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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건강검진] '초고령 일본의 행복' 대들보 맡은 검진

<일본①> 실효성 확보 위해 제도적 강제와 재정 뒷받침…자료 사후조치 활용강화에 박차

나고야 = 임혜현·조규희·오유진 기자 | tea@·ckh@·ouj@newsprime.co.kr | 2018.12.12 14:19:00

[프라임경제] 건강‧의료보장을 위한 커뮤니티케어 밑그림이 제시되는 등 한국은 문재인 케어 실험에 돌입했다. 일본은 2060년 국민 4명 중 1명이 75세 이상이 되는 후기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 중국 역시 과거 산아제한의 여파로 유례없이 빠른 고령화를 경험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북아 3국이 '건강한 사회' 관리에 집중하고 있는 것. 특히 최근에는 국민건강이 의료보장지출과도 연결된다는 점에서 또다른 경제 현안처럼 중시된다. 의료보장 부담을 줄이기 위해 아프기 전에 미리 잡아내는 '검진'의 위상도 높아지는 상황, 지금 동북아 3국의 검진이 모색하는 바를 살펴본다.

건강보험과 검진 등에서 일본과 우리는 많은 유사점을 보인다. 다만 양국 모두 전국민을 대상으로 의료비를 보장하되 우리는 단일주체(건강보험공단)이 맡고 일본의 총 3446개의 건강보험자가 운영하는 점 등에서 차이가 발견된다(조용운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이 2018년 9월 발표한 '일본의 건강검진 사후관리제도' 논문).

생활습관병(성인병) 관리 등에 관심을 기울이는 등 관심사와 고민도 유사하다. 다만 일찍 고령화와 인력 부족 상황을 맞이하면서, 직장 관련 검진 등에서 제도적인 관리망을 구성하는 노력이 치열하게 그리고 우리보다 앞서 전개되는 등의 대목이 눈에 띈다. 우리가 가 보지 않은 길과 지향점을 살필 수 있는 좋은 참고 자료인 셈이다.

◆'근로자 건강 소중히 하라·검진 의무 강화' 법과 판례가 압박

일본의 건강검진 체계를 취재해 보면 근로자 건강 관리에 크게 공을 들이고 있으며, 사용자(사업자)들도 이런 관리 상황에 대단히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본은 노동기준법의 한 장으로 돼 있던 노동안전위생법을 1972년 별도의 법률로 떼어내 정비했다. 위해방지기준을 확립하고 사업장에 대한 안전위생관리 책임을 명확화했다. 이로써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을 확보하고 쾌적한 작업환경 조성을 촉진하고 있다. 2005년의 개정은 특히 기업간 경쟁의 격화와 성과주의적 노무관리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근로자의 노동 부담이 높아지는 상황을 제어하기 위한 강한 방패를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후에도 몇 차례 개정이 추가됐다.

2005년 이래의 노동안전위생법 및 관련 제도의 개편 동향에서 주목할 점은 장시간 노동(과중한 근로)에 의한 건강장애를 방지하도록 의무를 한층 더 강화한 점이다. 아울러 각종 규칙 및 지침(현지에서는 '통첩'이라는 명칭과 혼용해 사용한다)을 꾸준히 고쳐 통폐합하는 것도 눈에 띈다. 건강검진에서 핵심이라고 할 수 있지만 또 그럼에도 가장 놓치기 쉬운 대목으로 꼽히는 '사후조치(문제가 감지됐을 경우 재차 검진하거나 관련 노력을 기울이도록 하는 것)'에 대해서 '건강진단 결과 등에 근거하여 사업자가 최해야 할 조치에 관한 지침'에 반영하고 있다.

법상 정기적인 건강검진시 근로자에게 진찰의무가 부여되고, 진단 담당의사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도 함께 인정된다. 하지만 요식행위로 검진을 정기적으로 원하는 곳에 가서 받기만 하면 된다는 것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취업규칙상 진찰의무에 규정이 있든 없든, 사용자(사업자)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는 점을 판례에서는 강조하고 있다. 이런 법령과 판례의 효과에 따라 기업에 근로자에 대한 건강배려의무가 무겁게 인정되고 있다. '결과책임'에 가깝다는 평이 나올 정도다. 사용자(기업)은 근로자의 노동재해인정이나 손해배상책임 등을 회피하기 위해 건강검진의 진단 결과 뿐만 아니라 평상시의 정보 등을 종합해 합당한 배려를 하도록 하고 있다.

그래서 법률로 정해진 범위 이상이라도 검진에 공을 들이는, 근로자 건강을 챙겨주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오히려 판례에서는 근로자가 이런 회사 측의 조치에 불만을 품고 합당한 요구인지 다투는 예가 많이 발견된다.

오비히로 전화국 사건에서 이미 일본 법원은 기업이 '법률로 정해진 외의' 종합정밀검진의 진찰명령을 내렸을 때 그 유효성을 인정한 바 있다. 도쿄고등재판소는 경세라 판결에서 문제 소지가 발견됐을 때 재차 전문의의 검진을 받도록 요구한 것은 "신의칙상 합리적인 조치이기 때문에 취업규칙 등에 그런 규정이 없다고 해도 근로자는 그 명령에 응할 필요가 있다"고 결론지었다.

고령화가 기정사실인 상황에서, 과거 대비 훨씬 오래 건강히 일할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한다는 '인간존중 이념'이 공허한 외침만으로 그치지 않고 살아숨쉬고 있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가혹할 정도로 의무를 지우고 관리하는 철두철미함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방암 방지를 의미하는 핑크리본이 붙어 있는 일본의 건강검진 시설. ⓒ 프라임경제

이는 더 나아가, 규정된 의무적 검진 외에도 일정 연령이나 조건 이상이면 유방암 등 다양한 추가검진의 기회를 부담없이 더 선택해 누릴 수 있도록 경제적 지원 배경·사회적 공감대를 마련하는 배경이 된다. 이렇게 발전한 일본 건강검진은 다시 우수한 근로환경과 성과라는 답을 사회에 돌려주고 있다. 

◆치매 조기 발견에도 검진 강화 '전가의 보도'로 활용

△노인건강검진체계의 확립 △지역 보건소 등의 정비 △건강운동지도사 양성 등을 국민건강만들기 프로젝트로 추진한 바 있는 일본은 3차 국민건강만들기 대책에 '건강일본 21'이라는 별도의 이름을 부여할 정도로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었다.

암과 심장병, 뇌졸중 및 당뇨병 같은 생활습관병(성인병) 및 그 원인이 되는 생활습관 개선을 위한 것이었다. 2011년 3월 평가팀이 구성돼 사업의 실효성을 분석하고 2013년 이후 제도 방향 설정에 이를 참고하고 있다.  

이것이 가능했던 데에는 '고령자의 의료 확보에 관한 법률'이 2008년 이미 마련되는 등 제도 그물망이 확보됐기 때문. 생활습관병에 따른 건강검진(특정건강검진)을 시행하고 그 결과에 따라 건강증진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는 자가 나타나면 보건지도를 의무적으로 실시할 수 있도록 했다.

물론 일본이라고 해서 모든 목표를 실제 달성하거나 항목마다 확실한 개선 성적을 거둔 것은 아니다. 기본계획의 목표치 달성, 그리고 사후검진의 제고 등에서는 기대한만큼의 개선 효과가 나오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암검진 진찰자 수가 증가했고 일부 검진에 대해서는 목표치에 도달한 것으로 당국은 종합평가했다.

치매 문제에 있어서도 꾸준한 관리가 추진되고 있고, 이 배경에는 건강검진을 통해 문제를 미리 발견하는 탄탄한 조기진단과 대응이 버티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2012년 국가 차원의 치매 관련 종합계획으로는 최초인 '오렌지플랜'에 이어 2015년 정책 가속화 종합전략인 '신오렌지플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책을 내놨다.

건강검진은 근로자와 노년층 관리에서 특히 여러모로 우리에게 시사점을 준다. 사진은 근로자 건강검진에 독보적 능력을 보여주는 일본의 한 센터. ⓒ 프라임경제

인프라 구축 차원에서 조기에 진단 및 대응하는 것을 목적으로 해당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초기단계 집중지원팀'을 전국으로 확대하는 계획이 제시됐고, 이렇게 건강검진상 치매 경고가 나오는 경우 병원에 입원하는 것보다 시의적절하게 의료 및 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일본의 치매 관리와 검진의 상관관계는 두 가지 시사점을 준다. 첫째, 검진을 통해 치매의 발견이 빨리 이뤄지면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뿐더러, 중증화된 이후 발견하는 경우 대비 지역 커뮤니티에서 관리하는 게 한층 용이해진다. 건강검진과 관리 능력 강화에 요양 시스템 등의 발전이 겹쳐지면 큰 지출 낭비 없이도 건강하고 행복한 관리가 가능해진다는 것. 

둘째, 이런 제도 마련은 서로 유기적으로 진행돼야 하고 재정 능력의 치밀한 확보가 필요하다. 선별검사를 건강검진에 포함시킬 경우 건강검진을 수행하는 병원에 인력을 확보하는 문제, 선별검사와 진단 그리고 감별검사에 대한 재정 확보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결국 일본의 건강검진은 인간이 오래 행복하게 일하고 여생을 누리게 할 수 있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에서 나온 답이라고 할 수 있다. 제한된 재정을 어떻게 배분하고 우선점을 두느냐는 문제에서 치료보다는 예방과 요양으로 방점을 찍기 위해서는 건강검진에 다각도로 공을 들이고, 높은 신뢰도를 달성하고 때로는 강제력까지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과단성과 실력이 없이 허울만 그럴듯한 건강검진으로는 21세기의 각종 도전에 대처할 수 없다는 앞선 경험을 특히 일본의 근로자 건강검진과 치매 관련 검진은 우리에게 시사점으로 던져주고 있는 셈이다.   


"이 기사는 「국민건강 증진 공공캠페인」(한국인터넷신문협회-한국의학연구소 주최)에 선정된 기획보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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