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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재 경영권 흔들? 교보생명-FI 샅바싸움 관전포인트

하반기 IPO 망치지 않는 선에서 해결 '공감대' 가능성…IPO 지체 따른 '적당한 이자' 평가 관건

임혜현·하영인 기자 | tea@·hyi@newsprime.co.kr | 2019.02.25 11:55:05
[프라임경제] 교보생명보험의 재무적투자자(FI) 문제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FI의 샅바싸움에 따라 자칫 신 회장 측의 경영권이 넘어가는 상황까지도 연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현재 FI들은 풋옵션(지분을 일정 가격에 되팔 권리) 행사를 하지 못해 자금회수를 하지 못했다며 중재신청도 불사한다는 입장.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의 교보생명 지분 보유 물량을 인수했던 FI들은 2015년 9월까지 기업공개(IPO)가 이뤄지지 않으면 신 회장에게 이 지분을 되파는 풋옵션 조건을 받았다.

풋옵션 행사의 적정가격을 논의하기 위해 협상 테이블에 앉는 문제가 골자이고, 신 회장 측이 이런 주주간 계약(풋옵션 조건을 단 지분 계약)이 무효라고 주장할 가능성도 부수적으로 제기된다. 다만 결론적으로 교보생명이 IPO 약속을 이행하지 못한 것은 기정사실이기 때문에, FI들의 주장에는 기본적으로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여기서 관전 포인트가 되는 요소는 FI들이 중재 카드 사용을 무기로 신 회장 진영을 압박하고 있다는 점. 이를 놓고 양측이 서로 끝없는 법정 공방을 치르지 않고도 답을 낼 수 있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교보생명은 물론 FI 측도 손해배상청구로 방식이 경직화되고 기간도 확정 판결까지 수년이 소요될 수 있는 정식 소송 대신, 신 회장 측 지분을 넘기라는 등 유연한 답을 얻을 수 있는 중재를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기본적으로는 소송 대신 중재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조건이 지분 인수와 풋옵션 조건 합의 등시 계약 내용에 들어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상황으로 풀이되고 있다.

따라서 일단 교보생명 측이 FI들을 만나 중재 신청을 당분간 보류해 달라면서 협상을 제안한 현재는 물론, 일단 앞으로 중재 절차가 실제로 시작되더라도 양측이 서로 물밑 협상을 이어갈 가능성이 남은 것으로 보인다.

결국 문제는 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FI들이 2012년 지분을 인수한 가격은 주당 24만5000원. 지난해 말 FI들이 풋옵션 행사 초강수를 띄우면서 신 회장에게 요구한 인수 희망가격은 주당 40만9000원으로 알려졌다.

FI들의 지분 보유 규모를 생각하면 총 2조원에 달하는 돈을 마련해야 하는 셈이라 신 회장 측 부담이 만만찮다는 해석이 나온다. 아울러 FI들이 2012년 지분 인수에 쓴 1조2000억원보다 8000억원 이익을 붙인 셈이라는 점도 관심을 모은다.

2015년 9월까지의 IPO 약속이 일단 이행되지 않았고, 그 이후에도 FI들의 지분 보유를 묶어놓음으로써 이들을 사실상 우호적 지분으로 활용한 셈이기 때문에 지체 이자+α를 주어야 한다는 논리에는 기본적으로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그 실제 규모의 합의에는 실질적으로 교보생명 측이 (경영 구조가 흔들리지 않는 선에서) 내놓을 수 있는 자금 혹은 지분 등의 가능성이 고려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양측이 협상 대결에 사용할 수 있는 시간표는 대강 얼마 정도가 될 것인가?

중재 절차를 활용한다 하더라도, 소송이 최종 확정될 때까지의 기간 대비 신속하다는 것이지 짧게는 반년, 길게는 1년여의 시간이 필요하기는 마찬가지다.

이 기간이면 교보생명 입장에서 보면 올해 하반기 목표의 IPO 추진이 한국거래소의 비토(경영권 불확실성으로 상장예비심사 통과가 어려워짐)로 사실상 좌초될 수도 있으며, 반대로 FI 측에서 볼 때에도 긴 시간 동안 분란을 겪은 끝에 FI가 손에 쥘 수 있는 실효적 이익이 줄 수도 있다.

양측 협상이 결렬되고, 결국 중재로 가서 FI 측의 논리가 전면 수용되는 경우를 가정해 보자. 현재 신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지분, 그리고 우호 지분 등을 모두 합치면 46.7%에 달한다. 하지만 FI들의 몫도 만만찮다. 풋옵션을 가진 투자자들이 중재 절차 강행으로 돌입하고, 그 결과 이긴다고 할 때 신 회장 등이 풋옵션 행사 자금을 준비하지 못하거나 사모펀드 등 이를 사들일 다음 타자를 구하지 못할 수 있다.

이 경우는 일명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할 수 있다. FI들은 일부 지분을 신 회장 측으로부터 넘겨받고, 풋옵션이 없는 캐나다 온타리오교원연금(7.62%) 등도 편으로 끌어들이는 방법을 시도할 수밖에 없다. 다수 지분을 FI 측에서 차지하고 강경 일변도로 치닫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FI들은 다수 지분을 기반으로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한 교보생명그룹 전체를 매각하고 한국을 떠나는 방안을 추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생보업계 전망이 좋지 않고, 교보생명으로만 한정해 놓고 볼 때에도 FI와 신 회장 진영간 갈등을 처리하지 못해 IPO가 엎어지는 상황 등을 겪은 뒤일 텐데 교보생명을 제대로 값을 쳐서 받을 수 있겠느냐는 문제가 한계점으로 지적된다. 교보증권 등을 따로 매각해 재미를 볼 수 있느냐의 개별 이슈는 별개다.

FI들이 경영권을 장악하는 그림이기도 하지만, FI와 신 회장 양측이 상처를 입는 구도로도 볼 수 있다.

IFRS17 도입 등 이유로 교보생명은 FI 이슈 외에도 자본확충을 위한 IPO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새 제도는 보험 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한다는 점에서 보험권에 부담 요소가 될 것으로 풀이된다.2021년으로 당초 잡아온 IFRS17 적용 시점을 2022년으로 1년 연기한다고는 하지만 부담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또 K-ICS 도입을 앞두고 금융감독원이 오는 5월 K-ICS 도입에 따른 보험사별 영향을 평가하는 계량영향평가(QIS)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지는 등 문제가 남아 있다.

그래서 IPO 단행시 신주 매출 물량을 최대한 늘려야 한다는 숙제가 교보생명에는 주어져 있다. 바꾸어 말하면, 신 회장이 FI들의 요구를 받아들인다고 해도, 구주 매출 물량이 늘어날 경우 상장 가치에 악영향을 미치는 폭이 너무 커지면 곤란하다는 뜻이 된다. 상장 과정에서 상당 수의 구주가 매물로 나오면 신주 가치가 그만큼 많이 희석될 수 밖에 없어 투자를 기피하게 된다. 주당 가격 희석률이 커지고 교보생명의 자본 확충 계획도 지장을 초래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에도 약 20만원가량으로 평가되는 교보생명의 상장 가치를 고려해서, 양측이 이를 오히려 망치지 않는 선에서 가장 적당한 합의를 이끌어낼 수밖에 없어 보이는 이유다. 

FI들의 주장이 아무리 타당하다고 해도, 초강수로 치닫는 대신 다른 슬기로운 절충합의로 기울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이에 따라 결국 풋옵션 가격 산정을 향후 업황이 어려워진 점을 고려한 새 값으로 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FI 측은 이번에 풋옵션 요구 가격을 산출할 때 기준 시점을 풋옵션 행사일이 아니라 2018년 6월 말로 정했다.

2018년 6월을 기준으로 직전 1년 동안의 평균 주당 시장 가치를 반영한 것인데, 문제는 2017년이 비교적 업황이 좋았던 때라는 지점이다. 일례로 유력 생명보험사인 삼성생명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6배로, 2017년 0.8배보다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적정한 사모펀드 등의 등장으로 FI들의 물량을 소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이에 돈을 얹어주는 방식 즉, IPO 지체로 엑시트까지 지체된 비용을 어느 정도 성의 표시를 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교보생명은 움직이고, 이를 계속 두드려대는 FI와의 대결이 가을경에 최고조로 치달을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더 길어지면 다음 IPO를 염두에 둔 새 방정식을 서로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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