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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법 모르고 존중 의사도 없어? '무효보증' 징계 논란 왜

[엘시티2019③] 셀프 면죄부, 원천적으로 잘못됐다 논란 불가피

서경수·임혜현 기자 | sks@·tea@newsprime.co.kr | 2019.01.25 12:29:48

[프라임경제] 부산광역시의회의 '시민중심 도시개발 행정사무조사특별위원회' 구성이 새삼 눈길을 끌고 있다. 특위는 부산 대표 개발사업들을 다루게 되고, 활동 시한은 올해 10월까지다. 행정조사가 얼만큼 '깨알같이' 진행되느냐에 따라 지금은 사장돼 버린 '특검 도입' 이슈를 부활시킬 촉매가 될 수 있다는 기대까지도 걸어보는 이들도 없지 않다. 왜 그럴까, 그리고 그 파장은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지금까지 제기된 시나리오와 의혹들의 역조립 가능성을 짚어본다.

엘시티 전경. ⓒ 프라임경제

엘시티 관련 의혹은 검찰 수사로 일면이 드러나고 핵심 관계자들이 처벌되기는 했으나, 전체적인 맥락에서 유야무야 처리된 부분이 적지 않다.

이 중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 무리수가 어떤 작용을 했는지에 대해서도 조명이 필요하다. 엘시티의 주택 부분(아파트)에 대한 보증 외에도 레지던스에도 보증을 하는 이례적인 결정을 내렸기 때문.

레저던스는 주택 관련 보증을 통해 수분양자를 보호한다는 HUG의 설립 근원 목적상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국회도 국정감사 기회에 지적을 했지만, HUG에서는 자체 감사 후 셀프 면죄부를 발급하는데 그쳤다.

레지던스의 개념과 특성, 주택과 같은 보증 허용 여부  

레지던스란 무엇인가? 2012년 2월에 나온 '호텔경영학연구' 논문집에 따르면 "레지던스는 호텔과 집, 오피스를 한 곳에 집중시켜 호텔의 서비스성, 집의 안락함과 거주성, 오피스텔의 편리함을 갖춘 새로운 주거문화의 한 형태로 정의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아울러 "취사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호텔과 다르"며 "임대차 계약 및 오피스텔 공동규약 등에 위배되지 않는 한, 임차인이 자유롭게 취향에 따라 객실을 배치하거나 장식할 수 있다는 점 또한 호텔과 구분" 등의 특징을 거론한다. 여기서는 빠졌지만 부동산중개업계에서는 '개별(구분)등기의 가능' 등도 지적한다.

주택도시보증공사 본사 전경. ⓒ 주택도시보증공사

한마디로 아파트가 아니지만 아파트처럼 이용, 권리 보호를 기할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 아울러, 레지던스의 운영 형식에 따라서는 호텔과 흡사한 각종 편의를 누릴 수도 있다. 어느 고급형 아파트·호텔 못지 않게 편의를 누릴 수 있는 '교집합 영역'인 셈이다.

따라서 애초 없던 새 문제에 대한 보증 여부를 고심한 HUG 쪽 입장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전에 없던 주택과 유사한 개념에 대해 보증을 전혀 하지 않는 상황을 유지하는게 맞냐는 진취적 논의가 있었을 수도 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의 감사,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2018년 국감 지적 등에도 불구하고 내부 감사는 문제 없음으로 결정을 했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여기서 볼 대목은 문제 없음의 판단 근거와 기준이다.

올해 초 언론들은 이 자체 감사 결과가 나오자 관심을 갖고 보도했다. 한 언론은 '엘시티의 레지던스 부분까지 분양보증을 한 것에 대해 법령과 세칙을 타당하게 적용했는가?'를 짚었는데 이에 대해 "내부 규정과 절차에 하자가 없었다"고 답한 것으로 기사화된 바 있다.

아울러 HUG 관계자는 "주상복합으로 지어지는 형태의 레지던스는 숙박시설이라기 보다는 엘시티를 방문하는 외부인들이 묵을 수 있는 편의시설로 봤다"고 판단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각종 논란을 의식한 듯, "(2018년 하반기) 규정이 개정돼 앞으로 레지던스 보증은 불가능하게 됐다"고 부연했다.

레지던스 "편의시설로 판단"? 말이 안 되는 이유

레지던스의 규율법, 즉 행정학이나 법학의 연구 영역상 세부 영역을 따지자면, 주택법이 아닌 건축법의 규율 대상이라 디테일한 주택 및 주택 관련 권익보호보다는 기도 건축규제행정 일반론에 가깝기도 하다.

물론 이 시스템이 국내 법 체계와 모순되는 점이 있기 때문에 과거 전통적 의미의 호텔 등과 진통도 없지 않았다. 실제로 대법원은 2010년 4월 "업무용으로 허가받아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레지던스의 숙박영업은 불법"이라고 판결했다. 이렇게 사법부가 레지던스를 불법영업으로 규정하면서, 레지던스는 폐업 위기에 내몰리기도 했다.

이 와중에 2012년 1월 보건복지부가 레지던스에 회생 인공호흡을 해준다. 공중위생관리법의 규정에서 숙박업에 해당하지 않으면서 실상은 숙박업처럼 운영되고 있으니, 이런 빈 틈을 메우기로 한 것. 당국은 결국 '위생관리법 시행'령을 개정해 '생활형 숙박업' 개념을 만들어냈다. 

원래 숙박업소에서는 취사를 할 수 없다. 하지만, 이 같은 시행령 손질로 앞서 학계의 레지던스 규정처럼 취사를 할 수 있는 '별개의 숙박형식'이 새롭게 법적 지위를 얻은 것이다.

사정이 이렇고 보면, 주택 관련 국민권익을 보장하기 위해 존재하는 HUG가 보증을 하겠다고 나서고, 이것을 상업시설(숙박공간)이 아닌 편의시설로 판단하는 등 절차를 진행했음에도 큰 문제가 아니라고 한 점은 문제다. 

판례에 의해 레지던스들이 문을 모두 닫아야 될 정도로 궁지에 몰렸고, 이로 인해 부동산 및 산업 영역에서 한동안 시끄러웠는데 HUG만 관련 상황을 전혀 인지를 못하고 있었다는 걸까? 자기들의 업무 본질 자체 이해에 완전한 오류가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보증목적의 원천 무효 관련 판례 참조해 정리나서야

바꿔 말하면 HUG의 엘시티 보증 중 아파트 부분은 문제가 없다고 봐도, 레지던스 영역 보증은 완전히 단추를 잘못 끼웠고, 이 잘못 끼운 전체 엘시티 사업의 향배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엘시티 사업의 총 분양수익은 3조8209억원으로 추정된다고 어느 언론은 분석한 바 있는데, 아파트 1조4849억원에 레지던스 1조3875억원, 워터파크 등 비주거시설 분양가 9300억원이다. 이런 큰 레지던스 비중에서 분양보증을 해주고 안해주고의 오류를 냈으니, 문제라는 것.

아울러, 보증 관련 판례를 보면 보증서상 대출과목과 실제 대출과목과 달리 보증이 이뤄진 경우 보증기관이 면책을 주장할 수 있겠는지도 다툼이 많은데, 이를 기반으로 하면 HUG의 상황도 달라진다고 볼 수 있는 면이 있다. 스스로 엘시티 분양보증에 원천적으로 발을 빼겠다고 선언할 여지나 의무도 없지 않은 것이다. 

신용보증기금 관련 2008년 판결에서 대출과목과 실제가 달리 처리된 바가 있었다(할인어음으로 과목 기재됐으나, 실제 처리는 상업어음이었고 상업어음 할인 과정에서의 문제발생).

대법원은 이 사안에서는 상업어음의 발행과 검토 엄격성 등을 들어 보증책임을 인정하기는 했으나 "보증서에 기재된 대출과목과 특약사항의 내용, 신용보증기금의 설립 취지, 보증의 동기와 경위, 신용보증으로 달성하려는 목적, 보증으로 인수되는 위험 및 상업어음 할인절차의 엄격성 등을 종합 고려한다"고 설명했다.

2011년 나온 대법원 판결도 "약정 동기와 경위, 달성하려는 목적 등을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고찰해야 한다"고 했다.

따라서 HUG가 스스로 실제로 사고가 터졌더라도 이런 문서에 기해서는 보증책임을 질 수 없고, 계약을 원천적으로 잘못했음을 고백하는 진중한 감사 결과물을 만들었어야 했지만 사정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HUG가 스스로 초법적 기구나 갑 중의 갑이라는 내심을 드러낸 것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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