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오무철의 일본산책] 변하는 일본의 장례문화 ③

확산하는 새로운 유골 처분

오무철 칼럼니스트 | om5172444@gmail.com | 2018.12.31 00:13:03

[프라임경제] 변하는 일본의 장례문화, 세 번째 내용이다(NHK TV 방송을 바탕으로 재구성). 일본에선 지금 유골을 처분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묘지가 없어 집안에 유골을 보관하거나, 후손이 없어 하까지마이(폐묘廢墓)를 하고 묘지를 공터로 되돌린 후 조상의 유골을 집에 보관하는 등, 이와 관련된 산골(散骨) 산업이 성행하고 있다.

여기저기 버려진 유골을 보관 중인 지자체도 산골 업체에 맡겨 처분한다고 한다. 저출산고령화로 가족의 형태가 바뀌면서 일본인의 삶과 죽음에 부정적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일본 통계청에 의하면, 일본 인구는 2007년 이래 10년 내리 감소했다. 무려 220만명이나 줄었다. 연간 감소 수도 매년 늘어나 2017년엔 40만명을 넘어섰다. 한국도 2020년 이후 인구 감소가 예상된다고 하니, 우리의 모습을 미리 거울로 보는 듯해 씁쓸하기만 하다.

◆방황하는 유골들, 지자체의 비명

얼마 전 NHK에서 전국 경찰을 대상으로 유골 방치 실태를 조사했다. 최근 5년 간 역 사물보관함, 고속도로 휴게소, 자동차 경주장 쓰레기 터 등에 버려져 경찰에 신고된 유골이 411건이다. 유골을 버릴 정도로 곤경에 처한 사람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물보관함에서 발견된 유골. 70대 남성이 자택 보관하던 아내의 유골을 이사로 둘 곳이 없자 방치했다. 이렇게 버려진 유골들은 지자체가 인수해 일정 기간 보관하다 최종적으론 산골 처리하게 된다.

최근 수년 간 대량 도착하는 유골에 애를 먹고 있는 하마마츠(浜松) 시. 연간 100개 이상의 유골이 들어와 1000명 분의 납골당이 가득 차 버렸다. 유족이 있지만 인수를 거부하고 대신 처분해주길 바라는 경우도 늘고 있다. 시에선 새 납골당을 세울 예산이 없어, 드럼통 3개 분량의 유골을 한꺼번에(494명 분) 처분했다고 한다. 시의 입장에선 이 방법이 최선이라 생각하고 있다.

산골, 확산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20여 년 전부터 시작된 장례의 한 형태였던 산골(散骨)은 '뼈를 뿌린다'는 의미. 원래는 죽은 사람이 원해서 했던 것인데, 지금은 유골을 보관할 데가 없는 사람들이 그리고 지자체가 보관 중인 버려진 유골들을 처분하는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치바(千葉) 시내, 유골을 처분하는 산골 대행사. 전국 각지에서 하루 5~6개, 많을 때는 8~10개의 유골함이 도착한다. 개당 25만원을 받고 가족을 대신해 유골을 분말로 만들어 바다에 뿌려준다. 산골 대행을 시작한 지 2년, 이용자가 벌써 1000명을 넘었다.

산골업계 단체는 이런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추도의 한 형태로 시작된 산골이 유골 처분의 대세가 돼버린 것이 안타깝다면서. 묘를 관리할 수 없는 고령자들, 후손이 없는 사람들은 유골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현실적 고민거리다. 별다른 선택지가 없는 그들에겐 산골이 구원의 손길이 되고 있다.

[40대 여성] "혼자 살던 모친이 장기 입원하게 되어 친정을 떠나 큐슈로 왔다. 묘지를 살 돈이 없어 부친 유골을 자택공양 해왔는데, 결혼으로 친정을 떠나게 되면서 유골 관리가 어려워졌다. 이 여성의 부친 유골은 도쿄만에 산골되었다."

[82세 여성] "긴 세월 동안 묘를 지켜왔지만 이젠 나이가 들어 다니기 힘들어졌다. 자식들한테 관리 부담을 주기 싫어 묘를 없애고 유골을 처분하기로 했다. 묘석 철거와 4명 분을 500만 원에 산골 의뢰했다. 묘지 관리는 우리 대에서 끝내려 한다. 남은 사람들에게 폐 끼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안심이 된다."

가족상과 장묘에 대한 사고방식의 변화

장묘는 대대손손 계승하는 것이 그 전제다. 그러나 시대의 변화로 그럴 수 없게 된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돈이 없어서, 자녀가 없어서, 결혼하지 않아서 그렇다. 남은 가족들에게 폐 끼치고 싶지 않다고 한다.

같은 일을 자녀나 손자들에게 시키고 싶지 않아 산골을 선택한다고 한다. 성묘를 하려면 돈이 든다. 명절 때 성묘를 안 하면 이웃의 눈치를 봐야 한다. 사찰과의 관계를 유지하기도 힘드니 아예 묘를 처분하고 산골을 하겠다는 것이다.

각 지자체도 어쩔 수 없이 행정 처분을 해야 하니 고심이 크다. 돌볼 사람이 없는 유골은 법률상으로 물건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이런 버려지는 유골은 많아질 것이다.

예를 들어, 도쿄내의 화장장엔 유족이 유골 인수를 거부하면 두고 가도록 하는데 상당수가 두고 간다고 한다. 서일본에서도 유골을 두고 가면 산업폐기물로 처분하기 때문에 두고 가는 유족이 늘고 있다고 한다.

[전문가] "옛날엔 마을에서 사람이 죽으면 다 함께 장례를 치렀다. 추석엔 함께 죽은 자를 추모했다. 그런데 가족이 이것을 책임지게 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앞으론 국가나 사회가 시대의 변화에 맞춰 모두가 걱정 없이 가족과 조상을 추모할 수 있도록 지혜로운 장례문화를 모색해 나가야 할 것이다." 


코칭칼럼니스트 / 코칭경영원 파트너코치 / (전) 포스코경영연구소 수석컨설턴트 / (전) 포스코인재개발원 팀장·교수 / 번역 <1년내 적자탈출. 일본의 교육양극화> / 공저 <그룹코칭>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