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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은행결산] '비리·경기불황' 최대실적에도 웃지 못한 한해

올해 순이익 '역대 최고'↔채용비리·경기불황에 '울상'

김다빈 기자 | kdb@newsprime.co.kr | 2018.12.28 10:06:06

국내 주요 4대 시중은행. ⓒ 연합뉴스

[프라임경제] 상반된 성적표를 받아든 올해 은행권이었다. 역대 최대 순익을 기록하며 실적면에선 우수한 성과를 냈다.

하지만 대외 경제상황이 불확실성에 빠졌고 미·중 무역분쟁 또한 금융권 최대 리스크로 자리잡았다. 

연이어 정부가 9·13 대책 이후 가계대출에 대한 본격적인 규제를 시작해 대출수익 감소에 따라 은행권은 수익 다각화를 위한 고군분투를 시작한 한 해이기도 했다. 

다사다난한 은행권은 또 지난해부터 이어진 채용비리·대출금리 조작 등이 밝혀지며 또 한번 고충을 겪기도 했다. 

여러 쟁점들이 산재했던 2018년 은행권을 결산해본다.

◆역대 최대이익 '실적잔치'

올해 은행권 실적은 역대 최고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3분기 국내 은행 당기순이익은 4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3조2000억원보다 28.1%(9000억원)상승했다. 이는 금감원 집계 이래 역대 3분기 최고치다.

이에 1월에서 9월간 3분기 누적 순익 역시 12조4000억원으로 2007년(3분기누적 13조1000억원)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1조1000억원이 늘어난 증가액이다. 

KB국민은행 창구. ⓒ 연합뉴스


이는 3분기 국내은행들의 이자 순마진(NIM)은 10조2000억원에 달하며 역대급 실적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거둔 올해 3분까지 이자 순마진 중 또한 역대 최고액에 달한다. 

지난해 동기대비 대손비용이 7000억원 줄어든 것도 수익성 개선에 한 몫했다. 은행들이 신규 부실을 감소하고 부실채권을 정리했고 금호타이어 매각 및 조선업에 대한 업황 회복 등으로 인한 관련 여신 대손충당금이 환입된 것이 은행권 최대 이익 실적에 기여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해 순이익 증가는 가계대출 이익이 줄어드는 것에 대한 큰 이슈가 없었고 중소기업들의 상황이 완화돼 기업대출 이자 이익이 늘었던 것도 실적에 영향을 끼쳤다"며 "또 올해부터 강화한 대손충당금과 관련된 심사를 강화하며 재무건전성도 완화됐으며 이런 노력들이 이익에 큰 기여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대출규제·불안한 경기전망…'수익다각화' 기로에 서다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둔 은행권이지만 웃기보다는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B금융그룹과 신한금융그룹 주가는 올해 초에 비해 30%, 20.4%씩 떨어졌다. 최대 이익을 거두고 있는 결과와 다르게 현재 상황이 엇박자를 내고 있는 것이다.

이유는 경기하강 국면 등 불안한 내외 경제 전망과 9·13 대책 이후 가계들의 무분별한 대출을 막기 위한 규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돼 은행의 대출이자 수익이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은행권 수익의 대부분이 이자순익이라는 점이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올해 1~9월 예대금리차는 평균 2.34%포인트였다. 2014년 2.46%이후 4년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오른 것이다. 즉 금리인상 기조에 맞춰 대출금리와 수신금리를 모두 올렸지만 대출금리가 더욱 큰 폭으로 상승했다는 점을 의미했을 때, 내년 대출규제가 본격적으로 적용된다면 은행의 수익감소는 예견된 사안이라는 것이다. 

또한 여전히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과 경기 불황 전망 등은 내년 은행권의 전망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들도 여전히 산재해있다. 

KB판교종합금융센터(위)와, 신한PWM센터(아래). ⓒ 각사


이에 은행권은 올해 본격적인 수익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마침 현정부의 '신남방정책'에 맞춰 은행들 역시 아세안 국가들을 중심으로 해외 지점 설립과 해외 IB 전략에 중점을 맞춰 신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비용절감을 통한 수익방법을 꾀하고 있기도 하다. 시중은행들은 은행 뿐 아니라 증권, 보험업무를 함께할 수 있는 WM복합점포를 오프라인 은행 점포를 줄이고 연달아 신설하며 본격적인 수익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우선 내년 실적 증가를 전망하기 어렵다. 대출규제가 강화돼 이자 수익에 대한 긍정적 전망을 기대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이에 시중은행들은 복합점포 증설과 해외투자, 해외지점 확대 등 비이자수익에 집중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전했다.

아울러 "결국 내년 시중은행들의 우선적인 목표는 비용절감 등의 리스크 줄이기와 수익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해외지점과 해외 투자 유치도 활발하게 이루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기초단계이기 때문에 즉각적인 수익으로는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금융권 이미지 타격 '비리 후폭풍'

금융권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을 곱지 않게 만드는 사안이 중첩됐던 올해이기도 했다. 먼저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금융권 채용비리가 여전히 올해에도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지난 2013년 특정인을 부당채용한 것은 물론, 남녀 성비를 3:1로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는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지난 2015~2016년, 신입사원 채용과정에서 인사청탁을 받고 9명을 부당 채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은 모두 채용비리 혐의로 불구속기소 돼 재판을 받게 됐다.

마찬가지로 남성지원자의 서류전형 점수를 높이고 여성지원자의 점수를 낮춘 혐의로 조사를 받다가 무혐의 판결을 받은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논란도 아직 꺼지지 않고 있다. KB국민은행 노조는 윤종규 회장이 채용과정에 관여했음에도 불구,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다는 점을 이유로 재수사를 촉구하고 있어 갈등이 해결되지 않고있는 모양새다.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대검찰청 앞에서 은행 채용비리 검찰 부실 수사를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또 채용비리 사건으로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시중은행 6곳에 대한 검찰 조사가 현재도 이뤄지는 등 올 한 해 채용비리로 몸살을 겪고 있는 금융권이다. 

채용비리 뿐만 아니라 올해 6월에는 금융감독원이 대출금리 산정체계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하나은행, 씨티은행, 경남은행이 고객에게 부당하게 높은 금리를 부과한 '대출금리 조작' 사실을 적발하기도 했다. 

금감원 검사 결과 해당은행들은 소득정보를 실제보다 적거나 아예 없는 것으로 처리해 이자를 부풀렸다는 것이다. 자본시장 상황이나 경기 변동에 따라 산정돼야 하는 가산금리가 변동 없이 그대로 유지돼 일부 고객들은 더 높은 대출이자를 합당한 근거없이 받은 사례를 적발했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지난 7월 금융당국과 은행당국 공동으로 '대출금리 제도개선 TF를 구성해 국회에 대출금리를 부당 산정한 은행들을 제제하기 위한 은행법 개정안을 계류 중이지만 국민들의 금융권을 향한 따가운 시선을 벗겨내기는 쉽지 않은 모양새다.

◆'사업 성장·확대' 인터넷 전문은행, 은행권 판도 바꿀까

현재 인터넷 전문은행으로 영업을 하고 있는 은행은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2곳이다. 2017년 7월27일 영업을 개시한 카카오뱅크는 1년 뒤인 2018년 7월 기준, 가입자 수가 633만명으로 성공적인 은행권 안착에 성공했다. 또한 카카오뱅크 수수료 수익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체크카드 발급 역시 계조의 70%에 달하는 500만명을 기록하기도 했다. 

카카오뱅크의 자산규모도 1년만에 10조원을 달성했다. 이는 △24시간 이용가능한 비대면 방식의 편리함 △높은 수신이자와 낮은 대출금리 등이 소비자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온 점이 주요했다. 

1호 인터넷 전문은행인 케이뱅크 역시 대규모 자금융자의 어려움을 겪었지만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으로 서서히 입지를 늘려나가고 있다. 카카오뱅크에 비해 더 나은 할인혜택 등이 케이뱅크의 장점으로 꼽힌다. 

△네이버포인트 1.2%적립 △GS25 편의점 할인 △우리은행· GS25 ATM 수수료 무료 등을 강점으로 소비자에게 인지도와 혜택을 제공했다. 또 지난 4월 케이뱅크가 선보인 해외송금 서비스는 송금 국가와 금액, 받는 사람과 보내는 사람의 정보만 입력하면 되는 간편 서비스 역시 큰 호응을 받기도 했다. 

신규 인터넷 전문은행업 참여에 관심을 갖고 있는 네이버(사진 위) 기존 인터넷 전문은행 카카오뱅크·케이뱅크. ⓒ 각사


이렇듯 은행권에 성공적으로 연착륙한 인터넷 전문은행은 내년 더욱 영향력을 키울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1월부터 은산분리 특례법이 시행되며 인터넷 기술(ICT) 자산 비중이 50%를 넘는 ICT 주력기업들은 인터넷 전문은행 지분을 최대 34%보유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로 인해 인터넷 전문은행들은 그동안 어려움을 겪었던 자금융자를 받을 수 있는 타개책을 얻게됐다.

그동안 제한돼있던 가계대출과 중금리 대출 사업확대 가능성이 높아 인터넷 전문은행의 성장에도 큰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간 개인신용대출에만 국한돼있던 인터넷 전문은행의 사업이 내년 1월 발표될 '제 3 인터넷 전문은행 신규인가 방안'을 통해 중금리대출, 가계대출 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인터넷 전문은행이 시중은행들만큼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현재 개인신용대출 사업을 확대할 필요성이 있었다"며 "은산분리 특례법과 신규 인터넷 전문은행 인가 방침을 통해 기업대출·중금리대출 사업 등이 가능해질 확률이 높아 인터넷 전문은행은 은행권의 판도를 바꿀 파급효과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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