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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무철의 일본산책] 변하는 일본의 장례문화 ④

급증하는 '하까지마이'…저출산고령화로 사찰이나 묘지관리인에게 묘터 반납

오무철 칼럼니스트 | om5172444@gmail.com | 2019.01.07 09:18:36

[프라임경제] 변하는 일본의 장례문화, 네 번째 내용이다(NHK TV 방송을 바탕으로 재구성). 지금 일본에선 '자식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 '묘를 돌 볼 후손이 없다' 등의 이유로, 하까지마이(폐묘 廢墓)를 하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다. 그 근본 원인은 저출산고령화(일본에선 少子高齡化라 함)다.

아베 총리가 일본의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국난'이라고 언급했을 정도로 심각한 상태다. 초고령사회 일본은 2017년을 기준으로 65세 이상 인구가 30%(3,557만 명), 70세 이상 인구가 20.7%(2618만 명)에 달한다. 이런 추세면 2060년 일본 고령화율은 40%을 넘을 것이고, 총인구는 저출산에 의한 인구 감소로 9000만명을 밑돌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본보다 저출산고령화 속도가 훨씬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한국의 암울한 미래가 심히 우려된다. 

◆하까지마이의 실상

폐묘란 자손대대로 유지 관리해 오던 무덤을 정리하여 공터로 만들고, 사찰이나 묘지 관리인에게 묘터를 반납하는 것이다. 이렇게 묘를 철거하는 영업이 일본에서 번창하고 있다. 들어서는 묘보다 철거하는 묘가 더 많은 공동묘지도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2018년 3월 NHK에서 실시한 앙케트에서 '후손이 묘지를 관리해 주길 원하는가' 물어본 결과 1752명 중 '아니다'가 1175명으로 67%를 차지했다. 폐묘하려면 1000만원이란 돈이 드니, 다음 세대에게 떠넘기는 게 무책임하다는 목소리다. 지금까지 일가족 오롯이 성묘해서 벌초한 후 조상님께 감사 말씀을 드려 왔다. 그런데 '묘를 지킬 자람이 없어졌다', '성묘하는 거리가 너무 멀다'는 이유로 폐묘를 고려하고 있다는 의견이 다수 있었다.

기타, 딸이 한 명 있는데 부담을 주게 될까 걱정된다(50대 여성)、자식에게 부담주지 않기 위해 수목장을 구입했다(70대 남성). 이렇게 후손들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는 의견이 두드러지게 많은 것이 특징이었다. 

◆폐묘는 왜 급증하고 있는가

폐묘가 늘어나는 이유는 라이프스타일이 변화했기 때문이다. 저출산과 핵가족화의 영향으로, 지금은 대가족 하에서 태어나고 자라 그 지역에서 일생을 마치는 전통적인 라이프스타일이 매우 드물어졌다. 저출산 영향으로 성묘하고 돌볼 사람이 없어졌다는 것, 그리고 고령화로 인해 나이가 들어 성묘가 힘들어졌다는 것이 폐묘 급증의 가장 큰 이유다.

묘는 살아남아 있는 사람들의 마음의 안식처 역할을 한다. 그래서 유골과 함께 살아남아 있는 사람들의 추억을 다른 장소로 옮기는 작업이 폐묘라 할 수 있다. 무덤과 고인, 그리고 가족을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폐묘를 고려하는 모양새다. 무덤에 안치되어 있는 유골을 어디로 옮길 것인가가 가장 큰 문제다. 

◆폐묘한 뒤 유골은 어떻게 공양하는가
 
첫째는 영대공양(永代供養)이다. 폐묘한 뒤 유골이 가는 최상의 장소는 1위 공영묘지, 2위 개장합사(改葬合祀), 3위 사찰의 영대공양 순, 이 셋을 합치면 60%에 달한다. 이 중 반 이상이 영대공양을 선택하고 있다. 영대공양은 처음에 비용이 들뿐, 그 후의 비용은 발생하지 않는다. 또 남아 있는 사람들이 고인을 추모하러 영대공양 장소를 찾아갈 수 있다는 점도 많이 선택하는 이유다.

둘째는 산골(散骨)이다. 최근 산골이 확산 중이다. 폐묘한 뒤 약 30%가 산골을 택하고 있다. 산골도 영대공양처럼 유골을 영구히 떠나보낼 수 있기 때문에 비용이 들지 않는다. 단, 유골을 뿌려버리면 마음의 안식처를 잃어버리게 되므로 신중히 생각해보고 산골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

셋째는 납골당이다. 다른 유골과 섞이는 것이 싫을 때 선택하는 것이 납골당이다. 납골당은 영대공양 비용뿐 아니라 연간 유지관리비도 들기 때문에, 유골을 안치했다고 해서 끝난 것이 아니다. 비용이 많이 든다.

넷째는 자택공양이다. 자택공양은 유족이 재량껏 공양할 수 있고, 비용도 별로 들지 않아서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담당 PD] "이번 취재를 하면서 강하게 느낀 것이, 폐묘는 조상과 가족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이 한다는 것이다. 조상을 소중히 생각하기 때문에 앞으로 지켜나가지 못할 묘를 처분하고 합동묘로 옮기는 것이다. 이런 마음이 고인을 향한 진심 어린 추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자식을 소중히 여기기 때문에 성묘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폐묘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한편, 묘를 유지하길 원하는 사람들은 성묘 때가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중요한 장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폐묘를 하든 유지를 하든 모두 고인을 생각하며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음을 절실하게 느끼는 기회였다."


코칭칼럼니스트 / 코칭경영원 파트너코치 / (전) 포스코경영연구소 수석컨설턴트 / (전) 포스코인재개발원 팀장·교수 / 번역 <1년내 적자탈출. 일본의 교육양극화> / 공저 <그룹코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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