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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갑질을 당했다?"…특권 의식 깔려 있다는 방증

 

조규희 기자 | ckh@newsprime.co.kr | 2018.12.28 15:53:13
[프라임경제] "공항직원에게 무례한 갑질을 당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이었던(12월27일 배제)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의원의 주장이다.

지난 20일 김포공항 출국장에서 있었던 공항직원과 김 의원 간 실랑이에 대해 김 의원은 "현직 국회의원 신분을 밝혔고, 배지도 달고 있었다"라며 "명색이 국토위 위원인데 직원이 듣도 보도 못한 규정을 얘기하면서 고압적으로 신분증을 지갑에서 빼달라고 하기에 갑질하는 것 아니냐고 항의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그의 말은 국회의원임을 밝혔으면 직원이 합당한 대우를 해야 한다는 얘기로 풀이된다. 또한 국토부 위원이 모르는 규정은 규정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오만한 사고가 바탕에 깔려있는 건 아닌지 의심케 한다. 

어쩌면 갑질을 당한 것으로 느낀 이유야 말로 특권을 누리지 못 한 불만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국토위 소속 의원에게 피감기관 직원이 감히'라는 뉘앙스는 비단 기자만 느낀 감정은 아닐 것이다.

직원에게 욕을 했다는 주장에 대해 "욕은 한 적 없고, 언성을 높였을 뿐"이라며 변명했지만 아버지뻘(김 의원의 표현) 현직 의원이 피감기관 직원에게 고성을 지른 행동 역시 상식에서 벗어나긴 매 한 가지다.

국회 환노위에서 발의한 감정노동자 보호법이 시행된지 이제 막 한 달 지난 시점에 이 같은 일이 발생했다는 점 역시 심히 유감스럽다.

지난 10월18일 시행된 감정노동자 보호법은 '노동자가 감정 장해를 입을 시 사업주가 휴게시간을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감정보호에 대한 사업주의 책임을 강화한 법안이다. 사업주에겐 책임을 강화하기로 결정한 국회의원이 감정 장해 원인 제공자가 됐다.

이 같은 자가당착적 행보를 김정호 의원의 개인적 실수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국민 다수가 의원 개개인이 국회를 대표한다고 생각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회 전반의 이미지를 실추한 책임은 무겁다.

심지어 본 법안 발의 당시 그는 의원 신분도 아니었다. 그는 지난 6월13일 김경수 의원이 경남지사에 출마하면서 공석이 된 김해을 지역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초선의원이다. 과거 그는 "특권과 반칙 없는 원칙과 상식대로 의정 활동을 할 것"이라는 포부를 공공연히 밝혀 왔기에 배신감이 더 크다.

더불어 그는 노무현, 문재인 두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번 일로 지역구 국민과 국회는 물론 전현직 대통령 얼굴에도 먹칠을 한 셈이다.

국회의원에겐 다양한 특권이 존재한다. 이는 명백한 사실이다. 특권 자체를 문제삼고자 하는 것은 아니지만, 특권을 받는 취지가 보다 중요한 업무를 수행하는 데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서라는 점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번 일로 김정호 의원의 상식 선에선 공항 직원의 공정한 업무 수행이 '국회의원에 대한 갑질'로 비춰졌다고 시인한 꼴이 됐다. 본인은 부정하지만 사장에게 직접 전화를 건 사실은 정당한 문제제기라기 보단 협박의 수단에 가까워 보인다.

정부 기관과 지자체 등에서 배포하는 감정노동자 보호 가이드라인엔 △특별한 사유 없이 상급자 혹은 기관장과 면담을 요청하는 경우는 '강성민원'으로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조성하며 모욕적 발언을 하는 경우는 '악성민원'으로 분류돼 있다. 

특히 악성민원은 범죄에 해당되며 고소가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다.

마지막으로 "과연 2018년 현재 대한민국에서 의원에게 갑질할 공항직원이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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