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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이렇게 신입도 주택금융공사만의 '줄 문화'에 젖어든다?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8.12.18 00:05:48

[프라임경제] 주택금융공사 신입 연수생들이 13일 부산 남구 벽화마을에서 사회공헌활동을 펼쳤습니다. 극세사 이불 선물을 준비해 돌린 것인데요.

회사들마다 좀 다르지만, 신입(수습) 직원들에게 극기훈련 혹은 사회공헌활동 참여를 주문하는 예가 적지 않습니다. 특히, 세간에서 말하는 좋은 직장에서 사회생활의 첫걸음을 내딛는 이들에게 사회공헌활동을 하게 하는 건 좋은 일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소외된 이웃과의 직접 대면과 소통을 하면서 이들을 배려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어서죠. 사실, 직장에 다닐수록 마음 한자락에 이런 걸 새길 수 있는 경우가 나중에는 드물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 사진은 주택금융공사 새내기들이 이불 나눠주기를 하러 좁은 골목길을 누빌 때 찍은 것입니다. 좁은 길을 길게 줄을 지어 가고 있습니다.

줄지어 사회공헌활동 중인 주택금융공사 새내기들. ⓒ 프라임경제

문제는 주택금융공사가 택한 봉사활동지역에 있습니다. 이곳은 현재 이 기관을 이끌고 있는 이정환 사장이 과거 두 번 총선에 나섰다 떨어진 지역(그는 부산 남구갑에서 출마)에 해당하기도 합니다. 물론 보는 시각에 따라선 주택금융공사 자체가 남구 문현동 국제금융단지에 소재하니 공공기관의 자기 연고지를 챙긴 것으로만 보면 족하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만, 글쎄요.

특히 이 사장은 근래 주택금융공사의 사회공헌활동을 대거 부산 남구에 몰아주고 있다는 지적을 받습니다. 부산 내 다른 구들에 비해 남구만 몰아주는 게 앞으로 혹시 물러나고 그 다음 선거에 출마할 때를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해석론이 불거지고 있죠.

저렇게 줄을 서서 사회공헌활동을 하던 이들이 행여 이런 논란을 전해 듣게 된다면, 회사와 관련된 의미있는 큰 행사 관련 추억이 특정 고위층에 이용당한 게 아닌지 모호한 기분이 들 텐데, 그런 점도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글쎄요, 보기에 따라선 어쨌든 사장님 오신 행사에 얼굴 도장 찍었으니 됐다며 어른스러운(?) '줄서기'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요.

사실, 이런 걱정을 하게 되는 이유가 여럿 있습니다.

주택금융공사는 줄세우기 혹은 줄대기 등 부정 소지의 논란을 빚는 데 유독 강했거든요. 이번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사안입니다만, 주택금융공사는 직원들에게 타 기관 등등에 아는 사람, 친소 관계 등을 적어내도록 해 파악해 물의를 빚었습니다. 공공기관 중에서도 유난한 케이스라고 해서 말이 많았는데요, 유사시에 여기저기 줄을 서기 위한 방편으로 파악하는 게 아닌가 풀이가 나왔죠. 즉, 직원들을 보험용으로 쓰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고요. 결국 이 사장이 이번에 사과를 하면서 일단락되는가 싶었죠.

또다른 문제 행보를 보면 관계기구 등에 주택금융공사의 해외 출장 소요비용을 대신 물도록 유도했다는 것인데요. 이것도 국정감사 기회에 드러났습니다. 그 내심을 들여다 보면 우리와 줄을 대고 싶으면 알아서 하라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이걸 지적한 모 정치인은 검사 출신이라 당장 '김영란법(청탁금지법)' 위반 아니냐고 쓴소리를 했지요. 하지만 공사 관계자가 언론에 내놓은 해명이 황당했는데요. "계약을 했으니 문제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사장 부임 전의 지출 기록을 해당 의원이 지적하긴 했으나, 문제에 대한 해명 방식은 이 사장이 와서도 관행이 달라지지 않았고 관행적 태도를 고칠 생각이 없다는 현재진행형으로 읽혀 눈란거리가 되기 충분했죠.

이렇게 줄을 서고 줄을 대는 분위기에 익숙하던 주택금융공사, 이 사장이 이번에 신입 인원들에게 골목길에 줄을 서서 사회공헌 명목의 활동을 하게 한 점은 그래서 많이 우려스럽습니다. '특유의 줄 문화'에 한 건 추가일 따름이라고 냉소로 대응하기엔 그날 새내기들의 눈망울이 너무 초롱초롱했다는 게 그날 현장 기자들의 평입니다. 앞으로 이들은 또 어떤 줄과 줄서기, 줄대기를 접하고 또 때가 묻어갈지요. 이번 논란의 사회공헌활동 중 줄을 선 모습들이 그래서 예사롭지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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