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무철의 일본산책] 변하는 일본의 장례문화 ①

2018-12-19 10:27:30

- 떠돌아다니는 유골, 확산되는 제로장

[프라임경제] 우리 모두는 분명히 죽는다. 그리고 죽은 후에는 유골을 남긴다. 지금 일본에선 이 유골 처리를 둘러싸고 새로운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변화하는 일본의 장례문화에 대해 4회 정도 연재할 계획이다(NHK NV 방송을 바탕으로). 오늘은 제로장(0葬) 확산에 관해서다. 제로장이란 가족이 장례도 치르고 않고, 유골도 수령하지 않고, 묘지 조성도 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떠돌아다니는 유골, 예골(預骨)이 급증하고 있다

묻힐 묘지를 미처 준비하지 못한 가족을 위해 유골을 잠시 맡아두는 서비스를 예골이라 한다. 보증금 30만원이면 이용 가능하다. 사이타마시의 한 장의사. 매달 3~4건, 많은 달은 10~20건으로, 5년 전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예골은 묘지가 준비될 때까지 해주는 일시적 서비스다. 그런데 지금 예상치 못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유골을 맡겨둔 채 찾아가지 않고 연락을 끊어 버리는 일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9년간 유골 인수를 거부하는 아내. 이 부부는 20년 이상 별거 중.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남편이 죽었다(고독사)고 유골을 인수하라는 연락이 왔다. 그러나 묘지도 없고 집에 들이고 싶지도 않았던 아내는 예골에 일단 유골을 맡기기로 했다. 한달 연금 70만원으로 생활하는 아내. 별거 후에도 남편의 빚 때문에 고생한 것을 생각하면 남편 유골을 집에 들이고 싶은 기분이 들지 않는단다.

예골 기한이 만료되거나 인수하지 않는 유골은 장의사가 다른 유골과 합쳐 합동묘에 묻는다. 이렇게 지자체의 무연묘에 묻히는 유골이 점점 늘고 있다. 빠른 고령화로 인해 사이타마시의 무연묘에 매장되는 유골은 2003년 33건, 2015년 188건으로 6배나 늘었다.
 
◆떠돌아다니는 유골, 영골(迎骨)이 급증하고 있다

예골 외에, 더욱 절차가 간소화된 영골, 송골도 있다. 영골은 유골을 받으러 집에까지 오는 서비스를 말한다. 손쉽게 이용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 한편, 이런 서비스가 구원의 손길이 된다는 가족도 있다.

2015년 9월 남편이 죽자 이 서비스를 이용한 여성. 거동이 불편한 이 여성은 63세 때 66세의 남편과 황혼결혼을 했다. 서로 친척을 만난 적도 없었고 새로 준비한 묘지도 없다. 결혼생활 불과 12년. 연금생활로 묘지를 준비할 돈이 없어 남편의 유골 처리에 골치를 앓다 우연히 이 서비스를 발견했다고 한다。30만원과 교통비를 지불하면 NPO가 사찰의 합동묘로 옮겨 매장해준다. NPO에 연간 2000건이 넘는 영골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떠돌아다니는 유골, 송골(送骨)이 급증하고 있다

유골을 택배로 보내기만 하면 대신 매장해주는 송골. 이 서비스를 이용한 가족의 사례. 14년 전 남편과 이혼하고 혼자 힘으로 애들을 길렀다. 이혼 후 남편은 소식 두절. 그런데 작년에 갑자기 전 남편의 유체를 인수해 가라고 지자체에서 연락이 왔다. 62세에 죽은 전 남편은 무직에 생활보호를 받고 있어서 직장 동료도 없고 유체를 인수할 사람도 없었다. 유일하게 연락이 닿는 전처에게 인수를 요청한 것이다. 14년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전남편 유골을 거두어 평소 좋아하던 술을 바치며 보낼 때까지 10개월간 함께 지냈다. 송골하는 날 딸과 함께 아내가 보여준 안도하던 모습이 인상에 남는다.
 
◆변하는 장례문화의 배경에 무엇이 있는가?

첫째, 사망 연령의 고령화다. 통계에 의하면 90세가 넘어 사망한 사람이 2000년에 12만 명이던 것이 2014년에는 30만 명으로 2.5배나 늘었다. 사망자 4, 5명 중 1명이 90세 이상이다. 이들 자녀들도 퇴직을 해 연금생활 중(60대 후반이나 70대 정도). 그래서 간병 비용 등의 돈 때문에 장례나 묘지 비용을 준비하지 못한다.

둘째, 평생 결혼하지 않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들의 죽음 뒤를 누가 책임질 것인가?

셋째, 황혼 이혼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렇게 가족 형태가 다양화되면서 이제 더 이상 자녀나 손자가 장례를 치를 수 없게 된 것이다. 노후의 부모 간병도 큰일이지만, 죽은 후 유골과 묘지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도 큰일이다.

지금까진 장례가 자손대대 종적인 관계로 계승하는 것을 전제로 했지만 이제 더 이상 이런 모습을 기대하긴 힘들게 되었다. 모두가 힘을 합쳐 해결해 오던 가족이라는 연대의식이 약해져 버린 지금, 살아남은 자들은 남겨진 유골, 즉 죽은 사람과의 관계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대답해야 할 시기가 된 것 같다. 
 
코칭칼럼니스트 / 코칭경영원 파트너코치 / (전) 포스코경영연구소 수석컨설턴트 / (전) 포스코인재개발원 팀장·교수 / 번역 <1년내 적자탈출. 일본의 교육양극화> / 공저 <그룹코칭>





오무철 칼럼니스트 om517244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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