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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공공부문 정규직화 본격 러시

기존 계약 만료 인력 우선 정규직 전환…노사 간 갈등은 풀어야 할 숙제

조규희 기자 | ckh@newsprime.co.kr | 2019.01.18 18:47:31
[프라임경제] 공공부문 정규직화에 대한 가시적 성과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지난 17년 5월 12일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첫 공식 외부 행사로 인천국제공항공사를 방문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를 발표한지 20개월 만이다. 공공기관과 아웃소싱 회사 간 계약이 만료된 인원부터 순차적으로 정규직 전환이 진행되고 있다.

인천공항 전경. ⓒ 뉴스원



지난해 12월 26일 인천국제공항공사(사장 정일영)는 자회사 임금체계 등 정규직 전환 세부방안 합의서 체결식을 열고, 정규직 전환 자회사 직원의 임금체계와 정규직 전환 채용방식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은 문 대통령이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발표했다는 상징적 의미를 갖는 기관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의미는 공사의 비정규직 비율이 85%에 육박한다는 데 있다. 타 기관과 비교가 불가할 정도로 비정규직이 훨씬 많던 기관에서 정규직 전환 로드맵이 완성된 것이다.

물론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정규직 전환 발표 후 20개월간 노동자 대표와 전문가, 사측 대표로 이뤄진 노사전문가협의회는 100여회에 달하는 대화와 논의를 거듭했다. 관계자는 "이 과정에서 노동단체 간 입장대립과 협의회 운영원칙에 대한 이견도 많았지만 정규직 전환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함께 노력했다"며 성과를 달성한 소회를 밝혔다.

공공부문 정규직화의 시작점이라는 부담을 노사 간 협의와 이해로 이겨낸 것. 이견이 가장 컸던 임금체계 수립에는 외부 전문기관이 참여해 실질 임금 3.7% 인상과 기존 정규직과 동일한 수준의 복리후생을 이룰 수 있었다.

정일영 인천공항공사 사장은 "외부 전문기관 연구용역과 함께 이해당사자 간 협의와 논의를 바탕으로 임금체계를 확정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며 "전환 직원의 고용안정뿐만 아니라 국민 부담 최소화 원칙에 맞춰 추가 재원 소요가 없는 선에서 합의를 이뤘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결정된 임금은 올해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공항공사는 2017년 5월 기준 비정규직이었던 9785명 중 △생명안전과 연관된 업무를 수행 중인 2940명은 직고용 노사정위원회와 협의를 완료한 뒤 공사로 직고용하고 △나머지 6845명에 대해서는 2020년 6월까지 순차적으로 인천공항시설관리와 인천공항운영서비스 두 곳의 자회사에 편입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연금공단, 노동자 권익 위해 전원 직고용

공공부문 정규직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기관에서 직접 고용하는 경우와 자회사를 설립해 고용하는 경우. 공항공사는 직무를 기준으로 두 가지 방안을 혼용한 사례다.

기관마다 이유가 있겠지만 자회사 설립이 정규직 전환의 대세를 이룬다는 면은 부정하기 힘든 사실이다. 이 때문에 직고용을 요구하는 노동계와 자회사 설립을 원하는 사측 간 줄다리기는 쉽사리 결론을 맺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국민연금공단은 지난 1일 부로 비정규직 1231명을 직접 고용 방식으로 정규직 전환했다고 밝혔다. 공단은 자회사 전환 방식이 아닌 직접 고용을 택한 이유가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과 좀 더 부합되기 때문임을 강조했다.

이미 기간제 및 용역 근로자 764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던 공단은 지난 1일 추가적으로 △1335 콜센터에서 근무하는 위탁업체 소속 상담사 387명 △IT아웃소싱 용역근로자 58명 △두루누리 지원사업을 수행하는 기간제 근로자 22명 등 총 467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원활한 정규직 전환 추진을 위해 지난 2017년 11월 29일 노사와 관련 전문가, 당사자가 포함된 전환 협의회를 구성한 후 직종별로 계약이 만료되는 시기에 맞춰 단계적 전환을 실시해 왔다. 김성주 이사장은 "상호 이해와 소통을 바탕으로 전환 대상 전원을 직접 고용 방식으로 전환했다"며 "향후에도 근로자의 처우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은 비정규직 파견·용역 근로자 49명을 지난해 12월 31일 자로 정규직 전환했다. 진흥원은 정규직 전환된 노동자가 고용안정성 보장은 물론이고, 기존 직원 수준의 동일한 복지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남은 전환 대상 45명에 대해서도 이번 달 중 추가 채용 절차를 진행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국가보훈처 역시 민간 업체를 통해 간접 고용해 온 제대군인지원센터 소속 비정규직 90명을 지난 1일 부로 무기계약직(공무직)으로 전환했다.

◆지자체도 정규직 전환 시기 앞당기기 위해 구슬땀

지자체 역시 정규직화를 앞당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인천시는 올해 안에 본청을 비롯한 시 소속 비정규직 267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한편 "공사, 공단 등 출연기관 비정규직 874명도 직접 고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원시는 1일자로 255명을 공무직으로 전환 임용하면서, 60세가 넘는 113명에 대해선 촉탁 계약직으로 채용했다. 울산시 또한 정년 초과자 54명은 최대 5년 간 기간제 추가 근로기간을 부여하기로 결정하면서 용역계약직 68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파주시는 작년 1월 1일에 기간제 근로자 85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데 이어 올해 1월 1일엔 본청과 소속기관 용역 노동자 33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파주시 관계자는 "정규직 전환이 결정된 노동자들은 1일부터 '파주시 무기계약 및 기간제근로자 관리규정'에 따라 정년이 보장되고 복지포인트, 건강검진 지원 등 기존 무기계약직과 동일한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사 간 입장 차 갈등으로 번지기도…직급에 불만

정책의 성과가 하나 둘 씩 나오고 있는 반면 합의에 이루지 못한 기관에선 갈등의 불씨가 커져가는 모양새다.

지난해 공공부문 정규직화를 촉구하는 다수의 시위가 있었다. ⓒ 뉴스원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은 16일 출연연 간접고용 노동자 직접고용 쟁취를 위해 파업할 뜻을 밝혔다. 연구노조, 공공연대노조, 공공운수노조 대전·세종·충청지역 일반지부 3개 노동조합이 공동으로 투쟁본부를 출범한 것. 

공동투쟁본부는 민주노총, 지역 시민단체 등과 연대해 자회사 방안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알리고 이를 저지하기 위한 다양한 투쟁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또 이달 안으로 정규직 전환 방향이 가닥을 잡지 못하면 다음 달 말 출연연 17개 기관 간접고용 노동자 1000여명이 전면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에 포함되는 기관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국식품연구원,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국가핵융합연구소다.

전국대학노조는 지난 16일 서울대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즉각 정부지침을 이행하라"며 규탄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노조는 "정부 지침 이후 지난해 서울대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립대에서 정규직 전환을 진행했으나, 서울대는 논의조차 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서울대에 근무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기간만료에 따른 해고의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며 비판했다.

정규직 전환에도 웃지 못하는 경우도 다수였다. 기존 경력에 대한 인정을 턱없이 못 받는 사례가 속출하기 때문이다. 각 기관 별로 직무와 직능에 따른 급여와 지급 체계를 마련했으나 노동자 기준으론 부족하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심지어 비정규직 당시 팀장 직급이던 노동자가 하루 아침에 팀원으로 강등되는 사례도 비일비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관 관계자는 "기준이 다르다 보니 전환 시 불만을 가질 수도 있다"며 이 같은 상황이 있음을 인정했으나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사가 전환 이전 협의를 거쳐 큰 틀에선 합의가 끝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2017년 5월 서울시 다산콜센터 운영을 위해 설립된 120다산콜재단 역시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개개인의 역량에 대한 검토 없이 모든 상담사를 6급으로 일괄 적용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나마 다행스런 사실은 2년이 지난 지금 5급으로 승진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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