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무철의 일본산책] 일본, 헤세(平成) 30년 간 걸어온 길 ① 가족의 변화

2019-01-17 09:20:06

[프라임경제] 일본은 아직도 연호(年號)를 사용하는 특이한 나라다. 헤세(平成)는 현 일왕 아키히토(明仁)가 즉위한 1989년부터 사용한 연호다. 아키히토 일왕은 일본의 상징적인 왕으로 지난 30년(1989~2019.4)을 재임하다 양위하기로 했다.

2019년 5월이면 새로운 왕이 즉위하고 새 연호로 바뀐다. NHK 방송은 2018년 12월에 주제를 바꿔가며 헤세 30년을 기념하는 특집을 일주일 간 방송하였다. 그간의 일본 변화를 읽을 수 있는 내용이라 소개한다. 오늘은 ‘가족의 변화’에 관한 것이다.

일본은 스스로 저출산고령화로 국가적 재난에 처해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2018년 출생인구 추계는 92만명. 2016년 100만명을 밑돈 이래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 이런 추세면 현 1억2700만명의 인구가 2065년에는 8800만명 수준으로 떨어지고, 고령화율도 현 28%에서 40%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4인 가구 대세에서 1인 가구 급증 시대로

헤세는 가족구조가 크게 변한 시대다. 그 변화가 지금 일본사회에 큰 과제를 안기고 있다.

1993년 NHK 방송 아침 정보 프로. 회사에 다니는 남편, 전업주부 아내 그리고 두 자녀로 구성된 4인 가족의 모습이 비친다. 그 당시 가장 전형적인 가족구조였다. 그러나 부부자녀로 구성되는 가구는 매년 줄어들어 마침내 1인 가구에게 그 왕좌를 물려주고 말았다.

1990년에 방송된 'NHK 오늘의 요리' 방송, 식재료는 4인분이다. 그런데 지금은 1인분으로 방송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슈퍼에서도 1인용품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예를 들면, 가족 분량 제품의 '카레루(카레식품)'의 기업 매상을 2017년에 1인용 살균 카레팩 식품이 처음 앞질렀다.

여행사도 '1인 여행'에 힘을 쏟고 있다. 홀로 된 사람이 제2의 인생을 즐기려고 혼자 여행을 나서는 경우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고령자 독거생활 절반은 빈곤 상태

분명 과거 30년은 독신생활을 즐기기 위한 서비스는 발전되어 왔다. 그러나 심각한 측면도 노출했다. 1인 가구의 3분의 1이 65세 이상의 고령자로 대부분이 큰 문제를 안고 있다. 전문가가 분석한 2016년 기준 데이터를 보면, 혼자 사는 고령자 절반(49.8%)이 수입이 일정 수준을 밑도는 빈곤 상태에 있다는 것이다. 많은 고령자가 경제적으로 힘겹게 생활하고 있다.

[도쿄, 독거노인, 74세] "이건 내가 결혼했을 당시의 사진이다. 20대에 결혼해서 딸과 셋이서 살아 왔는데 아내가 암으로 죽었다. 그 후 딸은 결혼하고 따로 살아 왔다. 외롭지만 잘 견뎌 왔다고 생각한다. 연금이 너무 적다. 어떻게든 돈을 절약해서 먹고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금 딸 내외는 잘 살고 있으니까,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다. 특히 금전적으로. 내가 돈을 벌어봤자 얼마나 벌겠어, 이것도 75세를 넘기면 어렵겠지?

주된 수입원이 연금이다. 예전엔 인쇄소에서 일했는데 비정규직으로 일한 기간이 있어 수령하는 연금은 월 90만원 정도다. 식비와 유틸리티 비용 등을 제외하면 남는 돈이 거의 없다. 힘든 생활이 지속되고 있다. 그래도 딸에겐 기대고 싶지 않다. 생활비에 보태고자 70이 넘은 지금도 청소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생활보호를 받는 고령자 급증

경제적으로 궁핍한 고령자가 많다. 그 심각한 실태를 나타내는 데이터를 보면, 생활보호를 받는 고령자가 2017년 기준 83만 가구로 급증해 30년 사이 3.6배나 늘었다. 이 중 90%가 1인 가구다. 연금만으로 살아갈 수 없는 실정이다.

[이혼 후 혼자 살고 있는 여성, 62세] "혼자되어 힘들었지만 그래도 당시엔 일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견뎌왔다. 전업주부 기간이 길었던 탓에 수령 연금은 월 40만원 정도다. 남편의 연금을 더해서 노후를 보낼 작정이었는데, 혼자 되고 나니 갑자기 생활이 궁핍해졌다. 의지할 사람도 없어 생활보호를 받기로 했다. 연금 40만원은 너무 부족하다. 방세가 15만7000원, 그리고 수도세에, 전기세에, 너무너무 부족하다."

제도가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는 지금의 연금제도가 가족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연금제도의 기본은 부부연금으로 생활을 꾸려나가는 걸 전제로 한다.

국민연금 1명 분의 생활비로는 꾸려가기 어렵다. 예를 들어, 비정규직 노동자와 자영업자가 가입한 국민연금액은 평균 55만원 정도다. 지금의 연금제도는 직종이나 급여 수준에 따라 수령액에 차이가 있다. 비정규직을 오래 한 사람,이혼한 전업주부 등은 연금액이 상대적으로 적다.

과거 30년 간 가족 형태가 변하고 사회보장은 크게 왜곡되었다. 다양한 세대 구성에 대응할 수 있는 사회보장 제도와 세제로 바꾸어야 한다. 독거 노인들을 어떻게 지원해 갈 것인가가 큰 과제다. 다음 시대에는 이 과제를 미루지 말고 국가적으로 논의해서 해결책을 찾아 갈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조언하고 있다.


코칭칼럼니스트 / 코칭경영원 파트너코치 / (전) 포스코경영연구소 수석컨설턴트 / (전) 포스코인재개발원 팀장·교수 / 번역 <1년내 적자탈출. 일본의 교육양극화> / 공저 <그룹코칭>


오무철 칼럼니스트 om517244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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