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컷] '하노이의 아우성'이 남긴 것

2019-02-28 18:02:37

▲= 임혜현 기자

[프라임경제] 지난 번 눈내리던 날 찍은 사진입니다. 여의도 샛강 위에 낀 얼음 위에 잔설이 덮여 마치 머리와 몸통, 그러니까 사람의 간단한 실루엣 같습니다. 

멀리서 볼 땐 (비록 거꾸로 된 모습이지만) 벽을 짚고 서서 마치 무언가 간절히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모습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눈과 귀는 없고 입만 간신히 뚫린 모습이어서, 자기 말만 하는 것처럼 볼 수도 있겠죠. 저 아우성치는 사람은 과연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요?  

이번에 베트남 하노이에서 미국과 북한의 최고 지도자들이 마주앉았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당장 완전한 북핵 해결 방안을 도출해내지는 못해도  서로 잠정 합의안은 만들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세계적으로 높았는데요.

막상 결과는 좋지 않았습니다. 미국은 실무 오찬도 취소하고 기자회견도 단독으로 여는 등 결국 협상 결렬이라는 초강수를 택했습니다. 이를 놓고 미국 국내정치 상황 등 여러 해석이 분분하지만, 지금까지 거론되는 가장 큰 원인은 북한이 미국이 원하는 답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 그리고 영변 이외의 시설을 미국이 문제로 삼았다는 점을 들 수 있겠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북측에게) 영변 핵시설+α를 원했다"고 했습니다. 그가 말한 '+α'는 또다른 핵 관련 시설. 그는 "북한은 영변시설 외 규모가 큰 핵시설을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북한 측은 모든 제재 완화를 원했지만, 북한은 우리가 원했던 걸 주지 못했다"고도 언급했습니다.

북한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핵 등을 내려놓을 테니 제재를 풀어달라고 요청했지만 막상 미국은 영변 외에 또다른 이 시설은 어쩔 셈이냐고 압박을 하고, 결국 이 때문에 회동이 결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관점에 따라서는 이번에 북한이 나름대로 성의와 진정성을 가지고 회담에 임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사실 '또다른 시설' 존재를 놓고 압박이 들어가는 상황에서 그 진정성 여부는 이미 큰 논제가 아니었던 셈이지요.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를 줘야 제재를 완화할 수 있다. 완전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 방안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이 발언이 이번 상황을 잘 정리해 주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미국도 북한도 서로 이야기하고 싶은 바를 최대한 끌어내고 조율하는 게 외교인데, 지금의 상황은 북측이 핵을 이유로 억지스럽게 구는 것도 모자라, 미국 정보망에 또다른 시설의 존재가 감지되고 이 카드를 내밀자 협상을 제대로 끌어갈 원동력을 아예 잃은 것으로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여기서 이번 하노이 회담, 그리고 그 외에도 수많은 대화와 힘겨루기의 말과 말이 날아다니는 상황들을 함께 생각해 봅니다. '+α'를 보고들을 수 있는 눈과 귀는 상대방의 잘못이나 단점, 약점을 캐낼 수 있는 '정보력'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그런 새로운 변수 상황에서 달라지는 새 국면을 놓고 계속 이야기 끈을 놓지 않을 능력 즉 '대화의 의지'를 서로 가졌는지로 생각해 볼 수도 있겠습니다.

귀와 눈을 막고 사정이 어두운 상태로 내 할 말만 해서는 아무도 아우성을 받아들여주지 않는다는 점을 사람들은 때로는 너무 쉽게 잊고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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