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치명적 급소'와 건강한 에너지 정책 ②

2018-12-15 13:11:15

- “LPG 용기 국가 지원, 용기 검사비도 국가 부담…에너지 백년대계 생각해야”

[프라임경제] '공짜라 하면 양잿물도 먹는다'는 말이 있다. 누군들 공짜로 준다는데 싫다는 사람이 있겠냐마는 '에너지 복지'라는 명분 하에 벌이고 있는 사업이 또 하나 더 있다. 바로 '군 단위 LPG 배관망 사업'과 '마을 단위 LPG 배관망 사업'이 그것이다. 이 말을 처음 들어보는 이들도 있을텐데, 내용의 핵심은 이렇다.

지역이 험준해 도시가스가 공급되기 어려웠던 섬을 비롯한 내륙의 군단위 소도시에 '대용량의 LPG 저장탱크를 설치하고, 지하배관망 또는 소형저장탱크를 통해 도시가스처럼 각 가정에 LPG를 공급 하는 사업'이라고 보면 된다.

이 사업을 두고 가스업계는 서로의 이해타산이 충돌하며 갈등을 빚고 있다. 가스업계에도 여러 개의 전문지 들이 있으나 이미 해묵은 논쟁거리 취급만 받고 있는 실정이다.

필자가 프라임경제에 기고를 하는 이유는 여러 계층의 다양하고 더 많은 국민들에게 이 사업의 비효율성을 알리기 위함이다.

참고로, 경상북도 청송군(1215세대, 공사비 145억원)은 지난 10월에, 또 전라북도 장수군(1200세대, 공사비 165억원)은 11월에 준공식을 가졌다. 우리 땅에 떨어진 돈이고 일자리 창출도 됐을 터이니, 남의 좋은 일에 이러쿵저러쿵 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 사업이 과연 효율적이고 꼭 필요한 사업인가 하는 것이다.

또, 돈 이야기지만 1200세대에 165억원이면 한 가구당 얼마의 사업비가 들어갔는가? LPG값이 도시가스에 비해 비싸다고 말들이 많다. 필자는 LPG 판매 사업자로써 나름대로의 규명을 한다면, 복잡한 유통구조가 첫번째 원인이고, LPG 판매사업자들에게는 그 흔한 정부의 보조나 지원 정책이 거의 전무하다는 것이다.

◆"그 돈이면 그 지역에 평생 공짜 가스…"

가스통 한 개 구입하는 것부터 주기적으로 돌아오는 가스통 검사비까지 모두가 LPG 판매사업자들이 부담하고 있다. 한마디로 '내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이다. 도시가스의 스나미에, LPG 배관망 사업의 복마전에, 정부의 규제와 무관심에 '미래의 희망을 포기한' 영세한 개인사업자가 소비자 편익을 위해 무슨 계획을 세우겠는가?

LPG 판매사업자들은 말한다. "그 돈이면, 그 지역사람들에게 평생토록 가스를 공짜로 줘도 된다"고.

도시가스 수준의 에너지 복지를 제공 한다는 것이 그 사업의 주된 목적이지만 꼭 그렇게 해야만 복지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필자를 비롯한 수많은 LPG 판매사업자들은 "LPG 용기를 공영화해 국가가 LPG 용기를 지원 해주고 용기 검사비도 국가가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쇳덩어리가 어디 가는 것도 아니다. 그것 역시 우리 땅에 떨어지는 돈이고 국가 차원의 사회적 인프라 아니겠는가? 그렇게 되면 LPG 가격도 내려갈 수 있을 것이다. 지금도 전국에는 약 420만 세대의 LPG 사용 가구가 있다.

도시가스 확대 보급사업이든 LPG 군단위 배관망사업이든 다 완성이 되려면 10년이 걸릴지 20년이 걸리지 모른다. 복지는 모든 사람이 좋으면 좋은 대로, 나쁘면 나쁜 대로 같이 누려야 한다.

전국의 가스 사용 가구는 2290만 가구를 조금 넘는다. 그 중 LPG를 사용하는 가구는 약 420만 가구 정도로 집계 된다. 도시가스가 공급되는 가구가 전체 가스 사용가구의 80%를 넘어섰다는 얘기다. 서울의 경우 100% 보급을 목전에 두고 있다. 실로 경이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무슨 건물의 신축공사나 페인트칠을 하는 것도 아니고, 99%라니.

지방의 한 정치인이 '레밍'이라는 말을 입에 담았다가 혼쭐이 났다. 뭐 한 가지 좋다고 하면 사족을 못 쓰고 쫓아가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국민성도 한몫을 했겠지만, 일부 정치인들의 죽기살기식 표몰이 행태도 문제다.

국회의원을 비롯해, 어디 시장이나 군수까지 선거에 출마만 했다 하면 도시가스 보급이 '공약 1호'가 아니었던가?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그기에 열광하며 휩쓸려갔다.

하지만, 국가 백년대계를 생각 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앞서 원전 얘기를 잠간 했지만, 하고 싶은 말은 그것이 아니다. 도시가스 역시 원전과 별반 상황이 다른 게 아니다. 만에 하나, 설령 그런 일이야 일어나지 않겠지만, 세상일은 아무도 모른다.

지난 십 수년 간 충돌하고 있는 해묵은 논쟁거리지만, 전쟁이나 테러, 재해 재난 등으로 인해 만약에 LNG 인수기지가 불능 상태가 된다거나, 지진이나 어떤 불순한 세력에 의해 고압의 주 배관이 파괴가 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중 삼중의 안전장치를 한다지만 세상 어디에도  완전한 기술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대한민국은 '얼음 공화국'이 될 수도 있다. 또 하나의 급소인 셈이다. 과거, 어려웠던 시절 하얀 쌀밥은 보는것 만으로도 행복했고 입안에서 씹을 것도 없이 목으로 넘어갔다. 그 부드럽고 달콤했던 밥맛이란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지금도 쌀밥은 맛있다. 하지만, 편식이 건강에 이롭지 않다는 것은 유치원생들도 안다. 건강한 몸을 유지하기 위해서 요즘 사람들은 일부러 거친 음식도 마다 않는다.

◆일본, 도시가스 55% vs LPG 45%r…잘 정착된 합리주의

건강한 밥상이란 어떤 것일까? 건강한 에너지 정책이란 어떤 것일까? 우리나라의 에너지 정책은 지독한 편식증에 걸린 것이 분명하다. 필자는 살아오면서 외국의 예를 들어서 얘기 하는 것이 가장 자존심 상하고 기분이 나쁘지만, 인정 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일본의 경우 도시가스와 LPG 의 비율은 '도시가스 55, LPG 45'의 구조로 되어 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 하는가? 필자는 '잘 정착된 합리주의'라고 본다. '만약을 대비한 에너지 안보'라고 본다. 그리고 국민들의 '다양한 삶의 방식을 존중한 정책적 배려'라고 본다.

지난 9월, 국정감사 때 산업통상자원 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K 의원은 하루 빨리 도시가스 보급률을 향상 시키라고 제촉을 하며 정부와 관계 기관을 비판 했다고 한다. 정말로 무책임하고 대표적인 표몰이식 발언이라고 생각한다. K 의원에게 이 말을 전하고 싶다.

"남아 있는 17%의 도시가스 미 보급지역은 도시가스라는 하얀 쌀밥에 떠밀려서, 마치 수도승처럼 아무런 힘도 없는 4700여 LPG 판매 사업자들과 1만5000여명의 종사자들이 아직도 얼은 손 비벼가며 뜨거운 목젖 참아가며 비록, 넉넉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밥줄 기대고 살아가는 삶의 터전이다."   

K 의원에게 묻는다. "이들은 국민으로 보이지 않는가? 이들에 대한 대책부터 먼저 세워 놓고 도시가스를 100% 보급을 하던지, LPG 마을단위 배관망 사업을 하던지 알아서 하라"고. 

이 엄동설한에 아무런 대책도 없이 길거리로 내 몰아서는 안 된다. 과유불급,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 골고루 잘 발전하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다.

기업의 생리는 어떤가? 도시가스사 마져도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공급을 꺼리고 있는 미 보급 지역에, 인센티브까지 줘가며 밀어붙이고 있는 '도시가스 확대보급 정책'은 반드시 재고 돼야 한다.

구자열 한국엘피가스판매협회중앙회 기술위원 / 무안가스 대표 / 가스안전보안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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