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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팬션참사' 이번에도 컨트롤타워 없었다

산자부·행안부·지자체 뿔뿔이 흩어진 감독기관, 사후약방문 남발

장귀용 기자 | cgy2@newsprime.co.kr | 2019.01.02 16:43:30
[프라임경제] 수능을 마친 고3 수험생들의 목숨을 삼킨 강릉 팬션참사가 발생한지 보름이 훌쩍 지났다. 유가족과 대중의 충격은 여전하지만 제2의 사고를 막기 위한 구체적인 대안은 여전히 안개속이다.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와 해당 지자체, 공공기관들이 앞다퉈 일제점검 등 요란을 피웠음에도 속 빈 탁상공론만 되풀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상당하다. 참사의 주요 원인으로 일산화탄소 누출이 지목되면서 여행객은 물론 일반가정에서도 경보기와 누출 감지기 설치가 급증했다는 점에서 이미 시민들은 국가와 정부에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가스의 경우 △도시가스 △지역난방 △개별난방 등 용처와 공급방식에 따라 모두 다른 관련법이 적용되며 설비 및 안전점검을 위한 제도 역시 중구난방 흩어져 있다. 

특히 지방일수록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지자체가 시설설치와 관리감독을 담당하고 있지만 인력부족을 이유로 사실상 설치업체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실정이다. 최근 가스안전 관련 검사에서 위반사항이 수백 건 이상 속출한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참사 이후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김한근 강릉시장을 사고대책본부장으로 임명했다. 해당 시설에 대한 허가와 감독주체가 지자체임을 공공연하게 강조한 셈이다. 그러나 가스누설 등의 사고가 어제오늘 일이 아니고 지역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정부가 지자체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불편함이 가시지 않는다. 

'구멍'은 어디에나 있었다. 산자부와 한국가스안전공사 역시 가스 공급과 안전관리를 담당하는 핵심이었지만 존재감을 찾기 어려웠다. 꽃다운 청춘들이 허무하게 져버린 비극과 대비되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결론은 간단하다. 세월호 참사로 온 나라가 슬픔에 젖었을 그때부터 끊임없이 강조됐던 '컨트롤타워'는 이번에도 작동하지 않았다. 국민의 안전과 직결됐다는 점에서 행안부가 그 역할을 맡아 상시 부서를 두고, 중구난방 흩어진 관리체계를 일원화했다면 어땠을까?

사건사고가 터질 때마다 전수조사를 약속하는 정부의 대처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의 전형적인 태도다. 사실상 업계가 설치부터 관리까지 모든 책임을 떠맡은 가운데 한 사설업체 관계자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시설에 따라 1년이나 3개월에 한번 점검을 실시해야 하지만 일손도 부족할뿐더러 그 시간에 '차라리 영업을 뛰는 게 남는 장사'라는 인식이 업계 전반에 깔려 있다"면서 "집단에너지 사업법에 육안으로 누설여부를 판정하도록 돼 있는데 돈도 안 되는 안전점검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업계의 자율에 맡겨서도, 지자체의 엉성한 관리능력을 믿을 수도 없다면 결국 중앙정부의 역할에 기댈 수밖에 없다. 

비슷한 사례로 고시원이 화재에 취약하다는 사실이 일련의 사건들로 자명해졌지만 여전히 고시원 시설 내에 인덕션 등 취사도구를 설치하거나 실내 흡연을 방조하는 등 안일한 상황이 계속 재현되는 상황이다. 

탁상공론만 일삼아선 똑같은 문제가 반복될 뿐이다. 적어도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중앙정부 차원의 상시관리 및 대응은 시대적 요구로 굳어졌다.

언제까지 주먹구구식 대응과 사후약방문만 남발할 것인가. 발본색원의 자세로 국가적 역량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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