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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4조원 선물' 땅에 뿌리내려준 숨은 공신 '부산시 공복'

행사 기획 방향서 역할 톡톡 '청와대 선물, 공수표 아닌 현실적 지역 배려' 효과 만들어

서경수·박성현 기자 | sks@·psh@newsprime.co.kr | 2019.02.20 15:45:08
[프라임경제] 부산광역시가 한껏 두근거리고 있다. 역대급 선물을 던져줬다는 표현만으로도 부족하다. 청와대는 소득주도성장 논란과 최저임금 상승 여파 등으로 경기가 침체되고 심리가 나빠지고 있다는 우려 끝에 경제투어를 지속적으로 진행해 왔다. 부산을 6번째로 찾기 전에도 다른 지역들을 방문했고 그때그때 적잖은 메시지와 약속을 통해 희망을 심고자 노력했다. 예를 들어, 울산에서 '수소경제' 띄우기를 한 게 좋은 예다. 그런데도 부산에 울려퍼진 청와대의 이야기는 더 두드러진 울림이 있었다는 평이다.

이런 공명 현상이 어떻게 일어난 것일까? 본지는 문재인 대통령의 부산 경제투어 당일의 동선과 이면의 이야기들을 통해 스토리텔링의 힘을 제대로 이끌어낸 모종의 에너지가 부산에서 작동했다는 윤곽을 어렴풋하게나마 잡아냈다.
저간의 그림은 이렇다. 문 대통령은 경제투어에서 스마트시티를 띄우고, 부산대개조에 힘을 실어주는 메시지를 내놨다. 아울러 논란을 촉발시킨 '신공항 발언'도 내놓은 바 있다.

부산에 뭔가를 해 주겠다는, 부산에서 원하는 답을 주겠다는 문 대통령 본인의 의지가 있어야 가능하다.

실제로 신공항 이야기를 문 대통령이 점심에 한 것이 좋은 예다. 김해신공항 추진을 원점부터 재검토해야 한다는 오거돈 부산시장의 주장에 문 대통령은 사실상 강하게 힘을 실어줬다. 결국 가덕도신공항 재검토론이 부각될 여지를 만들어 준 것이고, 논란이 빨리 봉합되지 않는다면 국토교통부가 아닌 총리실이 나서서 검증과 조정을 해야 할 것이라고도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사실상 오 시장이 바라던 모든 내용을 그대로 추인해 준 것으로 풀이된다.

부산시 공직자들과 지역 경제인 등이 배석한 자리에서 오찬을 함께 한 문 대통령은 아마도 부산 사람 중 누군가는 신공항 문제를 거론할 것으로 미리 짐작하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것이 화제로 부각됐고 가덕신공항에 대한 자신의 솔직한 속내를 드러냈다.

이 발언은 해석 방향과 수위를 둘러싸고 논란이 있었다. 바로 당일 서울 여러 매체들이 청와대 관계자발로 '톤 다운' 식의 접근 기사들을 내놓을 만큼 논란이 크게 일었다.

여기서 다시 시간표 순으로 이야기를 정렬해 보자. 문 대통령이 스마트시티 이슈를 해운대 벡스코에서 처리한 게 오전, 문제에 신공항 발언이 있고 나서, 사상구의 한 폐공장으로 문 대통령을 이동하게 해 부산대개조를 이야기하는 시간과 공간 전개가 이어졌다.

부산대개조 비전선포식 현장으로 선택된 사상구의 폐공장. 이곳을 통해 부산 부활 구상의 극적 효과를 드러냈다. 사진은 오거돈 부산시장과 공직자들이 행사 전날 사전점검을 하는 모습이다. ⓒ 부산시


이 공장에서 문 대통령은 부산을 몽땅 뜯어고치겠다는 오 시장의 각오와 비전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과거 대비 쇠퇴가 두드러진 사상에서 그것도 폐공장에서 새로운 부산으로 향하자는, 새 동력을 개발하자는 외침을 문 대통령이 직접 하게 함으로써 부산 시민들에게 강한 울림을 줄 수 있도록 배치한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일부에서는 영화 '특별시민'에서 비슷한 발표회 장면이 있었던 것을 거론, 비교하기도 한다. 그만큼 영상적 파괴력이 확실하고, 적절하게 활용됐다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문 대통령에게 부산은 '정치적 고향'. 특히 사상은 의원 생활 등으로 인연이 남다르다. 당연히 감회가 새로웠을 것이다. 문 대통령의 말투와 제스처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효과적 공간 선택을 한 셈이다.

아울러, 스마트시티를 일단 거쳐서, 실질적 안건이지만 타지역과의 치열한 전쟁을 아무래도 한 차례 각오해야 하는 김해신공항 재검토 추진을 찍은 다음, '오거돈의 사업'인 부산대개조에까지 청와대가 3각 편대를 확실히 찍어줌으로써 이야기들이 모두 결합돼 새로운 시너지를 내도록 했다는 것이다.

물론 부산시 공직자들이 이런 꾀를 낸다 해도 청와대 측에서 동선과 시간상 난점을 들어 튕겨내면 허황된 꿈에 불과하다. 보통 말발과 기획력으로 눈에 들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한 분석이다.

보통 대통령 지방 일정은 의전과 경호상을 이유로 청와대가 주도하고, 해당 지자체는 방문자 성격이 확실히 강하다. 하지만 이번 부산 방문은 달랐다.

부산시가 이번 대통령 방문을 치밀하게 기획했는지 보여주는 키워드로 오찬장 메뉴인 재첩국을 들 수 있다. 흔히 부산대표 서민음식으로 돼지국밥과 밀면을 떠올리지만 사실 재첩에 비할 바 아니다.  삼락지역은 밑물과 해수가 만나는 기수역으로  한때 모래흙만 파면 한 움큼 손에 쥐는 우리나라 최대 재첩 생산지였다. 하지만 지금은 낙동강 하구둑이 물길을 막아선 탓에 하루 종일 뒤져도 빈껍데기조차 찾기 힘들다.

이번 부산대개조 비전선포식은 문재인 대톹령과 오거돈 부산시장 등이 폐공장을 찾아 의미를 강조했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사진은 오 시장의 연설 장면. ⓒ 부산시

즉 삼락재첩은 한때 부산경제 나아가 수출한국 심장부 이던 사상공단의 몰락과도 궤를 같이 한다. 부산시는 '재첩국 한 그릇'을 통해, 과거 영화를 누리던 시절과 정치적인 논리에 휘말려 정체된 부산 경제의 답답한 현실을 비롯해 미래비전까지 함께 담아내는 놀라운 기획력을 발휘했다.

이쯤 되면 이 정도에 설득력 있는 처리, 교감 등 밑그림을 그려낸 설계자가 궁금해지기 마련. 여러 곳에 수소문해 본 결과 기획실과 보도지원주무관 등은 공히 노호성 총무과 행사기획비서관을 지목했다.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도 공적을 서로 갖겠다는 부서가 없다는 게 흥미롭다.

전체적인 구상과 진행 등을 이야기로 연결해 낸 솜씨를 묻는 질문에 노 비서관은 공로를 인정하는 대신, 부산시 및 부산문화관광축제조직위로 돌렸다. 다만, "사상과 재첩국은 부산의 원류를 뜻하며, 스마트시티가 낙후된 서부산권역 부활을 위한 기폭제가 되길 소망한다"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여러 공직자들이 이런 작품을 빚어낸 점은 또다른 대형사고를 만들어 낼 것이라는 기대감을 빚는다. 이들이 오 시장과 부산시 행정을 확고히 떠받치면서, 부산대개조와 가덕도신공항 등 다양하고 벅찬 문제들도 성과가 제법 있지 않겠느냐는 것. 그래서 이번 취재 과정에서 이야기를 나눈 이들 중 일부 호사가들은 이런 여러 꿈이 꿈으로만 남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피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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