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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통합공항 원론적 태도 文, '가덕도'와 연계 '전략적 모호성'?

서해수호의 날 굳이 가서 2% 부족한 말만…총선 고려 '순차적 연착륙' 속내인 듯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9.03.23 23:59:41
[프라임경제] 문재인 대통령이 '공항들'을 다루면서 복잡하고 모호한 행보를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문 대통령은 22일 대구에 방문해 경제인들을 만났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통합대구공항 이전과 관련해 원론적 입장만 거론하면서 명쾌한 입장은 드러내지 않았다. 이에 대해 도대체 청와대의 의중이 무엇이냐는 의문이 가중되고 있다.

이날 문 대통령은 대구 지역상공인 40명과 별도의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재하 대구상공회의소 회장은 "통합신공항은 대구경북민 550만명의 숙원사업인데 현재 지체되고 있다"고 전제하고 "이왕 오신 김에 선물을 주고 가셔서, 지역 경제인들에게 희망과 활력을 불어넣어달라"고 답변을 강하게 요청했다.

하지만 이에 문 대통령은 "공항이전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면서도 "빠른 시간 내 잘 해결될 수 있도록 살펴나가겠다"고만 답했다. 일단 이런 답변에 대구 경제인들은 박수로 화답했으나, 막상 이는 아전인수이지 좋아만 할 게 아니라는 풀이가 뒤따른다. 

문 대통령이 통합공항 이전에 대해 직접 언급하기는 정권 출범 이후 이번 발언이 처음이라는 의의가 있긴 하나, 그 이상 실질적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그가 대구를 찾은 날이 일명 '서해수호의 날'이었다는 점도 유의해 볼 필요가 있다. 문 대통령은 국가안보와 연관된 주요 행사에 잘 참석치 않는다는 평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런 터에 이번에도 굳이 호국영령 참배 대신 대구행을 택했다. 정치적 부담이라는, 비싼 기회비용을 쓰며 대구행을 해놓고는 막상 어찌 보면 로봇산업 등보다 몇 배 중요한 공항 건은 어중간하게 처리하고 발을 뺀 셈이다. 

이에 따라 내년 총선을 의식해서 일부러 말을 아낀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통합대구공항 문제를 '막판 실탄'으로 아껴두려는 의중이 아니겠냐는 얘기다. 실제로 통합공항이전사업은 이미 예비 이전후보지를 '군위 우보' 그리고 '의성·군위 소보'로 2곳(2개안)을 선정한 상황. 하지만 이후에 1년 넘게 아무런 진척이 없다. 기왕 늦었으니 총선까지 더 장고에 들어가는 수를 택할 수 있다는 것.

이에 따라 대구통합공항 건을 동남권신공항 문제와 연계해 한꺼번에 큰 틀에서 풀려는 게 아니냐는 더 큰 관점에서의 해석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부산 방문 당시, 지금까지 추진돼 온 김해신공항 안건 대신, 부산·울산·경남지역 지자체들이 요구해 온 부산 가덕도에 동남권 신공항을 건설하는 안에 힘을 싣는 듯한 발언을 내놓고 상경한 바 있다.

정책 판단 결과에 따라서는 김해신공항 아이디어를 폐기, 원점에서 재검토 후 결국 가덕도신공항으로 방향을 잡을 수 있는 여지를 만들었다는 것. 위에서 말한 정치적 문제 때문에 부산 발언과 대구 발언의 결이 다르다는 풀이가 가능하다고 보면, 이런 추론에 더 힘이 실린다.

김해냐 가덕도냐를 먼저 저울질해 일단 방향을 잡은 뒤 이후 과정에서 대구나 경북의 불만을 수렴해서 어느 방향이 가장 적당한 PK와 TK간 윈윈일지 고심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 결과에 따라 통합대구공항 추진 방향을 최종적으로 조율, 대구 등 경북 여론을 수용하고 다독이는 게 최선이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최근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김해와 가덕도간의 적합도 논쟁에 대해 "김해신공항을 그대로 추진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의견을 내놓은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할 게 아니라는 풀이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최 장관 후보자가 이런 생각을 내비친 게 청와대의 의중을 드러낸 것이라든지, 혹은 청와대가 지난 번 가덕도 재추진 가능성을 연 것과 국토부 관료층에서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갈등론 등으로 다양하게 해석했었다. 하지만 22일에 위와 같은 대구 발언이 나옴으로써, 일단 복잡한 여러 공항들의 문제를 큰 것부터 차례로 풀되, 총선 등을 고려해 결국 천천히 가장 연착륙하는 쪽으로 갈 가능성에 조금 더 무게가 실린다. 

정무적으로 가급적 오래, 가장 좋은 방향을 찾는 '전략적 모호성'으로 가겠다는 의중이 엿보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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