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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표절" 김성수 인제대 신임총장 취임 '빈축'

인제대 교수평의회 "도덕적 흠결 변명의 여지 없어" 총장 즉각 사퇴 요구

조규희 기자 | ckh@newsprime.co.kr | 2019.01.16 11:30:06
[프라임경제] 김성수 인제대학교 신임 총장 취임식이 지난 14일 거행됐다. 논문 자기 표절 논란을 결론짓지 않은 채 취임식이 진행돼 학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재단의 총장추천위원회 구성 방식에서 부터 꾸준히 이의를 제기해 온 인제대 교수평의회에선 같은 날 입장문을 내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총장 자리를 탐하면 탐할수록, 학교에 누가 되고 모든 구성원을 욕되게 할 뿐"이라며 "오늘이 김성수 박사가 금시작비(今是昨非) 할 수 있는 날이 되기를 바란다"는 말로 사퇴를 종용했다.

평의회는 지난 12월7일 '이게 대학입니까' 제하의 입장문을 내고 김 총장 선임을 취소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입장문에는 "김성수 후보는 교수로 재직하면서 하나의 논문을 복제하다시피 해 여러 편의 논문을 만들고 교내연구비 및 학술진흥재단 연구비를 부당 수령했음에도 적발되지 않고 지나갔다가 총장후보로 나오면서 뒤늦게 비리가 폭로된 인사"라고 지적하고 "복제수준 표절과 연구비 부당수령은 대학 본질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위로 법적 시효를 떠나 치명적 도덕적 흠결"이라고 주장했다.

이어서 "교육자의 자질이 없는 자가 총장으로 인선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날 선 비판을 이어갔다.

◆평의회 "김 총장 논문 자기 표절 복제 수준"…실적 부풀리기, 연구비 부당 지원 도덕적 결함

논란이 된 김 총장의 논문은 △다자간 환경협력에 관한 연구(1998, 한국환경과학학회지) △동북아시아의 다자간 환경협약에 관한 연구(1999, 지방정부연구) △한국, 중국, 일본의 다자간 환경협력에 관한 연구(2001, 21세기 정치학회보) △동북아시아 환경협력 촉진에 관한 정책연구(2006A, 한국환경과학회지) △동북아시아의 다자간 환경협력에 관한 연구(2006B, 국제정치연구) 총 5편이다.

각 논문은 △97년도 한국학술진흥재단 '대학교수 해외파견 연구 지원사업' △98년 인제연구장학재단 학술연구조성비 △00년 인제연구장학재단 학술연구조성비 △04년 한국한술진흥재단 '선도연구자 지원사업' △04년 인제연구장학재단 학술연구조성비 등을 지원받았다.

인제대 교수 평의회가 자기표절이라 주장한 김성수 총장 작성 4편의 논문 목차가 같음을 확인할 수 있다. ⓒ 인제대 교수 평의회



평의회 관계자는 "현재 문제가 되는 논문은 총 5편인데, 1998년에 작성한 논문 한 편으로 네 번 더 중복 게재한 것"이라며 "일견 보기엔 1998년 논문을 수정 보완해 1999년 논문을 작성한 것 같지만, 사실 이 부분의 표절이 더 질이 나쁘다. 1998년 논문의 2장을 대폭 축소하고(일부는 3장으로 이전) 3장에 동북아 현황을 추가해 1999년 논문을 재작성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그 후 의원외교와 지자체 관련 부분을 추가해 2001년 논문을 작성한 뒤 2006A, 2006B 논문에 더 복제한 것"이라며 "복제 수준의 표절 논문을 다수의 학회지에 중복 게재함으로써 부당하게 연구비를 수령한 사실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평의회는 1998년 논문을 기준으로 1999년, 2001년, 2006A, 2006B 논문의 유사율이 각각 50% 이상, 80% 이상, 90% 이상, 80% 이상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1999년 논문 유사율이 다소 낮은 50%대를 기록한 이유는 웹 기반 자동 유사도 검증 시스템에서 오래된 논문에 대한 인식율이 미흡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1998년 논문과 유사한 4편의 논문 중복게재가 있었다는 주장. 평의회가 재작성했다고 주장하는 1999년 발표 논문은 '동북아시아 다자간 환경협약에 관한 연구'다. 본 논문과 2001년, 2006A, 2006B의 목차를 비교한 결과 △지방자치단체의 참여 △의원외교 차원의 협력 부분이 빠져 있는 것 외엔 동일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즉 △98년 '다자간 환경협력에 관한 연구' 논문 작성 후 △99년 동북아 현황을 추가해 '동북아시아의 다자간 환경협약에 관한 연구'를 게재하고 △01년엔 지방자치단체와 의원외교 부분을 추가해 논문을 발표한 뒤 △06년 두 편을 더 게재한 것. 

특히 06년 발표된 두 편의 논문 중 A는 2단으로, B는 1단으로 편집돼 있어 의도적으로 동일 내용이 아닌 것처럼 보이기 위해 이같이 편집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06년 발표된 두 편의 논문이 각각 다르게 편집돼 있어 동일한 내용이 아닌 것으로 보이기 위한 의도가 있는 건 아니냐고 해석하는 사람도 있다. ⓒ 인제대 교수 평의회



한 교수는 "실적을 부풀리거나 부당하게 연구비를 수령하기 위해 같은 내용의 연구를 여러 학회지에 중복 게재한 것으로 의심하는 게 상당히 합리적인 상황"이라고 의견을 전했다.

◆논문표절 가이드라인 배포 전 게재했으니 무죄?

2007년 교육부에서 용역을 받아 논문표절 가이드라인을 만든 이인재 서울교대 교수는 '연구윤리 확립을 위한 인용과 표절의 이해'라는 논문에서 "자기표절이란 자신이 이전에 창작한 저작물을 후의 저작물에 이용하는 것이고, 이중 게재는 자신의 동일한 연구 결과물을 2곳 이상의 학술지 등에 게재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더불어 "이 둘 모두 저작권을 침해하지는 않지만, 실적 부풀기와 관련해 저작자 자신의 양심을 속이고, 소속기관에 대한 신뢰를 저버리고 제3자로 하여금 새로운 저작물로 오인케 하는 등 도덕적 비난으로부터 벗어나기 어렵다"고 서술했다.

또 다른 단락에는 "자신의 이름으로 이미 발표한 것도 공론의 장에 던져졌기 때문에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것"이라며 "표절은 자신을 포함한 누군가가 이미 말이나 칼럼, 논문, 단행본 등의 형식의 글에 전체적인 아이디어를 그대로 베낌으로써 새로운 것이 없는 기존의 내용을 중복 사용하거나 거기에서 사용된 표현이나 생각을 설령 자신의 것이라고 하더라도 누구의 것이라고 밝히지 않고 자기의 것처럼 사용하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의 논문 내용을 기준으로 김성수 총장은 표절을 한 것이 확실하며, 자기표절과 이중 게재 모두에 해당된다.

본 논란에 대해 김 총장 역시 일정부분 동의했다. 공식적으로 밝힌 두 번의 입장 표명에서 이를 부정하고자 하는 의도는 없어 보인다. 그러나 두 차례 밝힌 입장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우선 12월10일 취임사에서 김 총장은 "(총장직에 지원하며) 과거 논문들을 살펴봤고 10여년 전 출전을 밝히지 않았던 부주의를 발견해 총추위에 스스로 알려드렸다. 과거에는 관행상 용인되던 일이었지만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부끄러운 일이라 생각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당시 김 총장의 해명에는 모순점이 발견된다. 그는 "10여년 전 출전을 밝히지 않았던 부주의"라 표현했는데, 통상 부주의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의미로 문맥상 '실수'로 이해할 수 있다. 즉, 논문 이중 게재가 계획적이 아니었음을 강조하기 위해 이렇게 말했을 가능성이 높은데, 바로 다음 언급한 "관행상 용인되던 일"이라는 대목과는 정면 배치된다. 

관행상 용인되던 일이란 '과거엔 큰 문제없이 넘어갈 수 있던 일'이라는 의미로 실수라기 보단 과거 잣대로 문제가 되지 않는 일로 이해된다. 문제의 본질을 보기보단 비판을 피하기 위해 급조한 멘트로 보이는 이유다.

이어서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부끄러운 일"이라며 현재 기준에선 잘못했다는 데 동의한다는 뜻을 밝히며, 사과한다는 마음을 전하긴 했다. 

그러나 불과 며칠 후 국제신문과 인터뷰에서 그는 이와는 큰 차이가 나는 의견을 밝혔다.

국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자기 표절에 대한 개념이나 지침이 생기기 이전의 일이고 당시 관행이었으며, 총장 후보 당시 자진해서 후보추천위원회에 내용을 제출했다. 추천위의 엄격한 검증을 통과했으므로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입장을 전했다.

현재 기준에서 부끄러운 일이라 인정하고 사과하는 대신 과거 기준 상 문제가 없었으며, 추천위의 엄격한 검증에서 통과했기 때문에 더 이상 문제 삼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보인다. 평의회 측 주장에 정면으로 반박하는 모양새다. 

김 총장의 해명에 대해 한 법학 교수는 "김 총장은 과거 논문들이 검증시효가 지나 문제삼을 수 없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며 "검증시효 규정을 폐지하기 전인 2007년 정부 지침에 따르면 논문이 발표된 후 5년이 지났더라도 부정논문을 재인용해 후속연구에 사용하면 시효기산점이 사후로 이동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제된 모든 논문들은 계속해서 자기표절됨으로써 시효가 완성될 수 없었고, 마지막 논문인 2006년 논문 발표 후  5년이 지난 시점에는 검증시효규정이 폐지됐다"며 "그럼에도 검증시효가 지나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규정을 모르거나 의도적 말바꾸기 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진 사퇴한 배철현 전 서울대 교수와 비교

평의회는 최근 저서와 논문 표절 논란이 일자 자진해서 교수직을 사임한 배철현 전 서울대 교수와 김 총장을 비교하기도 했다.

입장문을 통해 "배 교수가 2001년 출간한 연구저서와 논문 일부(2003, 2006 등)에 대한 표절의혹을 받아오다 자진 사퇴를 했다"며 "김성수 박사가 지난 1998년부터 2006년 동안 학술지에 게재했던 논문들의 표절 정도가 배 교수에 비해 덜 심각한 것이며, 관례적으로 인정해 줄 수 있냐?"고 일갈했다. 

이어서 "배 교수는 교육부 윤리규정이 2007년 제정됐다는 사실을 몰라 자진사퇴한 것이냐?"며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인제대 묵묵부답, 담당자 연락두절

한편, 본 논란에 대한 인제대의 공식 입장을 듣고자 지난 11일 담당자와 통화한 후 질문지를 보냈으나 현재까지 답변이 없는 상태다. 십여 차례에 걸친 통화 시도에도 끝내 담당자와 연락이 닿질 않았다.

인제대에 던진 질문은 크게 △교수평의회의 김 총장 자기표절 주장에 대한 대학의 입장 △교수평의회의 인제대 내 위상 △교수 임용 시 논문 자가 표절이 발견될 경우 규정 △자기표절이 총장 선출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인지 여부 △연구비 지급 후 자기표절 발견 시 인제대의 조치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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