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25시] 일본의 커뮤니티케어, 한국 귤화위지 우려

2018-12-12 16:53:07

[프라임경제] 문재인 정부가 의료개혁 측면에서 다방면에서 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특히 커뮤니티케어는 의료영역의 기본 체질을 바꾸는 방안이 될지 주목받고 있지요.

커뮤니티케어는 의료적 도움이 필요한 주민들이 병원에 입원하는 대신, 자기 집이나 그룹홈 등 지역사회에 거주하면서 돌봄을 받는 데 주안점을 두는 제도입니다. 개개인의 욕구에 맞는 복지급여와 서비스를 누리면서도 병상에 누워 치료객체가 되는 대신 지역사회와 함께 어울려 살아가며 자아실현과 활동을 할 수 있는 게 장점입니다.

이런 제도가 발전하려면 건강진단이 제 역할을 다하고 충실히 정보를 제공해 줘야 합니다. 아울러 요양보험 등 제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도 중요한 대목입니다. 일본의 건강검진 제도를 취재하다 보니, 단순히 주마간산 격으로 체크하고 넘어가는 게 아닌, 확실한 사후관리를 목표로 한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아울러 검진이 치료 중심의 의료 시스템만 갖춘 나라에서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으나, 요양과 방문간호 제도가 잘 구비된 경우 더욱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유기적 의료망의 장점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일본은 생활습관병(대사증후군과 당뇨, 심장병 등 성인병)의 확실한 관리를 위해 고령자의료법을 2008년부터 시행, 이들 질병을 목표로 특정건강검진을 진행해 왔는데요.

이 정보는 당연히 커뮤니티케어에도 요긴히 활용되지요. 이 정보에서 요주의인물로 지목된 사람은 특정보건지도를 받게 됩니다. 이 특정보건지도기관은 의료법상 의료기관은 물론, 고령자의료법상 특례에 따른 비의료기관도 맡을 수 있습니다.

생활습관에 대한 처방과 상담, 문제점의 개선을 위한 실천지원에는 큰 병원 중심, 의사 중심 제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일본 당국이 주목한 때문인데요.

그래서 일본에서는 실천지원서비스(식생활지도와 운동지도 등)에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간호사와 영양사, 물리치료사 등이 각각의 역할을 맡도록 하는 것이지요. 약사 역시 이 제도의 틀에 넣었습니다.

여기서 우리나라가 지금 커뮤니티케어 시범사업을 놓고 여러 잡음이 일고 있는 것을 상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선 약사가 이 커뮤니티케어에 참여할 수 있는지 등을 놓고 각 직역별 눈치게임이 치열한데요. 일단 당국에서는 커뮤니티케어의 향후 실제 모습은 전국이 일률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아니라며 선을 긋고 있습니다.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자주적으로 기획하고 시행하는 지역 자율형 정책인 만큼 예민한 이슈가 논쟁거리로 불거져 정부에 불똥이 튀는 걸 경계하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일단 약사계에서는 자신들만 배제 또는 소외되는 상황이라며 불만을 갖고 있는 것은 기정사실인 것 같습니다. 또 지금 당장 드러나지 않다 뿐이지, 간호분야와 의사사회에서도 몫을 두고 사활을 건 경쟁을 벌일 게 명약관화하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아울러 물리치료사 등 운동지도 인원을 둘 때, 이들이 과연 늘어가는 보건의료상 수요(즉 커뮤니티케어로 인해 창출되는 수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운영할지에 대한 불안감도 제기됩니다. 자칫 문재인 정부가 경제 침체와 일자리 위기 상황에서 공공일자리 늘리기 측면에서만 이 이슈를 바라보고, 이 떡을 받아든각 업계는 편하게 늘어나고 제어나 감독도 엄격하지 않은 편한 일감 정도로 인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커뮤니티케어가 성공한 데에는 커뮤니티케어를 큰 그림에서 바라보는 매니저와 의사와 병원, 방문간호사 및 각 직역의 요양 관계자 등이 서로의 전문성을 최대한 발휘했기 때문이라는 점을 상기해 보면, 우리나라의 제도 도입과 추진도 이렇게 잘 되어야 할 텐데 걱정이 됩니다. 지금과 같이, 직역별 밥그릇 싸움 혹은 현재 일자리 정책 난맥상 와중에 이 문제 역시 잘못 단추가 꿰어질 상황은 우려할 점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나랏돈으로 갑자기 열리는 큰 시장, 더 적나라하게 말하면 눈 먼 돈 잔치처럼 의료나 보건 문제가 다뤄진다면 그보다 더 큰 문제가 있을까요? 커뮤니티케어의 각 영역별 참여와 상호 협력 이슈는 그래서 중요해 보입니다. 일본과 한국 사이에 귤화위지(강을 건너자 귤이 탱자가 됨)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임혜현 기자 tea@newspr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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