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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사조 강길부'의 땅 울주, 벌써부터 달아오르는 속사정

경찰 간부 출신 서범수 '출생지' 강조, 姜 독점적 요소들 하나씩 잠식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9.03.25 09:31:46
[프라임경제] 지역 연고를 바탕으로 당선, 기반을 두고 장기 독주 체제를 갖추는 금배지들이 우리나라 국회 역사를 통틀어 적지 않았지만, 강길부 무소속 의원은 그런 인물의 계보 중에도 꽤나 돋보이는 인물이다. '웬만해서는 강길부를 꺾을 수 없다'는 말로도 부족하다. 울산광역시의 외곽지역에 해당하는 울주군은 그에게 장기간 전폭적인 지지를 보여왔다.

최근에는 특히 경제 챙기기에 나서고 있다. 강 의원은 리튬이차전지 재활용 전문가 간담회를 실시하기도 하고, 울주시니어클럽을 찾아 노인 일자리 사업에 대해 논의하는 등 지역 경제 살리기의 분위기 메이커로 이미지를 구축하고자 노력 중이다.

17대 국회 당시 열린우리당 공천으로 국회에 입성한 그는 18대(무소속 당선)와 19대(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 공천으로 출마)에 이어 지금(20대, 무소속 출마 당선)까지 의원직을 수행하고 있다.

19대 임기 후반 무소속이 됐고, 20대 국회에서는 잠시 한국당으로 돌아갔었으나 결국 다시 탈당했다. 

지역에서 학교를 나왔지만 일찍부터 공부를 잘해 대학은 기대를 받으며 서울로 가는 지역 엘리트의 삶. 여기에 고시를 거쳐 입신양명의 길을 걷다 금의환향해 금배지를 다는 지역 명사의 길이 추가되면 한층 성골에 가까워진다.

'관존민비 사상'이 강한 보수적 지역에서는 더욱 기업체 경력보다는 고위 공직 경험을 더 쳐준다. 강 의원은 이런 전형적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상북중과 언양농고를 나와 성균관대로 진학, 행정고시에 붙은 뒤 건교부 과장, 국장에 이어 차관까지 지낸 뒤 교수 생활을 잠시 하고 정계에 진출했다.

농협 조합장이나 군의원 등 선거 이름이 붙은 자리라면 모두 어느 초등학교 출신이냐까지 따지는 게 울주군의 지역문화. 그 속에선 각고의 노력 끝에 쌓은 이런 성공의 궤적이 더 확실히 먹혀든다. 개인의 역량에 상북과 삼남 지역, 일명 언양읍내 출신들 간의 세력 분배 구도까지 그야말로 황금비가 그의 4선 행보에 큰 자산이 돼 준 것.

이런 그의 역량과 자신감은 여러 번 유력 정당 공천에 불만을 품고 무소속으로 당선증을 받아낸 데서도 잘 드러난다. 특히 이런 상황을 가장 잘 드라마틱하게 드러냈던 케이스가 바로 지난해 6월 지방선거 직전, 1000여명의 지지자와 함께 탈당, 민주당 출마자인 송철호 현 울산시장 지지를 선언해 눈길을 끌었다.

이를 놓고 지역에서는 그의 정치적 무게감을 여실히 과시한 예로 받아들였고 중앙 정치권에서도 반홍준표 기치를 높이 들 수 있을 정도로 그가 존재감을 과시했다는 평이 나왔다. 

지난 2월, 국도24호선 수해복구공사 현장 찾은 강길부 무소속 의원. ⓒ 강길부 의원실


   
이런 힘과 저변을 기반으로 그가 21대 국회에 5번째 출마를 해도 된다는 경쟁력 풀이가 가능하다. 다만, 다음 선거에도 앞서의 4번처럼 낙승이 가능할지 혹은 신승 내지 박빙일지는 장담하기 어렵다는 풀이도 나온다. 바로 강력한 지역 명사의 발탁을 통한 자객 공격 가능성 때문이다.

잠시 앞서의 총선 득표율을 살펴 보자. 17대 당시 그는 여당 프리미엄(옛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42.6%를 따냈다. 18대 총선에서는 무소속으로 출마, 48.17%를 얻었으며 19대 당시에는 옛 새누리당 공천으로 63.65%를 얻었다. 가장 최근의 국회의원선거는 무소속으로 출마 40.27%를 얻었다.

상당히 안정적인 성적표, 웬만해서는 강길부를 꺾을 수 없다는 전설이 성립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강력한 맞수가 등장할 경우에도 낙승을 장담하기는 이제 어렵지 않느냐는 우려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지지도가 정체 단계에 들어섰다는 우려다. 또 그의 인기가 공천장이 필요없을 정도이긴 하나 당의 힘이 실리면 더 강해지는 효과가 그의 지역구에도 존재하는 점도 분명해 보인다. 보수적인 지역 주류 문화가 그에게 등을 돌릴 가능성(한국당 계열의 강력한 후보가 등장할지의 여부)이나 진보적 색채가 확고한 인사가 표를 잠식하고 나설 때의 상호 작용이 관건인 셈.

특히 이른바 홍준표 논란 와중에 탈당, 송 시장 당선에 일조한 점도 향후 그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주장도 일부 나오는 데 대단히 주목할 만한 구석이 있다. 당시만 해도 반홍준표 정서를 대변하고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으로 그의 탈당을 풀이하고 높은 평가가 뒤따랐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 송철호 체제가 전국 광역지방자치단체장 중 가장 인기가 낮은 상황에 맞물리면서 미묘해지고 있다. 지역구 의원이 민주당 출신으로 광역시장 교체되는 상황에 일정 부분 기여하고 나선 점은 그 자체가 부정이라든지 정치적 문제라고 볼 건 아니다. 하지만 이후 지역 경제는 계속 나빠지고, 이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친구로 알려진 송 시장조차도 크게 경제회복의 저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면서 인기 폭락이 극심해졌다.

이런 터에 강 의원이 송 시장 지지를 지방선거 당시 선언했던 점이 부정적 평가의 그물망에 같이 엮이게 된 것. 광역시급인 울산은 많은 지역구 의원들이 있으나, 강 의원이 가진 무게감 때문에 마치 있을 수 있는 지지 행보조차 '흑막(일본식 막후 정치의 부정적 요소 혹은 사회현상에 거물이 좌우하는 부정적 현상)'이라고 보이는 소지가 생긴 건 사실이라는 평.

그를 저격할 것으로 여겨지는 한국당 측도 이런 문제를 모르지 않는다. 그래서 최근 울주당협위원장을 새로 뽑는 기회에 경찰 간부 출신인 서범수씨를 발탁했다. 그는 서울대 출신으로 고시를 거쳐 경찰에 입직, 울산경찰청장 등을 두루 지낸 정통 관료이기도 하지만, 울주 내의 서씨 집성촌에서 태어났다는 이점을 갖춘 것으로 알려진다. 물론 당협위원장이 바로 총선 후보가 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강 의원이 누려온 울주 출신 금의환향 엘리트라는 프로필상 이점의 상당 부분을 잠식하고 들어올 수 있는 인물의 등장은 분명 대단한 뉴스다.
 
더욱이, 내년 총선은 어느 해보다 문재인 정부 실정 논란이라는 프레임으로 보수와 진보 진영간의 치열한 대결 구도가 성립될 것으로 여겨진다.

이미 한해 전 봄인 지금부터 이런 조짐이 감지된다. 한국당에서는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의 산하단체장 교체 압력 문제를 문재인 정부도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블랙리스트 사건' 못지 않은 비리라고 공격한다. 일명 '체크리스트 비리' 논란이다. 한편 민주당 진영에서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접대 논란 무마 사건에 황교안 한국당 대표의 연루됐을 가능성을 의심하며 판을 키울 태세다.

이 와중에 당세를 업고 들어올 서범수 도전자에게 강길부 챔피언이 맞서야 할 상황. 웬만해선 꺾이지 않는다던 강 의원의 전성기도 드디어 같은 향토 출신 거물에 의해 막을 내리게 되는 걸까? 1년 후 막이 오를 드라마에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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