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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시티 보증'이 빚어낸 'LTV 마법' 시사점은?

[엘시티2019④] 레지던스 무리수 한번에 건설사·금융권에 종합영영제 역할

서경수·임혜현 기자 | sks@·tea@newsprime.co.kr | 2019.01.25 14:50:42

[프라임경제] 부산광역시의회의 '시민중심 도시개발 행정사무조사특별위원회' 구성이 새삼 눈길을 끌고 있다. 특위는 부산 대표 개발사업들을 다루게 되고, 활동 시한은 올해 10월까지다. 행정조사가 얼만큼 '깨알같이' 진행되느냐에 따라 지금은 사장돼 버린 '특검 도입' 이슈를 부활시킬 촉매가 될 수 있다는 기대까지도 걸어보는 이들도 없지 않다. 왜 그럴까, 그리고 그 파장은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지금까지 제기된 시나리오와 의혹들의 역조립 가능성을 짚어본다.

엘시티에는 많은 곳이 관련됐다. 비리로 많은 공직자가 처벌과 낙마 등을 기록한 광역자치행정기구(부산시)을 비롯, 부산은행과 포스코건설 등이 그렇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도 레지던스 보증이라는 전무후무한 일을 빚어내며 이름을 올렸다.

2015년 1월 부산은행이 브리지론을 진행, 자금 문제로 시달리던 엘시티에 숨통을 틔워준 바 있다. 세간에서는 이 부산은행 문제만 엄격히 난타하고는 한다. 하지만, 본지에서는 여러 이슈가 적재적소에서 터져 주면서 위기를 매번 넘기고  이런 작용들이 선순환을 일으켜 역대급 사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는 점이 엘시티 비리 논란 이해의 핵심 줄기라고 할 수 있다는 새 관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가장 과소평가되면서도 영양제와 융합제 역할을 한 것으로 HUG의 탈법 보증 무리수가 재평가 돼야 한다는 점도 중요하다.

엘시티의 뛰어난 조망 효과를 드러낸 사진. ⓒ 엘시티PFV

◆포스코건설에게 레지던스 보증은 어떤 효과?

우선 2015년 4월 중국건설(CSCES)이 시공사 지위를 포기하고 손을 털었으나 불과 열흘 남짓만에 굴지의 기업인 포스코건설이 시공사를 맡고 나서 많은 의혹을 빚었었다. 특히 '책임준공제' 선언이 관심을 모았다. 시행사에 문제가 생기면 자칫 포스코건설이 '바가지를 쓰고' 일을 매듭지어야 하기 때문. 당시 포스코그룹이 당시 MB 정권 당시의 비리 문제로 수사를 많이 받고 있어서 큰 공사를 벌일 계제가 아니었으며, 엘시티 문제에 발을 담글 무렵, 2선으로 물러났던 고령의 임원이 새삼 계열사 사령탑으로 부활하는 등 화제를 낳았다.

포스코건설은 각종 거물 입김 작용 의혹이나 수익성 문제 등에 대해 여러 번 억울함을 피력하며 해명해 왔다. 2016년 11월 한 보도에 의하면, 포스코건설은 "엘시티 공사비는 약 1조4730억원"이라면서 "1조는 금융기관 PF 자금으로, 나머지 4730억원은 분양수입금으로 조달하기로 돼 있다"고 설명했다.

약정상 1조는 분양률이 0%여도 전부 확보가능했던 셈이다. 아울러 포스코건설은 "공사비 4000억원은 아파트 분양률 28% 초과시, 나머지 주거부문(아파트/레지던스) 분양률 약 67.5% 초과시 전액 확보되는 구조"라고 부담 논란을 일축했었다. 

이렇게만 놓고 보면 알아서 잘 진행되는 물건에 괜히 여론만 안 좋았던 것 같다. 하지만 시계를 좀 더 앞으로 돌려보자. 아울러 판례도 하나 참고해 보자.

엘시티가 포스코건설의 책임준공 조건 계약체결로 대주단 PF 길을 열었음은 잘 알려져 있다. 브리지론 등으로 시달리던 자금 상황에 엘시티 추진을 걱정없이 할 수 있는 국면 전환이 이뤄졌던 것이다. 이후 2015년 10월 HUG는 엘시티의 아파트 부분에 대해 보증을 하기로 체결하고, 2016년 6월 엘시티 레지던스 부분에 대해서도 보증을 하기로 결정한다. 분양권 거래가 2015년 10월경부터 잘 이뤄지며 지역 부동산업계의 황금주로 엘시티가 부각됐다.

자금 어려움이 해소됐고 세인들의 분양 관심이 뜨겁다고 해서 사업이 저절로 굴러가는 건 아니다. 특히, 관련 판례에 따르면 당시 포스코건설이 엘시티 건의 '극초반부'에 안고 있었던 '잘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 있다.

건물이 어느 정도 공사 진척이 돼야 독자적 건물로 인정될 수 있을까? 종래 대법원에서는 주벽과 기둥, 지붕 등을 갖춰 사회통념에 부합하는 독립 구조를 갖췄을 때부터 건물이라고 봤다.

그런데 여러 층의 건물을 짓다 만 경우 일이 틀어지면 이건 누구 소유로 전환되고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다툼이 생긴다. 2006년 나온 대법원 판결은 "설계도상 처음부터 여러 층으로 건축될 것으로 예정돼 있어 진행되던 중에, 일부 층 기둥과 지붕, 둘레벽이 완성됐었다 하더라도(여기까지만 기존 판례에 비추어 보면 이미 건축주가 이 모호한 건물 부분의 소유를 시작하게 되지만), 공사 중단 후 제3자가 이어받아 나머지를 진행해 건물을 축조한 경우에는 제3자가 이런 상태의 그 건물 전체의 소유권을 원시취득한다"고 했다. 

이 건을 엘시티에 대입해 보면, 만약 엘시티 시행사가 자금난 등으로 중간에 잘못될 경우 엘시티가 일부나마 짓고 있던 중 일부라도 취득하는 게 아니고 건물 전반을 포스코건설에서 소유권을 처음부터 취득하는 게 맞다는 소리가 된다.

책임준공제이기 때문에 포스코건설로서도 문제를 거론하며 짓는 일에서 손을 뗄 수 없으니, 자기가 책임있게 건물을 마저 올리고 전부를 자기가 소유하고 분양을 개시해야 하는 구조가 되는 것.

엘시티가 책임준공제 시행 이후 극히 초반부에서 잘못됐다면 포스코건설의 주름이 깊었을 수 있다고 해석해 볼 수 있다. 2016년 가을 기준, 엘시티 공정률이 15%였던 점을 고려하면 초반 위기를 가정할 때 포스코건설은 책임준공제에 걸려 갈 길이 먼 건물을 모두 자력으로 올리고 자기가 알아서 주인으로서 분양하는 지경에 갔을 것이기 때문.

반면에 이후 국면 기준으로 보면 엘시티가 손을 떼더라도 시공사인 포스코건설로서는 사실상 시행사 역할까지 도맡게 됨으로써 '목 좋은 엘시티'를 혼자 처리하면 되는 좋은 국면에 처한다고도 볼 수 있다. 양날의 칼이었던 셈.

그런데 이때 엘시티의 레지던스 경우도 보증 대상으로 HUG가 판단해, 개입해 버림으로써 분양에 긍정적 요소로 작용하게 됐다. 앞서 포스코건설 관계자가 거론했듯 포스코건설이 손해를 볼 가능성이 별로 없는 상황이 어느 정도 시점에서 형성된 것은 맞다.

하지만 그런 길을 향해 착착 행진하는 길에 HUG가 포장을 해주면서 크든 작든 완주에 도움을 준 것으로 볼 수 있다. 과거 나온 한 추정에 따르면, 엘시티 사업의 총 분양수익은 3조8209억원으로 볼 수 있다(아파트 1조4849억원, 레지던스 1조3875억원, 워터파크 등 비주거시설 분양가 9300억원)고 한다. 레지던스의 비중을 알 수 있는 대목인데, 이 영역을 보증 대상이 아닌지 논란이 있음에도 HUG가 밀어붙이고 나선 셈이다.

◆대주단(금융권)에 레지던스 보증은 어떤 효과?

분양률은 또 어떤 의미를 갖는가? 분양률이 높아지면 엘시티 사업이 자칫 잘못되는 경우라도 우발채무로 잡힐 가능성 자체가 제한적으로 판단된다. 메리츠종금증권에 따르면, 엘시티 아파트의 경우 분양률이 60%, 레지던스는 70%만 분양이 되어도 주택담보인정비율(LTV)가 '0'로 떨어지는 것으로 돼 있었다.

짙은 바다 안개에 휩싸여 모습이 가려진 엘시티. 실제로 엘시티는 각종 부정과 탈법의 복마전이라는 평을 벗지 못하고 있다. 지금껏 처벌이나 반성 도마에 오르지 않은 각종 문제들도 많다. 본지에서는 HUG 보증의 다양한 역할론 등 나비효과도 재평가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 뉴스1

그렇다면 LTV의 안정적 하락은 또 어떤 효과를 갖는가? 엘시티는 분양가가 대단히 높은 물건으로 일찍부터 회자됐다. 높은 분양가는 낮은 LTV로 이어지는데, 2016년경 추산 엘시티 사업의 LTV는 비주거 부문을 제외하면 아파트와 레지던스의 LTV는 각각 41.7%, 27.4%에 불과했다.

낮은 LTV와 높은 분양률의 함수 관계를 보자. 분양률이 높다는 것은 미분양에 대한 부담이 적다는 뜻. 2016년 9월로 접어들면서 엘시티 아파트와 레지던스 분양률은 각각 87%, 48%까지 갔다.

더욱이 레지던스의 경우 아파트에 비해 분양률이 낮더라도 LTV가 20%대라면 대단히 과감한 처분 방식을 고려할 여지가 존재하게 된다. 미분양 물량을 털어내기 위해 낮은 가격에 할인분양을 실시할 수 있는 것. LTV는 낮게, 분양률은 높게 구도가 형성될수록에 대출 전액을 회수할 수 있는 여지와 선택지가 커진다는 분석이다.

극단적으로 말해, 엘시티가 만약 2016년경, 문제가 생기고 일부 미분양이 발생했더라도 앞으로도(책임준공제에 기반해) 이를 완공할 포스코건설과 대주단이 머리를 맞대고 털어내기 전략을 구사할 여지가 컸던 셈이다.

실제로 이 무렵 이영복 회장 비리 논란이 2016년 중반부터 구설수 소재가 되자, 대주단 일각에서는 시세의 50% 수준에 팔더라도 대주단이 대출 및 이자 등을 전액 회수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평가를 내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바꾸어 말해보자. 엘시티의 실질적 소유주로 꼽혔던 이 회장은 2016년 계속 도마에 오르고 있었다. 검찰 칼날이 계속 자신을 향하자 8월 잠적했었고 이후 결국 자수했다. 2016년 11월 그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만약 2016년 6월 레지던스에 대한 HUG 보증 판단이 내려지지 않았다면, 이 시끄러운 일련의 상황 속에서 분양률은 어떻게 움직였을 것이며 이후 실제 계약유지는 어땠을까? 

2017년 사건 공판 과정에서 검찰과 이 회장은 "레지던스는 절반도 계약이 안 됐다는데?" "그건 검사님 때문" 등 신경전을 펼치기도 했는데, 이미 위와 같이 포스코건설과 대주단으로서는 엘시티 관련 부담을 대부분 지우고, 심지어 손해 0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고 할 수 있으니 난센스에 불과했던 셈이다. 

이런 대주단과 건설사가 행복한 길을 깔아준 HUG, 하지만 그게 공익 면에선 어떤 평을 내려야 할까? HUG가 원천무효 논란까지 가능한 레지던스 보증(앞서 이 시리즈 기사에서 설명한 바 있다)으로 이에 기여한 점을 비리 부역으로 반성 평가할 대목은 정말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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