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컷] 동남권 관문공항, 국토부의 '고깔콘 고집'

2018-12-26 09:53:25

[프라임경제] 한 지방소도시의 골목입니다. 오래된 동네지만 요새 들어 문화재를 보러 이 곳을 찾는 관광객이 크게 늘고 있다는 새 변수가 생겼습니다. 사람들 왕래가 제법 생겼으니, 잘 개발하면 제법 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할 수 있는 지역인데요. 

▲한 지방소도시의 골목 장면. = 임혜현 기자

문제는 그런 절차가 무작정 빨리 진행되기 어렵다는 데 있습니다. 각 토지의 사정이나 주변과의 관계 등이 함께 작용하기 때문이지요.

아마 어떤 사정인지는 몰라도 기존에 있던 건물을 밀어내고(혹은 나대지처럼 비어있던 상태에서) 새롭게 바닥을 다졌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다음에 비어있다 보니 관리가 안 되거나 침범하는 일이 생겨서 토지주가 부아가 나지 않았나 막연히 추측도 더해볼 수 있겠습니다.

▲시설물을 세우고 침범이나 침해를 금지하고 있는 경고 안내판. = 임혜현 기자

라바콘(공사 현장에서 안전 유도를 위해 사용하는 도구, 일명 안전고깔콘)과 타이어를 사용해 군데군데 표시를 하고 줄을 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시설물(?)로 부르긴 좀 모호하지만 일단 민간 토지에서 소유권이나 관리 상태를 표시하는 방법으로는 이 정도로도 손색이 없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이 장면을 보고 나니 다른 큰 현안이 연상되었습니다.

근래 동남권 신공항 재검토 논란이 일고 있는데요. 가덕도와 밀양에 새 공항을 만드는 방법들과 이미 공항이 있는 김해의 시설을 증설해 이를 신공항으로 삼는 방법 등 총 3개 안건이 주로 논의되다 일명 김해신공항으로 가닥을 잡은 바 있습니다. 

문제는 김해신공항으로 결론난 것이 항공수요 예측에 기반했다는 지적이 계속됐다는 점인데요. 결국 문재인 정부 들어 이를 재검증하자는 주장이 수면 위로 올라왔습니다.  

이런 가운데,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당초 이달 예정돼 있던 김해신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설명회를 연기했는데요. 국토부 입장은 "지역사회와 보다 밀도 있는 의견을 나눈 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고 특히 "지방자치단체와 부울경 검증단 요청에 따라 공람·설명회를 당분간 연기한다"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여론 수용을 위해 절차를 늦춘 것 같지만 이미 국토부가 계속 재검증 문제를 공회전시킨 바 있다는 관점에서 의혹 제기를 하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이런 관점에서는 이번 연기 조치 역시 큰 맥락에서는 국토부가 성실히 빨리 문제를 논의하지 않고 김해신공항으로 그대로 밀어붙이려는 노력의 일환일 뿐이라고 보지요. 

박영강 동의대학교 행정학과 명예교수는 24일 한 라디오 방송을 통해 "부산과 대구.경북의 이해관계가 대립되기 때문에 (동남권) 신공항 자체에 대한 목표를 설정하지 못했다. 그래서 (지난) 두 개 정부는 목표 없는 평가를 해서 사실 결론을 내리기 어렵게 됐다"고 총체적 난국이라는 주장을 폈습니다. 그는 "이명박 정부는 공항 자체 지정을 무산시켰고, 박근혜 정부는 엉뚱하게 제 3의 김해신공항을 지정하게 된 것"이라고 지난날의 김해신공항 결론을 비판했는데요.

이에 따르면 지금 국토부에서 일단 일정한 논의 궤도에 올랐다는 이유로 김해신공항을 고수하려는 것은 단추를 처음부터 잘못 뀄다는 것이 됩니다.

특히 관련 지자체들의 협의체인 일명 부울경 검증단이 24일 회의를 갖고, 김해신공항은 부·울·경 지역민이 열망하는 '24시간 안전한 동남권 관문공항으로서는 자격 미달'이라는 검토 결과를 제시하고 나섰습니다.

이 검증단에는 가덕도신공항을 선호하는 부산과 경남은 물론, 밀양신공항 추진안에 상대적으로 가까운 것으로 평가됐던 울산 역시 일정 부분 힘을 싣고 있는데요. 울산시도 24일 회의에 즈음해 "김해공항 확장(김해신공항) 지지원칙을 고수하되, 부울경 전체 입장을 고려해 신공항 검증에는 동참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고 있는데, 뭔가 일단 다져 놓았으니 밀고 가자는 국토부의 태도가 계속되는 것은 고깔콘이나 타이어 정도 세워두고 상당 기간 방치된 땅을 연상시킵니다.

"시설물을 건드리지 말라"는 저런 빈약한 외침이 원칙적으로 맞다고 보호되고 존중될 수 있는 건, 개별 소유주나 각 땅의 사정 같은 구도에서입니다. 큰 권한과 막강한 조사능력 등을 갖고 자신의 이익이 아닌 공공복리를 위해 일을 해야 하는 중앙부처 정도가 궁색하게 고깔콘 같은 빈약한 논리로 시설물 운운하고 있진 않은지, 지금의 동남권 신공항 난맥상을 요약하는 장면 같아 씁쓸하기만 합니다.




임혜현 기자 tea@newspr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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