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무철의 일본산책] 변하는 일본의 장례문화 ②

2018-12-26 09:55:23

- 연이은 장묘 트러블, 죽음준비의 함정

[프라임경제] 변하는 일본의 장례문화, 두 번째 내용(NHK TV 방송을 바탕으로 재구성)이다. 우리에겐 생소하게 들리겠지만, 일본에선 고령자의 40% 정도가 생전에 자신의 장묘(葬墓: 장례 의식과 묘지)를 준비해두는 '슈카츠(終活: 終末活動의 준말, 연명치료, 간병, 장례, 상속 등에 관한 죽음준비)'가 붐이다. 시장 규모가 10조원에 달한다.

의지할 데 없는 독거노인들의 증가가 그 배경이라고 하는데, 죽음준비에 예기치 못한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자신이 준비해 둔 묘지에 안치되지 못하고 신원불명의 유골들과 함께 무연고 묘지에 묻히는 불상사가 빈발하고 있다는 보도다. 

◆왜 죽음준비를 하는가? 가족에게 폐끼치기 싫어서, 의지할 가족 없어서

가장 인기를 끄는 건 사찰에서 공양해주는 납골당과 값싼 공동묘다. 그러나 준비해둔 묘지의 주인이 되지 못하고 지자체가 운영하는 무연고 묘지에 묻히는 유골이 늘고 있다. 요코스카(橫須賀) 시청 한 모퉁이 창고엔 안식처를 잃은 유골이 계속 반입되고 있다.

300개 수용이 가능한 이곳은 3년 만에 다 채워졌다. 납골당이 가득 차면 유골은 또 다른 장소로 옮겨진다. 유골이 당도하는 곳은 무연고 묘지. 지자체는 특정 종교를 지정할 수 없어서 장례는 하지 않는다.

또한 선산(先山)이 있어도 돌볼 후손이 없으면 유골을 안치할 수 없다. 무덤을 정리해 공터로 만들고 사찰이나 묘지 관리인에게 터를 반납하는, 하까지마이(우리의 폐묘廢墓에 해당)를 해야 한다. 

요코스카시 복지부 과장) 이곳 납골당에 오는 유골함에서 예금통장이 자주 발견된다. 지금 이 통장엔 잔고가 500만원 들어있는데, 아마 자신의 장례비로 저축한 것으로 보인다. 죽은 분의 부친 것으로 보이는 위폐도 발견되었다. 고이 간직해오다 더 이상 어쩔 도리가 없었던 모양이다. 

◆연이어 일어나는 장묘 트러블

카나가와(神奈川) 시에 들어오는 유골이 10년 사이 1.7배 늘었다. 죽음준비 트러블 탓이다. 예를 들면, 치매에 걸려 어디에 묘를 준비해 두었는지 알 길이 없어 죽음준비가 허사가 된다. 그리고 장묘업체끼리의 격화된 가격 경쟁 탓에 예약한 업체가 버티질 못하고 도산하는 바람에 준비한 묘지에 들어갈 수 없게 되었다.

2016년 11월 자손 없이도 사찰에서 영대공양을 해준다던 장묘업체가 새 공원묘지 개발에 손을 댔다 도산했다. 계약과 동시에 대금 1800만원을 완불했던 200여 명의 고객이 피해를 봤다. 당시 부채 총액이 무려 70억원, 통장 잔고는 40만원뿐이었다고 한다.

한편 사후 두려움을 이용한 악질적인 케이스도 있다. 장의나 납골을 대행하는 NPO 간부가 제멋대로 회원이 맡긴 예금 1800만 원을 빼내 자동차를 구입하고 집수리를 한 사건도 일어났다. 

[피해자 1] 완전히 배신당한 기분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묘지는 우리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5년 전에 죽은 우리 딸의 유골도 같이 들어가야 했는데…. 

[피해자 2] 장묘회사가 망하리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남편이 힘들게 번 돈으로 묘지를 샀는데, 이렇게 되어버려 이젠 더 이상 죽음준비를 할 기분도 나지 않는다. 

◆죽음준비에 관한 앙케트 조사 결과와 지자체의 움직임

NHK에서 실시한 죽음준비 앙케트에 1280명이 답변했다. 납골해줄 사람이 없을 때 어떤 서비스를 원하는가? '어떤 형태든 영대공양을 원한다'가 가장 많았다. 누가 서비스해주길 바라는가? 에는 '국가나 지자체의 공적 서비스를 원한다'고 했다. 예를 들면 '공양, 납골을 일괄 공적 서비스에 의뢰한다' '유상 공공서비스도 좋다' '악덕업자도 있으니까 행정 감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였다.

독거노인들의 죽음준비 지원에 가장 빨리 나선 지자체는 고령화율이 전국 평균을 웃돌고 있는 요코스카시다. 이용자와 업체 간 가교역할을 해준다. 시가 이용자를 대신해서 원하는 장묘를 파악하고 업체에 대금을 지불한다. 이용자가 죽으면 신속히 업체에 알리고 납골까지 지켜보는 구조다. 200건 이상을 상담했다고 한다. 야마토(大和) 시와 치바(千葉) 시도 죽음준비 지원을 시작했다. 

◆어떤 자세의 죽음준비가 바람직한가?

전문가들의 말이다. 먼저 자신이 정해둔 죽음준비 내용을 가족이나 이웃에게 알려야 한다. 주변 사람들이 모르고 있으면 죽음준비는 허사가 된다. 예를 들면, 사후 유체를 대학 해부용으로 기증하기로 했다면 생전에 의사를 표현해둬야 한다. 당사자 그리고 죽음을 알려줄 유족 즉, 메신저로서의 누군가가 동석해야 대학에서 접수를 받아 준다. 장묘업체와 계약을 할 때도 당사자가 죽었을 때 그 업체에 알릴 수 있는 사람이 반드시 입회해야 트러블이 발생하지 않는다.

개개인의 관점에서 보면 가족이 있든 없든 모두가 안심하고 죽어갈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자신의 사후는 혼자서 컨트롤할 수 없다. 그러므로 죽음준비란 자신의 사후를 누구에게 부탁할 것인가를 깊이 생각하는 일이 아닐까? 죽음 준비가 단순히 이 세상과의 관계를 청산하거나 끊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게 아니라 마지막으로 누군가와 연결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코칭칼럼니스트 / 코칭경영원 파트너코치 / (전) 포스코경영연구소 수석컨설턴트 / (전) 포스코인재개발원 팀장·교수 / 번역 <1년내 적자탈출. 일본의 교육양극화> / 공저 <그룹코칭>



오무철 칼럼니스트 om517244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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