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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성 갖고 되겠나…3월말 미중 무역협상에 달린 북핵 구도 촉각

韓, 경제와 국제정치 상관관계 묘수 고민할 필요 높아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9.03.04 11:28:29
[프라임경제] 미국과 북한이 2차 정상회담에서 뚜렷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가운데, 향후 대화 가능성이 오리무중에 빠졌다. 이런 가운데 대북 핵해제 국면에서 중국의 역할과 위상이 변화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중국의 아시아 지역 패권 의도가 앞으로 어떻게 흐르는지와도 맞닿는 문제다. 중국의 역할론을 저울질하는 것은 국제 정세 분석은 물론, 경제적 구도 등을 모두 종합해 진행되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우선 북한이 전면적인 제재 해제를 요구했는지에 대해서 논란이 있다. 북측과 미국은 협상이 결렬된 후 기자회견도 따로 가졌고 서로 유리한 입장을 밝힌 바 있어 과연 협상이 왜 깨졌는지, 책임 소재가 어디에 있는지 또한 주도권과 향후 협상력의 기울기 문제 등에 의견이 엇갈린다.

제재 조정 범위? 부분 vs 전면 논란은 이미 중요치 않아

북한이 일부 제제 완화를 요구했다는 주장과 무리하게 전면적인 제재 해결을 요구했다는 주장이 맞서는 셈인데, AP통신은 1일(이하 모두 각 현지시각 기준 표기) 기사에서 "북측 요구 사항은 몇 주일간 진행된 실무급 대화에서 줄곧 제기됐던 것"이라며 북한의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로이터통신은 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핵무기를 가진다면 북측은 어떠한 경제적 미래도 가지지 못할 것"이라고 발언한 것을 소개했고, 존 볼튼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3일 CBS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협상 결렬은) 북한이 '빅딜'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언급한 것을 종합해 볼 때, 미국 측 입장은 전면적 핵포기를 하지 않으면 어떤 대화도 하지 않겠다는 확고한 방침을 갖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사정이 이런데, 제제의 일부 완화와 전면적 해제 등은 중요 논점이 사실상 아니라고 볼 수 있는 것. 영변 시설 외의 다른 시설을 갖고 있음을 미국이 인지하고 있고 이를 포기할 것을 요구했음에도 북한이 즉시 시원한 답을 내놓지 못한 것이 결렬의 요체라는 얘기다.

중요한 점은 미국의 국내 이슈(러시아 스캔들 등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각종 공격)가 치열한 상황에서 어중간한 답을 내는 것에 백악관은 부담을 갖고 있고, 그런 만큼 큰 이슈몰이가 필요한 와중에 북측의 현재 태도는 눈에 들지 않는 수준이라는 점이다.

북한에 대한 대화 여지를 계속 열어두더라도, 미국의 압박은 강해질 수밖에 없는 구도다.

결렬에 입지 확대? '중국이 웃는다' 보기엔 모호한 상황

이런 와중에 중국이 이번 협상 결렬로 어부지리를 볼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북한과 미국이 당장 협상안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다시 암중모색 구도로 들어갔으므로 전통적 혈맹인 중국이 협상 중간자적 입장에서 위상 강화를 할 수 있고 이 와중에 챙길 것도 많아질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는 언론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이런 입장이다.

하지만 이는 일종의 '결과론'적인 해석 태도다. 중국은 이번에 미국과 북한 사이의 대화 무드 조성에 일찍이 일정 부분 수용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었다. 관영지인 글로벌타임스가 지난달 11일"북한과 미국이 가까워져도 중국은 걱정하지 않는다. 이는 중국의 정치적 의도에 부합한다"는 기사를 전문가 발언 인용 형식으로 내놓은 바 있는데, 이는 전체적인 방향과 흐름, 속도를 중국이 제어할 수 있는 데서 오는 자신감이라기 보다는, 북한이 주도하는 질서에서 중국이 우방국이자 지역 맹주로서 가질 수 있는 여지를 찾는 문제에 대한 자신감 표시로 보는 게 오히려 정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은 그간 북한 내부의 3세 집권 체제 성립 이후 상황, 특히 핵위기 구도를 북측이 강하게 드라이브 거는 상황에서 확고한 입김을 불어넣거나 제동을 거는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절대적 혈맹으로서의 위치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시진핑 체제와 평양간 관계 경색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근래 가까워지는 듯한 양상이긴 하나, 이는 북측이 처한 상황에 따라, 또 그 필요한 때의 글로벌 정세를 반영해 북측은 대미 지렛대 효과를 최적화하고 중국은 북한과의 밀월을 통해 동북아질서 편성에서의 몫을 키우는 '서로 이용하는' 관계에 머물고 있다는 풀이가 오히려 정확하다는 것.

따라서 이번 협상 결렬 이후에서 중국의 발언권 여지가 커진다는 것은 협소한 해석일 수 있고, 전체 글로벌 구도에서 미국과 중국의 관계를 통해 북한 관련 발언권 문제로 풀어낼 필요가 높다.

이번 협상 결렬 건으로 중국이 어부지리를 얻을 수 있고, 이 기회를 확실히 살려내려면 중국의 위상이 공고해야 하는데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일명 무역전쟁 국면에서도 미국에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내부적 경제 문제로 무역전쟁 끝내도 '혼미' 가능성   
 
중국과 미국은 그간 무역전쟁을 치열하게 벌여왔다. 양국은 협상 가닥을 대부분 잡았으며, 이에 따라 이달 말 머리를 맞대고 '최종적 합의'를 도출할 것이라는 전망도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내놓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일단 이렇게 봉합되는 양상이지만, 사실상 중국이 힘에서 밀린 것이라는 풀이가 지배적이다. 아울러 물품의 수입과 관세 문제 등 표면적 이유보다는 지적재산권 감시 등 앞으로의 시대를 좌우할 가치 문제에 미국이 대단히 신경질적으로 반응하고 있으며, 이를 무역 관세를 빌미로 관철하는 움직임이라는 풀이가 대두되고 있다.

최근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시진핑 체제가 중국 경제를 제대로 이끌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과거 대비 퇴행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 매체는 △규제 중심의 증시 개입 △비판적 경제분석에 대한 당국의 억압 △환율시장 개입 △자본 유출 통제 등의 문제점을 퇴행의 사례로 지적했다.

특히 △첨단기술 육성책인 '중국제조 2025'를 (지나치게 빠르고 과격한 방식으로) 띄우고 나서 국제 사회의 견제를 부른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실제로 시진핑 주석은 직접 간부들에게 중국이 처한 경제 및 정치 위기에 대한 초조감을 표시하면서, "위험에 대비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수백명의 관리들을 소집해 회의를 열고 외교정책과 무역, 부동산 등 여러 분야에서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책임을 묻겠다고 관리들을 압박했다는 것. 이에 앞서 1월에도 시 주석은 중앙당교(간부 양성학교) 회의에서 전세계적인 위기와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중국이 많은 인구와 이미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른 기술과 경제 및 금융 발전을 이용해 자체적으로 일정한 성장을 계속할 수는 없을까?

2월28일 인민일보 사설은 이런 구도의 자신감을 피력하고 있다. 인민일보는 '중국 경제 자신감 원천은 소비 시장에 있다'는 글에서 중국이 내수 중심 체제로 경제를 이끌 수 있다는 관점을 강조했다.

다만 이 같은 자신감이 실질적으로 위력을 발휘하려면 거대 국영 기업 위주의 경제 성과 내기에서 민간 기업 역할 중심으로 생태계 전환이 이뤄져야 하는데 이 점에서 연결고리 완성이 아직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런 구도가 완성되기 전에, 중국의 기업 부실채무가 터지는 기업 리스크가 대두될 수 있다는 전망도 존재한다. 중국의 기업 채무는 엄격한 신용평가에 근거해서 이루어지지 못한 부분이 적지 않다. 이에 따라 특히 부동산 부문과 연계된 기업부채는 향후 부동산 시장의 동향은 물론 국가 경제 전반에 위험을 제공할 수도 있다는 것.

시진핑 체제는 지재권 등에서 미국이 격차 좁히기를 허용하지 않으려는 구도에서 일단 밀리는데, 일단 체제 전반이 상처를 받지 않는 정도에서 숨고르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그래서 높다. 내부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일단 치중하면서 지역 안보 이슈는 부차적 안건으로 밀릴 수 있다는 것. 중국이 대국굴기를 일단 내려놓고 다시 도광양회로 들어간다면, 북한 핵문제 등에 열의를 보이거나 때때로 미국에 치열한 대립각을 세울 여지는 좁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식 경제벨트 구축 느슨해질 때 한국 대응은? 

이렇게 중국이 G2의 일원으로 위상을 구가하던 시대가 일단 끝날지의 여부는 이달 말 미국과 중국 정상들이 어떤 합의를 내놓는지를 들여다 봐야 어느 정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금 윤곽이 어느 정도 확실히 드러난 대목은 대중국 무역 편중 등에서 실제로 유의미한 숫자들이 나오고 있다는 점.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일 내놓은 2월달 수출 관련 지표를 보면, 우리의 대중국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7.4%나 감소했다. 이는 제1수출국이었던 중국의 위상이 자국 경제의 체질적 문제로 본원적으로 흔들리고 있다는 뜻이다. 중국  경제가 흔들리면서 대중국 수출은 4개월 연속 하락세인 것으로 산업부는 집계했다.

문제는 우리의 대중국 수출 체질상 더 심각하다. 중국은 우리에게서 소비재를 사들이는 유력 시장이 아니다. 중국으로 향하는 수출품 비중에서 중간재가 막대한 부분을 차지한다. 이는 중국이 우리 등 여러 나라에서 사들인 물품을 다시 가공해 수출하는 역할을 해 왔는데 이 구도가 깨지면 한국의 수출 저변에도 큰 진동이 불가피하다는 뜻. 인민일보 등 중국 매체가 내수 중심 성장에 대한 자신감을 공식적으로 피력하는 등 수출 위주 구도에서 발을 빼며 국민들을 독려, 안심시키려는 태도도 이런 상황의 방증 중 하나로 읽을 수 있다.

아세안 국가들도 중국의 경제 위기 상승으로 수출 감소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도 이와 무관치 않다. 무역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을 활용해 신남방정책을 강화하고 아세안 국가들에서 우리의 수출 몫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도 제언하기도 한다. 일단 아세안 등 아시아 경제 구도와 중국의 기업부채 리스크를 활용하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대중국 수출 비중 등 경제 전반의 밑그림을 어떻게 그려나갈지, 핵해제 등 대북 압박에서 중국과 어떤 협력을 모색하고 이 와중에 경제 상황을 어떻게 활용할지 등을 빨리 판단할 필요가 대단히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런 관점에서 현재 공석인 주중 대사직에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기용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도는 점은 '양날의 칼'로 볼 수 있다. 정권의 유력 인사를 재기용해 베이징에 보냄으로써 대중국 외교에 상당한 신뢰감을 조성할 수 있어서 장점이지만, 경제학자 출신이고 실패했다는 논란이 큰 문재인식 경제정책의 책임자라는 점에서는 복잡한 현재의 대중국 외교 상황을 맡기기 어려운 구석이 있다는 것. 중국을 대하는 문제에서 글로벌 질서와 아시아 역내 질서, 그리고 북한 이슈의 비중을 이번 정권이 어떻게 보는지, 국제정치와 경제의 상관성과 유기성을 어느 정도로 이해하는지 문재인 정부가 내놓는 해법 방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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