으로 뺄 수 있었는데 그때 (수질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큰 그림에서 긴 호흡으로 정책 검토를 하고 결단을 내리는 공론화를 했더라면 최상의 결과를 내놓을 수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는 교훈을 살려 이제부터라도 당장 일희일비하는 대신 거시적인 논의의 틀을 열어야 한다고 다짐한 것.

이런 초임 구청장으로서는 자칫 어려울 수 있는 작업을 마다하지 않는 만큼, 다른 구와 넓게는 부산시 전체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단초가 될지 주목된다.

조정대상구역 해제 건의서를 놓고 자세히 설명하고 있는 박재범 남구청장. ⓒ 프라임경제

중앙부처인 건설교통부에 논리적인 행정을 요구하는 강단도 눈길을 끈다. 현재 남구는 여러 부동산 과열 우려 지역처럼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인 곳이 있다. 수도권 등 여러 곳이 이 조치를 적용받는다.

하지만 이것이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거래 절벽 상황이고, 상대적으로 남구 갑과 을 지역의 차이도 있는데 하나의 틀로 강한 규제를 가하고 있다는 것. 박 구청장은 "을 지역에는 대단위 아파트 단지도 없다"고 답답함과 사리에 맞지 않는 중앙부처의 무심한 일처리를 비판했다. 그는 "조정구역을 묶을 때에 이유가 있었다면 그런 행정 자체에 불만을 가질 수는 없다. 하지만, 대신에 그 이유가 사라질 때에는 바로 풀어줘야 한다는게 상식"이라면서 관련 자료를 챙겨 현재 구역 해제를 건교부에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관광객이 치고 빠지는 곳? 부산 남구 진면목 살릴 것"

한편, 그에겐 남구를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자는 욕심 외에도 오륙도 등 남구가 가진 천혜의 환경을 살려 부산의 관광 1번지로 만들겠다는 야심도 꿈틀거리고 있다.

특히 해프닝으로 끝나긴 했으나, 이기대 해안절벽 관광용 모노레일 문제가 지역언론에 조명되는 등 남구의 관광가치 제고에 대한 부산 내부의 목소리와 열망도 뜨겁다.

오륙도의 겨울 일출. 부산 남구는 천혜의 자연 환경과 다양한 볼거리를 갖추고 있어 박재범 구청장은 관광산업 활성화에 박차를 가할 뜻을 갖고 있다. ⓒ 부산 남구

박 구청장은 지금 추진 중인 각종 교통 이슈와 숙박시설 고급화와 활성화 등이 어우러지면 남구의 자연과 문화를 잘 즐길 수 있는 새 생태계가 구축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천혜의 환경과 아울러 그가 강조하는 또 하나의 매력 포인트는 '평화'다. "남구는 세계 유일의 유엔기념공원을 품고 있는 '평화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라면서 "유엔평화문화특구로서 평화 정체성 및 문화 유산의 상징성을 살려 평화도시 브랜드를 강화하고 세계평화도시 거점 조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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